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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종교의 풍경들] 일상에서 만나는 종교

작성자
이달팽
작성일
2025-04-21 00:55
조회
69

얼마 전 아침 수업에 가는 길에 등교하는 인도 아이들 셋을 만났습니다. 두 누나와 남동생입니다. 작년에는 길에서 자주 만나서 인사하는 사이였는데(말은 안통하기 때문에 눈을 맞추고 서로 웃습니다), 올해가 되어서는 거의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막내는 5살 즈음 되어 보입니다. 그 친구가 여기 앞에서 머리를 콩하고 숙이고 기도를 하고 가던 길을 마저 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여기는 저도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요. 이런 원숭이 신이 기둥 안에 들어가 계신지 몰랐습니다. 이 날 처음 알았고요. 아이가 무슨 마음으로 머리를 숙였는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친구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도 택시 아저씨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숙이는 경우를 볼 때가 있는데, 그때 아저씨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앞에 힌두교 신전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작은 신전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제 눈에는 잘 안 보입니다. 겉모습이 분홍색, 흰색 예쁘게 칠해져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나다녀서 그런지, 이 작은 원숭이 신처럼(쓰다 보니 좀 외람되네요. 신의 성함(?)도 모르고..) 못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는 길가에 있는 작은 힌두교 신전들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요기(불교의 밀교 수행자) 아저씨의 팔찌입니다. 이 팔찌는 뭐냐고 물었더니 시크교의 팔찌라고 하더군요. 이분은 산 위에서 몇 년의 명상 수행을 하시는 동안 길렀던 머리를 자르지 않고 주렁주렁 달고 다니시는데요. 그때의 좋은 기운이 머리카락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크교 팔찌를 하고 계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제가 갸우뚱하게 보니 시크교 철학이 아주 대단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뭐가 대단한지는 다음에 알려준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얼마 전 다람살라 달라이라마 사원에서 있었던 밀교 관정의 한 순간입니다. 머리에 빨간 띠를 다들 두르고 계신 것이 보이시나요.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밀교 의식에는 이렇게 법기(도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현교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스승의 말과 경전 자체가 중요한데, 밀교에는 이마에 뭔가를 찍어 발라준다던지, 띠를 두른다던지, 금강저로 머리를 살짝 쳐준다던지 하는 물리적 의식이 중요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유리샘 글의 ‘스피리트가 세계와 접촉하는 순간 자기표현 양식을 채택’한다는 대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스피리트가 세계와 적절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높은 스승이 표현 양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네 번째 사진은 “승가를 위한 과학교육” 프로젝트가 25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의 한 장면입니다. 스님들이 이렇게 한 화면에 가득(?) 앉아 계신 것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찍어두었습니다. 달라이라마 존자님께서는 스님들이 과학을 배워야한다, 그것이 승가 자신에게도, 세계에도 이롭다, 라고 생각하시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해서 서양의 과학자 및 과학교육자가 주축이 되어 티벳 정부 도서관과 함께 승원들에 가서 과학교육을 합니다. 

존자님이 과학과 불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르게 한 편에서는 굳이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불교와 과학은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진, 고유한 정신세계이고, 완전히 다른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연 그것이 ‘함께’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종교와 과학이 만나는 현대입니다. 과학적 사고와 종교적 사고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고라면 완전히 함께 가기 어렵겠지요. 신이치 선생님이라면 답을 아실 것 같은데요. 



면목없게도 제가 정한 날짜를 하루 지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분도 늦으면 안 되는데 하루를.. ;;; 노트북을 열고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는 순간이 스피리트와 접속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스피리트와 잘 접속하려면 지각은 안되겠지요. 또 뵙겠습니다.

전체 3

  • 2025-04-21 04:16

    힌두교와 밀교와 시크교가 함께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저는 법기가 가득한 밀교가 끌리네요. 금강저로 머리를 살짝 맞아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깨달음이 올까요? 아니면 정신 차리라는 메세지일까요? 신이치 샘에 따르면 음…. 사피엔스의 유동적 뇌가 발생하면서 종교적 사고가 가능해졌고, 과학은 야생의 사고의 변형이므로,,,종교와 과학은 저 마음 밑바닥에서 통한다,,,라는 근거없는 주절거림을 해봅니다. 인문세의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윤하샘의 사랑^^ 감사해요.


    • 2025-04-22 19:54

      그렇군요! 과학과 종교가 통할 수 있다면,, 고 접점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둘 다 인류의 마음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니 따로 갈 수는 없는 거로구만요. 그나저나 옥현샘.. 보고 싶슴니당..


  • 2025-04-21 20:52

    윤하샘은 대단해!! @.@ 과연 인도는 ‘종교’에 대해 공부하기에 최고인 시공간인 것인가? 정말 인상적인 사진들이군요. 저는 특히 첫 번째 사진이 감동적입니다. 신은 도처에 있고, 나는 어디서나 기도한다. 활력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