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Ivan Dominic Illich
공생의 삶을 생각하다
[학교 없는 사회] 위대한 자유 교육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
이반 일리치 『학교 없는 사회』 최종 과제 2024-7-18 김유리
위대한 자유 교육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가 탄생하는 과정은 위대한 자유 교육의 전통을 계승한다. 그리고 이 책은 같은 전통의 맥락에서 사용되도록 의도되었다. 그 이유를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책의 탄생
이반 일리치가 공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의 교육학자 에버렛 라이머와의 첫 만남(1958) 이후다. 두 사람은 1967년부터 멕시코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센터장이 참여하여 내용의 확장에 기여했다. 일리치는 센터에서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고 모았고 1970년 봄과 여름 매주 수요일 아침에 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비평을 듣는 나눔의 자리를 열었다. 브라질의 교육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나 미국 교육학자 존 홀트, 아나키스트 교육학자 폴 굿맨 등의 평자들이 이 책의 내용에 기여했다. 일리치와 라이머는 공동 연구한 것을 각자 관점에 담아 독립된 책으로 출판했다.
요약하면, 이반 일리치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공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공동 관심사를 주제로 동료들을 만나 대화와 연구를 심화했다. 교육 센터에서 환경, 자료, 진행에 도움을 받으며 이 주제에 관해 장기간 토론하고 책으로 담아냈다.
자유 교육의 전통
자유 교육(liberal education)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내려오는 교육의 이상이다. 자유 교육이란, 자신이 알고 싶은 주제를 창의적으로 탐구하는 자유 시간을 누리는 자유인의 활동이다. 그러므로 공교육 제도가 특정 연령대를 의무적으로 징집하여 정해진 교과 과정을 수행하도록 강제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직업을 배분하는 것은 자유 교육과 거리가 멀다.
학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문제에서 출발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동료를 만날 수 있는 방법과 환경의 조성이다. 일리치는 뉴욕에서 탈학교제도적인 모임을 여는 간단한 방법을 제안하면서, 마오쩌둥, 폴 굿맨, 프로이트 같은 사람이 쓴 책을 서로 도와 이해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자유교양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책 제목에 대한 관심만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가 맞는지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자유인들의 배움의 네트워크가 조직된다. 사실 역사 속의 대학의 모습이 이러했다. 교수와 학생은 오래 전에 죽은 다른 교수의 책을 읽기 위해 모였고, 옛 스승의 말이 그들 사이에서 살아나 ‘현 시대의 오류를 새롭게 조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와 같이,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려면 첫째, 누구나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한 문제를 위해 모일 수 있어야 하며, 둘째, 같은 용어나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동료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이고 탐구적인 학습은 연구 주제를 공유하는 자유인들 사이에서 가능하다. 이들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나 교육의 현장이 된다. 이 현장을 조직하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그 공동체가 축적해온 기억에 접근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책의 용도
이 책은 교육제도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개념을 제공하고자 의도되었다. 일리치의 책은 읽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이 책은 혼자 수월하게 읽고 넘어가기보다, 책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료를 만나 짚어가며 읽는 상황에 더 적합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자리에서 우리는 자유 교육의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