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유적 답사] 선사(先史)를 공부한다는 것
선사(先史)를 공부한다는 것
훔볼트 답사단 1기의 여정이 끝났다. 훔볼트 인문지리 답사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문세가 3개월 동안 다닌 곳들은 모두 한반도의 선사 유적과 흔적이었다. 나는 사정상 두 번밖에 답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여정의 끝에서, 왜 선사 유적이며 선사를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본다.
훔볼트 답사 1기의 마지막 답사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선사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선민 선생님은 오늘의 답사는 역사관 이전에서 끝나게 된다고 말씀하시며,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셨다. 인류사는 선사시대(先史時代)와 역사시대(歷史時代)로 나뉜다. 선사는 역사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말하며, 역사란 인류가 문자로 남긴 기록이다. 역사의 기록은 국가라는 중심성을 가지고 있으며, 선사는 그 중심을 향해 진행하는 방향성이 있다.
역사시대는 문자로부터 인류의 삶이 어땠는지 유추하기가 쉽지만, 선사는 그 시기도 수천수만 년 전일뿐 아니라 기록마저도 없기 때문에 당시의 삶이 어떤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숱한 세월의 풍파 속에 흔적도 사라지고 기록도 없는 선사시대의 가장 중요한 유물은 ‘주먹도끼’다. 어떤 박물관이든 선사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 무더기의 돌이 우리를 맞이한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처럼 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리에게, 유리장 속에 귀하게 모셔진 주먹도끼는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낯선 물건이다. 그래서일까 이날도 주먹도끼 앞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나는 구석기, 신석기라고 하는 당시 인류의 삶이 어땠는지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았다. 이리저리 깨지고 갈린 돌들을 아무리 째려봐도 그들과 나 사이의 아득한 시간의 간극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자 그 박물관 안의 모든 사람들까지 낯설게 느껴졌다.
새로운 유적과 연구법이 발견되고 해석이 계속해서 뒤집어지며, 우리가 진리하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앎을 공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선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아득한 과거와 지금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메우고, 낯선 것들로부터 나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확신할 수 없고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수천수만 년 전의 그들과 지금의 우리 사이를 메워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득한 과거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우리를 어떤 존재로 규정할 것이냐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