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 인디언] 인디언의 마음으로 집을 짓다
나는 인문세에서 필요하면 영상을 만들고, 잡지나 범고래 티셔츠를 디자인해서 물건으로 만든다. 요즘은 온라인 공간에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용을 쓰고 있다. 타고난 능력은 없지만 지금 내가 인문세라는 공간에 있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한다. 명확한 이유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고 단순하게 이 공간이 재미있게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전시회를 관람하고 후기를 생각하면서 인문세 일에서 느꼈던 원인 모를 즐거움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언들은 우주의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삶의 방식이 늘 전체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졌다.
전시회 입구를 들어서면 북미 지도가 크게 붙어있다. 북미의 여러 기후대와 흩어져 사는 다양한 인디언 부족을 표시해 두었다. 비의 영을 담은 카치나 인형이 인상적인 호피Hopi족, 축제 기간에 구리 방패를 부수는 콰콰케와크Kwakwaka’wakw족, 유럽풍 담뱃대를 만들고 표면에 고래잡이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추운 지방의 유피크Yupik족, 요람·말 안장·깔개·발걸이 등을 기하학무늬의 구슬로 장식한 압사로가Apsáalooke족 그리고 더 많은 부족들의 문화적 특별함이 일상의 도구 속에 진하게 새겨져 있다. 그 특별함은 거주 공간에서도 나타나는데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기후대별로 다르게 만들어진 원주민들의 집이었다. 이글루Igloo와 어도비Adobe라고 불리는 작은 모형부터 만나보자.
인디언들은 집을 지을 때 자연에서 재료를 얻는다. 여러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적합한 재료를 찾아냈을 것이다. 북극에 사는 인디언들은 얼음집 이글루를 만든다. 북극과 이글루가 당연한 한 쌍 같지만, 상식적으로 추위에 대응해서 불을 때는 따뜻한 집이 아닌 것은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이글루를 만들 때 얼음을 다듬어 벽돌을 만든다. 벽돌을 쌓을 때는 정확하게 판단해서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치밀하게 작업한다. 얼음 자체는 차갑지만 얼음이 머금은 수많은 공기 주머니는 열전달 속도를 늦추는 단열재 역할을 한다. 돔 형태는 세찬 바람이 약해지는 효과가 있다. 모형이 전시된 어도비는 남서부 사막기후 인디언들의 흙벽돌 집이다. 진흙에 물과 짚을 섞어서 만드는데 그 비율이 얼마나 절묘한지 1,000년이 넘도록 남아있는 집이 있다. 그 절묘함은 무작정 튼튼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꺼운 벽으로 뜨거운 바람을 막고 작게 창을 내어 일교차를 줄인다. 그래서인지 어도비는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어떤 집들보다 창문, 문, 환기구 등 구멍이 제일 많아 보인다. 인디언들에게 삶의 지혜는 자연의 질감, 성질, 능력을 이해하고 그 관계성을 파악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얼음과 바람, 공기와 열이 어떻게 집 안과 밖에서 서로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몸소 겪으며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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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북미의 주요 기후지대와 원주민의 집
전시 공간 한가운데 커다란 천막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대평원에 살며 들소 떼를 따라다녔던 원주민들의 티피Tipi라는 집인데 조립과 해체가 쉬워 이동에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거대하고 튼튼해 보이는 이 집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몇 번 해보면 힘들어서 눌러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닥에 대여섯 명은 여유 있게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넓고 둥근 형태로 높이는 성인 키 세 배는 거뜬히 넘을 것 같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창문으로 반짝이는 별과 달을 보고 떠오른 아침 태양빛을 맞이했을 것이다. 키가 큰 나무 약 10개를 아래는 넓게 펼치고 위는 하나로 머리 묶듯 묶어 기둥으로 삼았다. 우산살과 비슷한 모양이다. 만약 비가 온다면 물은 나무 기둥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갈 것 같다. 나무를 뼈대로 하여 그 위를 들소 가죽으로 덮었다. 천막을 땅에 고정하기 위해 나무 말뚝이 둘러가면서 박혀있다. 문을 상징하는 천막의 한 가운데는 나무젓가락처럼 길고 가는 나무로 맞닿은 천과 천을 꿰어 두었다. 그 아래쪽은 자주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에 천 끈으로 쉽게 묶고 풀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는 들소의 수가 줄어들어 캔버스 천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들소를 잡는 것도, 해체하여 가죽을 벗기는 것도 엄청난 작업처럼 느껴져서 몇 마리의 가죽을 엮어야 이 큰 집을 덮을 수 있을까 상상했지만 가늠하기 어려웠다. 천막은 하얗고 짱짱하게 느껴졌다. 이 짱짱한 건축의 외장재에는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사냥꾼, 도망가는 동물 등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새겨두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천막은 작은 원이고, 부족의 전체 천막도 큰 원형으로 배치한다. 원으로 연결된 모양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혼자라는 생각은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인디언들의 집을 관찰하다보니 세계가 주는 한계와 가능성 속에 살았을 그들을 본다. 사막의 더위와 모래 폭풍, 북극의 모든 것을 얼리는 추위, 부족을 먹이고 살리는 들소의 이동과 같은 한계는 필연이다. 한계는 막다른 길 끝과 같으면서 또 다른 시작인 가능성을 생성한다. 한계에 대처하는 그들의 방법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고, 가능한 조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문세 홈페이지 제작에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컴퓨터의 언어로 된 이 세계는 내게 여러모로 한계다. 여기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코드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컴퓨터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목적만으로 건축물 세우듯이 땅이고 산이고 냅다 밀어버리듯 만들면 학인들과 연결이 어렵다. 어떤 홈페이지든 만들어진 대로 학인들이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디언들이라면 컴퓨터, 인문세, 학인들 서로의 소통을 고민하고 상상했을 것 같다. 얼만큼 남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북미 인디언의 마음으로 공들여 집을 지어야겠다.
6시 전에 올렸는데, 다른 아이디로 올렸음을 깨닫고 삭제하고 다시 올려서 오바 되었습니다. (몹시 애처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