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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 Oceania

 

[마나 모아나] 답사 후기

작성자
banyasu
작성일
2025-05-27 23:45
조회
30

타자와의 대화

 

  지난 번 답사와 달리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오세아니아의 마나 모아나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답사단이 거의 다 모여 계셨다. 와 부지런하시다. 라는 생각과 함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훔볼트 답사단의 답사 시작은 오선민 선생님의 강의로 문을 연다.

  선생님이 나누어 주신 자료에서 답사는 타자(타인과 다른 시대, 다른 풍경)와 대화하는 기술을 익히는 공부법이라는 문장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타자와 대화…’를 한다는 문장을 보자 마자 호기심과 설레임이 일어났다. 새로운 의미를 품에 안고 답사를 시작했다.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봐야할지 정하지 않고 전시장으로 들어갔지만 보는 내내 연결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푸른 대륙이라는 뜻을 가진 오세아니아여기서 바다는 길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 바다가 섬과 섬을 연결하고,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연결의 과정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대륙, 그들의 기억이 담긴 다양한 사물로 가득찬 공간에서 한참을 유영(遊泳)하는 느낌으로 있었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설 때 만난 카누를 타고 미끄러지듯 그렇게.

  카누에 뱃머리에 장식된 물수리 머리, 인내심 강한 백로의 머리, 산호나 문어촉수를 닮은 소용돌이 장식등은 그들이 자연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조각의 기능에는 주술적인 면도 있다고 하는데 바다를 지키는 정령을 상징하는 장식으로 안전한 항해를 의미하기도 했다. 전쟁용 카누의 뱃머리 장식도 있었는데 카누도 그 쓰임새에 따라 다양했던 것 같다.

  카누와 함께 바닷길을 떠날 때 쓰였던 항해용 나무 막대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이야기를 듣고 불교의 가르침이 전해졌던 내용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항해용 나무 막대 지도, 레벨립 또는 메도라고 하는 것이 바닷길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이 구술로 전하면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만들었는지를 확인받는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초기불교의 경전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던 수백 명의 제자들이 그 말씀을 기억하여 몇 날 며칠을 걸려서 구술하고 여러 차례 서로 확인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록이 없던 시기의 구술문화도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기억을 끊임없이 공유하는 흐름이며 연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타자와의 대화라는 의미를 품고 살펴본 이번 답사는 설레임과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낯설고 설익은 듯한 과일을 입에 물고만 있는 듯 했다. 답사 전 강의에서 듣게 된 연결로서의 전쟁과 머리사냥, 그리고 식인 문화에 머리가 띵~했던 이유였을까?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시간에 쫓기며 짧게라도 후기를 남기기 위해 올려주신 영상(분명 들었는데 강의 내용이 아주 새로웠다.ㅎㅎ)과 자료들을 보며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라고 쓰려니 후기가 엉성하다.

  과거는 눈앞에 있고 미래는 등 뒤에 있다.”는 오세아니아인 들의 시간관을 떠올리며 연결을 결과로서 생각하지 않겠다. 는 기억을 남겨본다. 훔볼트 답사단의 연결은 무엇일까? 지혜의 바다를 벗이라는 카누를 띄워 우정이라는 노를 젓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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