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전곡 선사 박물관] 도구를 쥔 인류
1978년 한반도에서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되어 세계적 이슈가 되었던 전곡리에는 선사 박물관이 세워졌다. 《전곡 선사 박물관》은 우리의 이번 답사지로 밖에서 본 건물은 꿈틀거리는 용처럼 긴 모양이고 텅스텐 재질로 덮여 있다. 덕분에 건물 외관은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UFO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내부로 들어가 2층 전시실에서 답사를 시작했다.
이번 답사에서 기술과 인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류가 나무에서 처음 내려와 걷기 시작한 것은 360만 년 전이고, 이 변화는 곧 발 모양, 손 모양, 뇌의 크기 등 신체적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인류의 조상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간은 손재주 있는 사람 또는 도구를 쓰는 사람을 의미하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였다. 호모 하빌리스는 약 250만 년 전 돌로 도구를 만든 최초의 인류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올두바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돌의 한쪽을 깨서 만든 석기의 종류를 올도완이라 부른다. 박물관에 전시된 호모 하빌리스의 손에 쥐어진 돌은 어떤 용도였을까 궁금했다. 이후 등장하는 호모 에렉투스가 들었던 주먹도끼는 도끼, 망치, 칼의 기능이 합쳐진 만능 도구라고 하는데, 마치 맥가이버 칼처럼 돌 하나로 수많은 상황에 사용했을 것이다. 견과류를 깨고, 식물을 으깨고, 무언가 자르는 인류를 상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칼이나 가위가 있어야 택배 박스를 뜯고, 망치가 있어야만 못을 박는 것은 아닌데 그때마다 상황에 정확히 맞는 도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구분되고 정형화된 도구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한계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