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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신의 발명』 2,3장 발제/ 신선을 꿈꾸다

작성자
이성근
작성일
2025-03-18 16:46
조회
27

신선을 꿈꾸다

 

초월의 시원

때는 3~4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호모사피엔스는 점점 혹독한 툰드라 지역으로 이동했다. 철저히 육식을 고집했던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사피엔스는 잡식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 군계의 적응성은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의 어떤 호모 종보다도 유능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IBS 기후 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연구팀은 방대한 고고학 자료와 슈퍼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류의 필수 생존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북쪽으로 북쪽으로 전진했던 사피엔스는 오늘날 한반도를 거쳐 동북아 지역의 툰드라 지역까지 다다랐다. 거기에는 거대한 매머드, 털코뿔소, 순록들 등 탐스러운 먹잇감이 잔뜩 있었다. 툰드라는 매우 추웠지만, 여름에는 얼음이 녹아 습지를 이루게 되고 관목과 풀들이 대거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피엔스는 사냥에 온 힘을 기울였다. 채취와 수렵에서 오직 수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유동적 지성이 탄생했다.

네안데르탈인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지능 영역이 서로 크로스 되며 연결된 것이다. 신경세포(뉴런)의 결합조직이 서로 횡단하며 다른 영역의 지식을 흡수했다. 이는 현실과 언어가 굳이 일치할 필요 없는 비유능력을 태동시켰다. 내 마음은 호수요처럼 마음호수를 중첩해 새롭게 움직임과 상태를 암시하는 은유적 능력이 생겼다. 또한 우리 민족은 흰옷으로 밝음을 숭상한다처럼 우리 민족흰옷의 밀접한 속성을 파악하여 표현하는 환유적 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자유롭고 환상적인 유동적 지성은 말, 노래, 신화, 철학, 사회 조직과 무의식의 틀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마음 내부에서 초월이 일어난 것이다.

 

초월이란

사피엔스는 스피리트(sprite)와 접촉을 통해 초월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스피리트는 뭔가 안 보이는 에너지이자 어떤 기운(氣運)이다. 고대인들은 숲의 정령, 동물신, 도깨비 등등 여러 명칭을 지어냈다. 그러한 스피리트는 열려있는데 닫힌 공간에서 증식한다. 마치 정글과 같이 온갖 동식물이 섞여서 사는 열린 공간은 너무나 다채로운 기운을 뿜어낼 것이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창조가 이루어지려면 가 모이기 좋은 닫힌 공간이 중요하다. 그래서 열림과 닫힘, 이 서로 대립하며 연결될 수 있는 동굴이나 연못, 온천 등과 같은 신성한 장소에서 스피리트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고대의 샤먼들이나 수련자들은 공기는 통하지만, 어두운 밀폐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오랜 시간 명상에 잠겼다. 티베트의 고승들과 호주의 원주민 애보리진은 높은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수행하였다. 그렇게 수행이 깊어지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밑바닥에서 순수한 형태의 패턴이 나타난다. 놀랍게도 인체 내부에 숨어있는 기하학적 패턴의 문양들이 푸른 하늘과 접촉하여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샤먼들은 부족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냥/이동/전쟁 등의 현실적인 중대사를 결정했을 것이다.

고대 지혜의 원천인 유동적 지성은 어느 지적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떤 대상을 사고 할 때, 그 사고 자체를 사고한다. 이는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인식할 수는 없는 단계를 말한다.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논리적으로 모든 사고를 성립하며, 모든 사고를 초월한다. 이것은 과학이 안 보이는 전기를 발명하고, 양자 컴퓨터를 통해 우주선을 쏘아 보낼 수 있게 했다.

우주 원자 수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은 바둑 또한 그렇다. 바둑에는 정답이 없다. 알파고()와 알파고()를 두게 하면, 매번 과정과 승패가 바뀐다. 그래서 매 순간 새로운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바둑에서는 인간의 표면적 사고로는 절대로 이해가 안 되는 가 어떠한 직관에 의해 묘수로 탄생한다. 과학의 인과와 증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가능성의 흐름 다발이 매번 새로운 환경을 맞아 눈에 보이는 (물질)’로 탄생하는 것이다.

2016년 세기의 두뇌 대결 이세돌 9단은 AI 알파고에 내리 3판을 연달아 깨졌지만, 4번째 판에서 53승 번기 승부에 이미 졌기 때문에, 마음을 다소 편히 내려놓고 둘 수 있었다. 그러다 위기의 순간에서 ‘78를 작렬시켰다. 그때부터 알파고는 오류에 빠지고 통제 불가능에 휩쓸리며 급격히 흔들리며 패배했다. ‘초월이 발동했던 것이다. 국 후 이세돌 9단은 유일하게 희망을 걸어볼 곳은 그곳(78)밖에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아마도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했지만 여의찮았기에 이세돌 자신도 모르는 를 던진 것이다. 그것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창조했고, 그는 AI를 이긴 최후의 인간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 78수는 좋은 수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더욱 좋아진 AI에 분석이 된 것이다. 이렇듯 시공에 따라 유동적 지성은 너무나 자유롭게 바뀌고 흘러간다.

(GOD)을 초월한 그레이트 스피리트

전 세계 곳곳 영적인 중공(中空)의 공간에서 스피리트는 나타난다. 동양의 백귀야행(百鬼夜行)에서 서양의 스톤서클, 트롤 등등. 그중 위대한 스피리트가 존재한다. 바로 호주 애보리진 부족이 믿는 무지개뱀이다. 사막에 마르지 않는 연못 깊숙이 살다가 우기 때, 커다란 뱀이 비상한다. 이는 마치 무지개처럼 형형색색 다채롭고 역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무지개뱀은 비를 창조하고, 율법을 관리한다. 어기는 즉시 뱀에게 삼켜진다.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 또한 그레이트 스피리트를 지고신(至高神)으로 여겼다. 오지부아족은 다음과 같이 기도를 올렸다. ‘저에게 지혜와 힘을 주소서! 동료들보다 뛰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인류 최대의 적을 제 손으로 쓰러뜨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 그들은 경쟁보다 연결된 힘을 더 중요시했다.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받치려 했다. ! 이렇게 멋진 인생 비전이라니.

이렇게 그레이트 스피리트는 다른 수많은 작은 스피리트들을 존중했다. 그들과 어울려 조화롭게 사는 것이 중요했음을 알았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미국과 중국 등 수많은 국가가 자국 이기주의에 휩쓸려 최고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는 너무도 상반된다. 그레이트 스피리트는 모든 스피리트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하나의 그레이트 스피리트가 다양한 스피리트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즉()연결을 의미한다. 자신이 유일신(GOD)이 되면, 작은 스피리트들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상실된다. 이는 결국 자신에게도 손해이다. 고인 물은 썩을 뿐이다. 지성은 흘러야 한다. 유동적 지성 만세!

호흡으로 초월을

고대의 샤먼들과 유불도의 도인, 요가 수행자들의 수련법 중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우주 만물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인체의 내부 시각을 들여다보게 한다. 호흡은 들숨()-날숨()-경계()로 이루어진다. 들숨은 자연 외부의 이로운 기운을 받는 것이다. 날숨은 몸속 내부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내보낸다. 들숨과 날숨 그사이 경계는 우리의 마음과 같다. 마음에서 세상과 나를 이롭게 할 창조 의지가 나온다. 그것은 들숨과 날숨의 강도와 길이를 자연스럽게 균형을 조절하면서 시작된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에 앞서 심호흡한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의 경계 순간에 무의식적인 판단을 한다. 들이마시면서 음으로 멈추고 지킬지, 내쉬면서 양으로 나아갈지를. 수많은 영성학자와 현자들은 이야기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이제 알겠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창조되고 증식되는 유동하는 지성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현실은 사물이나 사건이 생겨나는 다이나믹하게 역동하는 끊기지 않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과정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리듬이 중요하다. 우리는 뭔가 가슴이 답답하고, 불편할 때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뜻이 맞는 사람과 하면 더욱 기운이 확장되고 리듬을 따라가기 쉽다. 그래서 콘서트장에 가고 교회에 가서 합창한다. 유동적 지성에 담겨있는 일상의 리듬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같이 리듬에 맞춰 소리 내고 몸을 흔들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숨통이 트인다. 기분(氣分)이 좋다는 것은 기운(氣運에너지)이 균형 있게 나눠진(나눌분) 상태를 말한다. 숨통이 트인다는 것은 호흡이 조화롭게 흐르는 것이다. 이때 창조적 영감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후자의 방식으로 유동적 지성을 추구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어떠한 작은 기적을 행할 것인가. 외부의 대우주와 인체 내부의 소우주는 결국 이어져 있다. 우리 몸의 신경세포와 은하계의 수는 일치한다. 결국 기적이라는 어떤 거창한 결과 속에는 작은 우리의 호흡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이 호흡 수련을 하며 신선으로 초월하고 싶지 않았을까? 우리 몸을 굴리는 지금, 이 순간! 한 호흡을 소리 내어 내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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