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 실험실
하늘과 바람, 땅에게 배우다
[대기 이야기]무지개
오색 빛깔 무지개
자연학 과제로 ‘대기atmosphere’를 정하게 된 계기는 팀 잉골드의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팀 잉골드, 차은정 권혜윤 김성인 옮김, ㅇㅣㅂㅣ)에서 였다. 대기는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경험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는 ‘대기’라는 단어가 크게 기상학(날씨, 기후)과 미학(분위기) 두 경우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상학적으로 날씨(주민들이 사는 대지와 하늘의 세계에 날씨가 있다. 143쪽)로 경험되고, 기후(지구의 대기에는 기후가 있다. 143쪽)로 측정되고 기록된다. 미학적으로 분위기는 ‘감각적인 경험에 대한 것’(143쪽)으로 공간이 가진 어떤 느낌이다. 날씨, 기후, 분위기 모두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가 감각하고 경험하지만, 지금의 과학은 분위기를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기, 분위기로도 해석되는 atmosphere는 우리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지만, 시시각각 주변에 영향을 주고 그 어떤 것의 영향보다도 우리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는 눈에 보이는 식으로 물질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그 어떤 물질보다도 더 물질적이고 직접적이다. 우리도 이번 답사에서 태풍과 지진 때문에 목적지를 바꾸지 않았던가. 나는 형체는 없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대기를 연구해보려 한다. 대기가 자연에 남긴 흔적, 대기로 인해 달라지는 구체적인 상황 등에 눈을 돌려 보겠다. 이번 달은 휴가지에서 얻어 걸린 ‘무지개’를 탐구해 본다.
신화에 나타난 무지개
무지개는 신화에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표현되었다.
고대인들은 하늘에 나타나는 모든 자연현상들이 신이 활동하는 표시라고 믿었다. 따라서 사나운 폭풍우에 이어 나타나는 무지개는 자비로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무지개는 하늘과 지상 사이의 경계선에 걸쳐져서 나타난다. 그러기에 신과의 통신을 나타내는 특별한 상징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무지개는 신의 현신이었다. 올림포스 산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리스 여신이었다. 이리스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꽃 아이리스로부터 라틴어 이름을 물려받았다. 무지개 여신인 이리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소식의 전달이다. 그녀는 이슬방울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무지개를 밟고 사람의 세계로 내려온다.
북유럽신화에서는 신들이 하늘과 사람이 사는 땅 사이에 다리를 세웠다. 이 다리가 비프로스트라는 무지개 다리다. 무지개가 신과 사람과의 소통의 통로인 것이다. 브라질 원주민 중 움반다(Umbanda)와 칸돔블레(Condomble) 족, 쿠바의 산테리아(Santeria) 인은 무지개에 비슷한 상징을 부여한다. 무지개가 신이 사는 높은 곳과 인간이 사는 낮은 곳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통로라는 것이다. 티베트에서 인간과 신은 무지개로 만들어진 하늘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렸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무지개 신화가 있다. 신라 진지왕은 도화(桃花)라는 부녀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버렸다. 왕은 온갖 감언이설로 여인을 꾀었다. 여인은 두 남편을 섬길 수 없다며 왕을 모실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여인을 품지 못한 왕은 미련을 안고 죽었다. 그런데 그 날부터 일주일간 도화녀의 집 지붕에 오색 무지개가 섰다. 무지개 타고 저승에 가던 진지왕이 미련이 남아 머물다 간 것이란다. 하늘의 선녀도 무지개를 타고 지상에 오르내린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지리아의 요루바(Yoruba)족 등 아프리카 문화에서 무지개는 하늘과 지상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로 본다. 이들은 그들이 상서로운 상징으로 보는 하늘 뱀과 동일시한다. 잉카인들은 무지개를 태양신과 연관 지었다. 고대 칼데아 인들은 무지개를 위대한 여신이 대홍수 뒤에 들어 올린 커다란 활이라고 했다. 사하라 사막 지대의 반투 족들의 왕은 자기들이 무지개로부터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무지개를 이용하여 통치에 활용한 것이다. 중국 갑골문은 가장 오래된 기상현상 기록문이다. 무지개((虹)는 ‘2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용이나 뱀 종류)이 강물을 퍼 마신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무지개가 떠오르면 벌벌 떨면서 점(占)을 치는 수선을 피웠다고 한다. 중국 전통에서 무지개는 천상과 지상의 합일인 천룡(天龍)의 상징이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에서 무지개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 나타난다.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인 것이다.
무지개의 과학적 원리
그럼 무지개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무지개의 경이로운 성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람은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였다. 그 이후 많은 대기과학자들에 의해 무지개의 원리가 상세하게 밝혀졌다.
무지개란 한쪽 하늘에 떠 있는 빗방울에 의해 생긴다. 빗방울 반대쪽에서 오는 햇빛이 굴절ㆍ 분광,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무지개는 하얀 햇빛이 공기와 물 사이를 지나는 순간 여러 가지 색깔로 휘어진다. 빛의 굴절 현상이다. 굴절은 빛의 색깔들이 각기 다른 속도로 빗방울 속을 지날 때 발생한다. 빨강 색은 보라색보다 약간 더 빠르게 통과한다. 이러한 속도 차이로 인해 여러 가지 색깔로 나누어진다. 색깔이 나누어지는 현상을 분광 현상이라고 한다. 무지개는 태양 광선이 빗방울 속에서 일정한 각도로 반사되어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된다. 반사현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지상에서 보이는 무지개는 화살모양으로 반원만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중에서 보면 무지개는 원형이다. 왜 그럴까? 물방울을 입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햇빛이 물방울에 비치면 물방울로부터 나오는 빛은 아이스크림콘처럼 원뿔 모양을 이룬다. 원뿔의 뾰족한 점(꼭짓점)을 시선의 위치라고 하면 무지개는 원기둥의 밑면인 원의 둘레처럼 보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무지개의 모양이 반원인 것은 어떤 이유일까? 대개의 경우 무지개가 지면에 가리게 되어 반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비행기(비행기의 위치는 원뿔의 꼭짓점)에서 무지개를 본다면 무지개는 분명 원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찌그러진 무지개는 볼 수 없고, 무지개의 옆면이나 뒷면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무지개는 항상 정면에서 보인다.
무지개 색은 진짜 일곱 색일까?
무지개가 여러 색으로 되어 있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낸 사람은 뉴턴이다. 그는 빛의 스펙트럼을 프리즘으로 분리하면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색으로 나타냈다. 그 후 뉴턴의 기준이 부동의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실제로 빛을 분리하면, 100가지 이상의 색을 사람이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뉴턴은 일곱 색깔로 무지개를 구분한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성경에서 7은 완전수에 성스러운 숫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세 유럽은 기독교의 절대적인 영향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음악의 7개 음계나 별을 태양·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으로 7개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무지개의 색은 문화권마다 개수가 다르다. 영미권에서는 무지개 색에서 남색을 제외하고 여섯 가지 색을 쓰는 경우가 흔히 있다. 멕시코 원주민인 마야 족은 다섯 가지 색으로 보았다. 어떤 민족은 두, 세 가지 색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다섯 색깔로 무지개를 보았다. 그러나 이 다섯 색깔, 오색은 문자 그대로의 다섯 색은 아니다.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색의 의미로서의 오색(五色)이다. 동양의 오색은 음양오행설에서 풀어낸 다섯 가지 순수하고 섞음이 없는 기본색이다. 오색(五色), 오채(五彩)라고 불렀다. 그러다 보니 선녀가 타고 내려오는 무지개는 ‘칠색 영롱’한 무지개가 아니다. ‘오색 영롱’한 무지개였다. 무지개를 보며 우리는 색깔의 범주가 문화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출저 : [네이버 지식백과] 무지개 – 기상 현상 중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이미지(지구과학산책,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반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