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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나의 순례기 쓰기]글바다(2)_자아의식의 장벽 넘기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2-27 17:58
조회
43

수요종교인류학 글바다(‘내 안의 신을 찾아서’ 순례기 쓰기) 2025-2-27 김유리

 

자아의식의 장벽 넘기

 

 

주제문 : 공동 음악활동은 합일된 정서를 유발한다.

취지 : 자기를 비우는 것(케노시스)이 무엇인지 추리할 단서가 될 것 같아서 자아의식의 장벽을 넘는 공동 음악활동의 개념을 정리해본다.

 

 

“음악은 개개인의 뇌가 공동 활동을 통해 함께 만나는 장이다.”(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김명주 옮김, 312쪽)

 

위 인용문은 인지과학자이자 재즈뮤지션인 윌리엄 벤존의 말이다. 벤존은 자신의 음악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음악 연주란 “서로에게 음악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가들이 함께 공통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행위”(312)라는 것이다. 벤존은 그 상황을 “우리는 결합되었다”(312)라고 간단히 표현한다.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그들은 각기 다른 맥락 상에 있다. 모두가 서로 다른 감정상태로 시작한 모임에서 어떻게 ‘결합’이 일어날 수 있을까? 벤존은 “여럿이 소리와 움직임을 동시에 만들어내고, 비숫한 감정상태를 느끼고, 자신의 신경을 상대에게 기울일 때”(313) 결합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스티븐 미슨은 “남과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목소리를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순간”(313)을 예로 든다.

결합을 경험할 때 “하나가 되는 기쁨”(301)이 일어난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함께 음악행위를 하면 …… 뇌에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호의적이 된다고 주장한다.”(302) 스티븐 미슨은 이에 대해 왜 진화는 우리의 뇌를 이렇게 ‘설계’했는지, 왜 공동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는지 묻는다. (공동 음악활동 자체가 높은 수준의 협력을 요구하며, 공동 음악활동을 통해 협력의 필요를 돼새긴다는 주장은 302쪽 존 블래킹의 벤다족 이야기에)

공동 음악활동은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각자 서로 다른 감정상태에서 집단활동을 시작할 때,” 협력은 “갈등, 배반, 무임승차”의 위험요소를 수반한다.(310) ‘타인’이란 나와 다른 몸과 마음을 가진 자를 뜻한다. 나와 타인 사이에 각자의 몸과 마음의 감정상태의 다름이라는 장벽이 있다. 이 장벽 너머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진화시킨 인류는, 그와 함께 자기의 마음도 살펴 협력의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이러한 자아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협력으로 가는 길은 훨씬 수월해진다. 나와 타인의 몸과 마음의 감정상태가 공통적일 수 있다면? 자아정체성이 흐려지고 사회정체성이 만들어진다면? 그렇게 되면 ‘타인’과의 ‘협력’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협력이 내포하는 리스크도 줄어든다.

“음악은 자아정체성이 아니라 사회정체성을 유발한다.”(313) 같이 춤 추며 자신의 “몸, 우정, 감수성을 발달시키는”(313) 문화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공동경험의 장”(313)에서 “집단멤버십의 발달과 유지”(312)를 체화할 수 있다.

인류는 공동 음악활동을 통해 자아의 장벽을 넘어 사회정체성을 발달시키는 메커니즘을 전승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사회화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갈등을 중재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활용할 것이며, 외로울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음악 테이프를 틀어놓고 동그랗게 둘러서서 디스코를 추는 이모와 친구들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도시에서 사회적 합일감을 만들어내는 음악활동이 아니었는가 감탄하며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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