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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무지개 무한대가 가르쳐준 것

작성자
Yeonju
작성일
2025-08-23 23:24
조회
123

회사에 어느 날부터 무지개 빛깔의 무한대(∞) 사인이 여기저기 붙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연구소 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지개 색은 다양성을 상징하니, 처음에는, 다양성과 관련된 거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그러던 어느 , 카페테리아에서 사람들이 사인 앞에 모여 작은 설명회를 여는 것을 우연히 들을 있었다. 이후 아웃룩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관련 이메일도 여러 있었다.



무지개 무한대 사인은 내가 예상한 대로다양성 의미했지만, 정확히는 신경다양성(Neurodivergence) 뜻했다. 사람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고, 사고하고, 행동하고, 감각에 반응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자폐 스펙트럼, ADHD, 난독증, 장애, 더듬음 다양한 인지적·신경학적 차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전에는장애 불리며 교정이나 치료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다양성의 형태로 인정하고 배려하며, 심지어 강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neurodivergent 여전히신경 발달 장애가 있는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실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머릿속 정의도 사전의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릴 학교에서 책을 더디게 읽으면 선생님들은 화를 내며고쳐야 한다 했고, 나도 그게 틀린 행동이라고 믿었다. 자폐를 가진 학우가 수업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교실을 뛰어나가면, 우리는착하지 않은 아이라고 배웠다. 지금에 와서야 그것이 단순히틀린 행동 아니라, 뇌가 다르게 작동하는 방식이었다는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발표 자료를 만들 화려한 색을 줄이고 글자 수를 최소화하는 것도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그날의 설명회는 알고 싶으면 찾아오라 안내와 함께 짧게 마무리되었지만, 내게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구소에서 일하다 보면 팀원뿐만 아니라 임원이나 팀장들과도 소통할 기회가 많다. 과정에서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를 크게 받거나, 우선순위가 자주 바뀌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말을 더듬는 분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아마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던 같다.) 나와 가까이 일하는 분도 그렇다. 내가 여유가 있을 들어주지만, 피곤한 날에는 자꾸 조급하게 반응하곤 했다. 장애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배려가 부족했던 분명하다. 덕분에 어떤 사람들과 유난히 소통이 어려웠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ADHD 성향이 있는 개발자들이 때로는 엄청난 집중력과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3~4 팀의 일을 해낼 만큼 몰입하기도 한다. 어떤 주제에 빠지면 밤늦게까지 연구하다가도 팀에서 질문을 던지면 신이 나서 술술 설명해준다. 그래서 우리 회사를 비롯해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뛰어난 인재들로 특별 팀을 꾸려 신기술을 탐구하는 도전을 맡기기도 한다. 물론 이들이 만든 자료는 별도의 팀이 일반인도 이해할 있도록 다시 정리해야 하긴 하지만, GPT 같은 도구가 등장하기 전까지 나는 이런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다양성 범주에 뇌와 사고 방식, 그리고 행동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이를 인식하게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에서는 이런신경다양성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혹시 아직도 예전의 나처럼틀린 행동으로 보고 있는 아닐까?



전체 3

  • 2025-08-24 20:00

    무지개 무한대, 아름답네요.
    회사에서 ‘신경 다양성’에 대한 설명회를 한다는 데 놀랍습니다.
    우리의 직장문화를 생각하면, 업무와 무관한 일이라면 왠지 회사에서나 동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죠.
    한국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한때 고래 붐을 일으키며 유행했던 ‘우영우’ 드라마가 이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꿔놓기도 한 것 같고요.
    스톡홀름의 회사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스웨덴 소식 감사해요, 연주쌤~~^^


  • 2025-09-14 22:12

    무지개 무한대. 무한한 다양성. 아주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주제인데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로, 다르다는 것에 어디까지 몸과 마음을 열 수 있을지. 질병도 다양함의 일종이라고 생각해보기. 진짜로 중요한 사고의 전환 같아요. 무한대의 다양성. 너무 예쁘네요.


  • 2025-09-15 11:26

    신경다양성…오늘 또 이렇게 하나 배웁니다. 가끔 내가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데, 신경다양성이란 단어만 들어도 안심이 되네요. ㅎㅎ
    무한대의 다양성 사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입니다. ㅎ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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