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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인디언] 생명에 대한 경의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4-07-15 22:59
조회
217

생명에 대한 경의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의 사회는 인간과 동물의 대칭성이 살아 있는 세계였다. 동물을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로 보고 살육하지 않았다.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물을 사냥해야 했으므로 자신들 대신 죽음을 맞이한 동물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가면을 쓰고 의식을 행했다. 삶에는 죽음이 관련되어 있었고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의 죽음이 있다는 것을 매일 의식하고 감사하는 세계였다.

들소의 죽음을 통해 살아갈 수 있었던 북미 대평원 원주민의 삶에 들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들소의 고기를 먹고, 뼈로 도구를 만들고, 가죽과 털로 옷을 만들고 집을 짓는데 사용했다. 들소의 모든 것이 원주민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재료가 되었지만 원주민에게 들소는 지금 우리가 고기라는 상품 대하듯 하는 사물은 아니었다. 원주민에게 들소는 대평원을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었고 생명을 나눠 가진 가족이었다.

원주민들은 들소의 가죽을 벗겨 옷과 모카신, 티피 등을 만드는데 사슴 뼈로 만든 가죽 손질 도구를 사용했다. 도구의 손잡이 부분에 그어진 작은 선들은 가죽 몇 개를 처리했는지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가죽을 처리한 장부의 기록일까? 국가 사회처럼 세금을 징수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시대의 기록일까? 만약 이주민들에게서 전파된 셈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알래스카의 원주민은 고래를 잡은 사람에게 고래를 직접 해체할 수 있는 자격을 줬다고 한다. 활과 함께 놓인 이 도구는 들소를 잡은 사람이 직접 소의 가죽을 벗기고 그것을 도구에 표시하도록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냥꾼의 용맹의 표시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잡힌 들소에 대한 일종의 존경의 표시였을 것이다.

북극 사람들이 푸누크 시대에 바다 동물 사냥에 사용했던 도구에도 표식이 남아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상아나 나무로 만든 도구를 조각하며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 고래를 잡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작살촉과 손목 보호대에는 선과 원이 연결된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동물의 눈, , , 날개와 같은 형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자신들과 분리되지 않은 동물의 영혼에 경의를 표한 것으로 사냥꾼이 자신이 사냥한 동물을 기리기 위해 도구에 세심하게 조각했다고 한다. 에두아르도 콘은 숲은 생각한다에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그들의 관점을 경유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한 의미였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 사냥할 동물의 영혼을 경유하기 위해 표식을 그리고 사냥한 후에는 그 영혼에 감사와 존경을 표함으로써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전시된 가죽 손질 도구에 금속날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돌이나 나무, 뼈로 만들었는데 이주민과의 교역 후에는 금속날을 사용했다고 한다. 내게는 인디언이라고 하면 옛것만을 고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었다. 원주민, 야만인이라는 말은 이제 사용하지 않지만 서구의 이주민들이 규정한대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전시에서 보여주는 유물들은 그들의 생활과 예술이 현재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옛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인디언으로 불리던 사람들의 예술은 생활 자체였고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삶 그대로를 문화로 만들었다. 들소 가죽을 벗기는데 금속날을 사용하고, 호저의 가시 대신 유럽에서 들어온 유리구슬로 옷과 신발에 장식하는 것을 이상하게 봤던 이유는 그들을 과거에 가두고 전시장에 전시품으로 보존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들소와 함께 살아가던 북미 원주민에게는 삶 근처에 죽음이 놓여있었다. 죽음은 감추고 감사는 잊어버린 지금의 우리와 달리 그들은 자연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감사할 수 있었다. 손잡이의 표식은 수많은 들소의 죽음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재산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스스로 문명인이라 자부했던 사람들이 야만으로 치부했던, 삶과 죽음이 함께 있던 세계를 상상해 본다.

전체 2

  • 2024-07-15 23:24

    선생님. 파일로도 올려주세요.


    • 2024-07-15 23:32

      네! 사진 올리다가 에러 몇 번 나고는 정신 없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