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나의 순례기 쓰기]글바다(3)_신의 거소, 음악
수요종교인류학 글바다(‘내 안의 신을 찾아서’ 순례기 쓰기) 2025-3-6 김유리
신의 거소, 음악
주제문 : 음악은 종교적 기능을 수행한다.
취지 : 인류 진화사에 나타난 음악과 종교의 관계를 알아보자.
1. 인지 유동성, 초월의 시작
종교인류학 세미나 첫 책으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을 읽었다. 종교의 인류학적 기원을 세미나 마지막 날에야 만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표제의 주인공 네안데르탈인은 종교 이전의 인류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20만 년 간 분투하며 종을 이어오다 스러져간 그 땅에 도래한 새로운 인류가 종교를 낳았다.
종교를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숭배라고 정의해보자. 네안테르탈인은 초자연적인 존재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자연세계와 사회세계를 종합하여 그 영역을 초월하는 존재에 대해 개념을 만들 수 없었다. 각기 분리된 영역을 종합하고 초월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은 언어가 하는 일이다. 언어를 사용한 인류이자 지금 남아 있는 유일한 선사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종교 인류다.
초자연적 존재를 재현한 최초의 고고학적 흔적은 3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445). 그것은 사자(동물)와 남자(사람)를 한 몸에 붙여 놓은 상아(인공물) 입상이다(445). 사자 + 인간 + 입상은 동물, 사람, 인공물을 조합하여 개별 영역을 초월한 초자연적 존재의 개념을 나타낸다. 언어는 ‘영역 특이적’인 사고를 넘어 영역 사이를 유동하고 영역별 지능을 종합하고 초월하는 인지 능력을 개발한다. 언어는 단지 목격했던 것을 지시하는 기능을 넘어서서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발명하게 한다.
언어로 상상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개념의 잉태와 존재의 출산이다(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언어 사용자인 호모 사피엔스는 여성이 되었다.
2. 음악의 새로운 기능
선사 인류는 언어 이전에 ‘Hmmmmm’ 의사소통 체계를 발달시켰다. 비분절 음성과 제스처를 사용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었다. 여기서 언어가 월등한 정보 전달의 능력을 입증하면서 Hmmmmm으로부터 분화되어 발달하게 됐다. 하지만, 언어가 기존 의사소통체계가 해냈던 사회 통합의 기능과 감정 표현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는 충분치 않았던 것 같다. 한편, 언어 이후 Hmmmmm에서 음악이 발달해 나갔고, 나머지 기능들을 맡아 가게 되었다. 사회적 결속, 감정표현, 치료 등의 기능이다.
음악의 새로운 기능들도 출현했다. 그 중 하나는 언어 등장으로 생겨난 초자연적 존재와의, 언어를 넘어선 의사소통 기능이다. 이로서 음악이 근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의사소통 충동을 종교적인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영역이지만 음악의 다른 기능이 있다. 음악은 초월적인 사고가 만들어낸 개념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미슨은 사자 인간 입상을 비롯하여 종교적인 성물과 십자가 기호 등의 상징물이 초월적 개념을 담는 그릇이라고 전작 『마음의 역사』에서 말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음악 역시 신의 거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인지적 거점과 마음의 연장”(391)이 되는 것은 사물뿐 아니라 음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종교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개념을 유지하고 공유하고 떠올리게 조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