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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노 카츠미] 바람 계곡의 애니미즘(1/2)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5-05-17 20:35
조회
43

일본어 강독팀에서 읽은 오쿠노 카츠미의 モノも死者きている世界から人類學者わったこと(물건도 돌도 죽은 자도 살아 있는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인류학자가 배운 것)을 연재합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지도 아래 오선민 선생님, 김미향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물건도 돌도 죽은 자도 살아 있는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인류학자가 배운 것

 

읽는 순서

1 곤마리는 정리 계곡의 나우시카인가?

2 바람 계곡의 애니미즘

3 가와카미 히로미와 <뫼비우스의 띠>

4 벽과 연락 통로애니미즘을 둘러싼 두 가지 태도

5 돌아와라, 살아있는 것들아

6 동양적인 견해로부터 애니미즘을 생각하다

7 미야자와 겐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다

8 잠자는 신의 꿈융에서 애니미즘으로

9 순수한 기억과 죽은 자의 영혼베르그송과 애니미즘

10 기호론 애니미즘에두아르도 콘의 사고의 숲으로

11 인간인 것의 끝말할 수 없는 것의 순수 경험

12 인간에게만 닫힌 세계에 애니미즘은 없다

 

 


 

2장 바람 계곡의 애니미즘

 

설레지 않는 물건, 그것들은 쓰레기가 된다

 

  소유자에게 있어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게 된 물건, 즉 곤마리가 감사의 마음을 품고 버리세요라고 주장하는 의류나 책 등은 그 직후 쓰레기로 바뀐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필요 때문에, 혹은 그 외 다른 뭔가의 이유로 개인 아래 모여든 물건은 그 곳에 일정 기간 쌓여져 그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 없게 되어 이윽고 쓰레기로 둔갑한다.

  현대일본에서는 쓰레기를 기분 내키는 대로 함부로 버릴 수는 없다.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물건의 처리 또한 오늘날에는 중대사다. 쓰레기는 태우거나 태우지 않거나, 재활용하거나 하는 처리 방식의 차이에 따라, 크기나 무게 등에 따라 분리하고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방법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쓰레기가 된 물건이 우리 생활 무대인 주변의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이용할 수 없게 하거나 하는 부하(負荷)를 경감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설렘을 느껴서 간직할 물건과 버릴 물건을 선별하고, 버리는 물건을 인간으로부터 단절시킴으로써 정리하는 곤마리 방법은 그 안에서 쓰레기의 대량출현과 그 결과로서의 자연환경 악화라고 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그것은 인간 생활의 쾌적성과 정신의 안정성을 위해서만 물건과 마주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그런 의미에서 곤마리 방법은 인간중심주의의 자장에 갇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니미즘이란 이 행성이나 우주에 있어서 모든 존재자 중 인간만이 반드시 주인인 것은 아니라는 사상이다.

  곤마리는 설레지 않는 물건, 쓰레기가 된 물건들의 기분이나 감정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쓰레기가 된 순간 물건의 기분이나 감정은 인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인간과의 관계를 잃어버린다. 버리는 행위를 통해 인간이 물건에 대해 주인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곤마리는 설레는 물건에 대해서만, ‘절반의 애니미스트인지도 모른다. 물건과의 사이에서 마음을 통하게 하는 전폭적 애니미스트라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물건을 버리지 않으면 애니미스트인 걸까? ‘저장강박’(hoarding), 그것은 물건을 버릴 수 없거나 정리정돈할 수 없거나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2~5%호더’(hoarder)라고 어림잡아 계산하여 600~1500만 명이 저장강박으로 괴로워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살아갈 힘을 잃어가거나 하고 있다고 한다(프로스트+스테키티, 2012:16-7). 호더까지 포함시켜서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애니미스트인가 하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러면 애니미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다음에는 현대일본인이 이미지화하기 쉬운 하나의 예로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이 장에서는 영화판을 이용한다. 이하, 나우시카로 약칭)를 들어보려고 한다. 나우시카는 고도의 문명이 불의 7일간전쟁에 의해 멸망하고 나서 천년 후의 지구가 무대다. 바람 계곡의 주인들은 유독 공기를 뿜는 균류의 숲인 부해에 덮여 거대한 벌레들에게 벌벌 떨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우시카와 오무, 혼의 동질성

 

  《나우시카는 어딘가 종교적으로 느껴진다’(오노小野, 2016:36). 그것은 나우시카가 침략해오는 외계인을 격퇴하는 듯한 SF가 아니라, 부해에 삼켜져도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오노, 2016:35-6). 적이 자연이나 지구이기 때문에 그 모습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오노, 2016:36). 싸우는 상대인 자연이나 지구와 인간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의 연결이 나우시카를 종교적 혹은 애니미즘적으로 만들고 있다.

  《나우시카는 오무(王蟲)를 정점으로 하는 다양한 벌레나 균류 등과 인간 사이의 충돌이나 교감을 그리고 있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과의 그러한 관계가 그려질 때, 거기에 애니미즘이 나타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야자키 자신도 애니미즘에 대한 공감을 표명하고 있으며(스튜디오 지브리편2013:21; 스기타杉田 2014:75), 나우시카는 애니미즘적인 것을 그 육체로서 믿고 있는 아가씨라고 평가되기도 한다(스기타 2014:90). 만화 연구자인 고야마 마사히로(小山昌宏)는 이하와 같이 말한다.

 

나우시카의 능력 중 하나는 인간 이외의 생명, 자연과의 일체감(유대)을 불러일으켜 보유하는 힘이다. (중략) 그것은 아마도 나우시카가 일찍부터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을 깨달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귀에 들리지 않는 것,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지배하는 󰡒정령󰡓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고야마 2009:137)

 

고야마는 나우시카의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을 깨닫는 능력󰡑을 애니미즘을 토대로 한 샤머니즘적인 능력이라고 본다. 고야마는 또, 나우시카가 자연계와 인간계, 인간의 생명과 자연계의 영혼의 동질성을 감지하고 있었다”(고야마 2009:138)고 말하며, 나우시카안에 애니미즘이 깊숙이 흘러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 , 인간 이외의 존재나 현상에 사람과 동질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애니미즘의 본모습이다. 나우시카는 스스로 인간이 아닌 것과의 관계를 몸소 단절해버리는 일 따위는 없다.

오무란 나방 유충과 쥐며느리를 합성한 듯한 모양에 단단한 겉껍데기를 갖고 있고 전차처럼 중량감 있는 짙은 회색 곤충”(키리도오시 2001:20)이다. “실제로 있다면 감정이입 할 사람은 거의 없을 이 거대 곤충을 미소녀가 애지중지한다”(키리도오시 2001:20). , 소녀와 거대한 곤충의 마음이 교감하는 것이 나우시카스토리의 축이 되고 있다.

나우시카와, 탈피하여 거대화되지만 변태하지 않고 유충의 형태를 유지한 채의 오무는 미소녀와 보기 흉한 거대 곤충이라는 점에서 형상은 현저히 다르다고는 하나 동일한 본질을 지니는, 말하자면 동료사이이다(마사키 2011:80). 종교학자 마사키 아키라(正木晃)는 나우시카와 오무는 처녀성과 유충성에 있어서 닮아있다고 지적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고야마가 말하는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이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좋겠다. 나우시카와 오무의 몸을 비교해보면 즉, 겉모습의 관점에서는 커다란 단절이 있지만, 마음을 교감하는 점에서는 서로 이어져 있다.

  《나우시카에서는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 다시 말해서 인간과 인간 외의 내면적인 연속성이 나우시카와 오무에 국한하지 않고 나우시카와 여우다람쥐인 테토, 바람계곡의 주민과 바람 등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중에 바람에 초점을 맞춰, 다음 장에서는 바람에 관한 애니미즘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바람은 󰡐생명이 지닌 영혼의 동질성󰡑은 물론이거니와 물건과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서의 아니마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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