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Ivan Dominic Illich
공생의 삶을 생각하다
[젠더] 2장. 보이지 않는 성 경제
『젠더』 / 2장. 보이지 않는 성 경제 / 2024.09.12. / 진진
이반 일리치에 의하면 여성은 현대 사회에서 삼중의 경제적 차별을 받는다. 보고되는 경제와 보고되지 않는 경제, 그림자 경제가 그것으로, 그는 이 세 영역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그가 구별하고자 하는 것은 산업사회 이전의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이다. 이때 그가 정의하는 ‘가부장제’는 ‘젠더가 가호하는 사회에 존재하는 남성 지배’로, ‘두 젠더가 비대칭적 상보성을 이루는 조건 하에서 생겨난 양자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다.(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젠더』, 226쪽) <2장. 보이지 않는 성 경제>에서는, ‘젠더가 이끌던 시대’에 들어가기 이전에 ‘희소성이 통치하는 시대’의 성차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보고되는 경제
공식적인 수치로 보면 여성의 교육과 고용 기회가 많이 증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를 비교해 보면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가 발전하고 그 속도에 비례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심화되었다. 여성이 차별받거나 소외되는 현상은 국민국가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보고되지 않는 경제
분명히 시장 양식에 부합하는 서비스, 생산물, 통화를 교환하는 경제 활동이지만 기록으로 남지 않는 거래들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여성 차별은 비공식 부문이기 때문에 거의 주목되지 않았고, 차별금지법이나 고용평등법 등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기에 여성들은 더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
‘보고되지 않는’ 경제는 여성을 불평등하게 소외시킨다. 반면에 가사노동은 여성을 불평등하게 구속하는 경제 활동으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사노동의 가치는 다른 데서 전가된 것으로, 그 수행 역시 독립해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암시장 노동과는 구별된다.
그림자 경제 / 그림자 노동
‘그림자 노동’으로 돌아가는 산업경제 부문을 그림자 경제라고 한다. 상품은 가치를 집어넣는 어떤 행위를 통해서만 소비 대상이 되는데, 소비자가 상품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무보수로 하는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한다. 상품을 수단으로 하여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모든 행위가 그림자 노동이다. 특히 가정에서의 소비 활동이다.(예. 47쪽의 달걀 요리)
현대의 가사노동은 자본집약적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수록 그림자 노동은 더 많이 투입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임금 노동은 줄고 소비자가 무상으로 기울여야 하는 노동만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새로운 성차별, 그림자 노동 안에서의 성차별이 가속화될 것이다.
산업 산회가 발전할수록 그림자 노동의 투여량은 임금 노동보다 훨씬 많아진다. 다르게 말해 상품 소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상품 생산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점점 늘어가고, 온갖 형태의 소비가 ‘필수적인’ 일로 둔갑되고 있다. 상품 소비를 가치 있게 하는 그림자 노동이 없이는 산업사회가 작동할 수 없다.
경제적 성평등
그림자 노동은 더 이상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자 노동은 점차 경제적 차별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가정 내에서 가정주부가 임금을 벌어다 주는 남편에게 하던 일을, 앞으로는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국가를 위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