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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인류학


 

[종교의 풍경들] 마음과 물질

작성자
이달팽
작성일
2025-05-31 23:29
조회
22

오늘은 세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 잠깐 와있지만, 사진은 인도에서 찍어왔습니다.




이 하얀 천은 ‘카닥’이라고 하는 일종의 스카프 같은 것인데요.

티벳 문화권에서는 스승께 환영과 존경을 표하거나, 생일이나 결혼 등을 축하하거나, 먼 길을 가는 사람에게 행운을 빌어줄 때에 씁니다. 보온이나 미용의 용도가 아닌 스카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카닥을 팔 때에 마치 두루마리 휴지처럼 길게 말려있는 것을 하나씩 가위로 잘라준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모체에서 여러 가닥의 카닥이 잘려나와 각자의 자리로 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받은 카닥은 다시  다른 누군가를 맞이하거나 축하하거나 배웅할 때 쓰이고, 어느 날은 사원 안의 부처님이나 보살 앞에 바쳐지곤 합니다.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네요.

티벳 사람이라면 집에 늘 한 뭉텅이의 카닥이 준비되어있고, 저도 다람살라에서 지내다보니 언제나 가방에 카닥 하나 쯤은 가지고 다니게 되더군요. 언제 필요할 일이 생길지 몰라서 말이지요. 아마 결혼을 막 한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스승님께서는 카닥을 두텁게 쌓아놓고 계실 겁니다. 사람들의 마음의 흐름이 스카프로 드러나는 게 재밌습니다.




얼마 전 다람살라에서 한국 스님 한 분이 20년 가까이 되는 불교철학 과정을 마치셨습니다. 티벳불교 안에 있는 ‘겔룩파’라는 한 종파의 현교 교육과정을 마치신 것인데요. 일종의 박사과정을 마치신 셈입니다. 졸업시험을 통과하시고,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셨습니다. 저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초대를 받아 밥을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20년 가까이 되는 박사 과정을 마치면 스승님과 후배들, 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고 합니다. 단순한 축하파티가 아니라 이것까지가 졸업의 과정에 포함이 되는지라, 이전에는 잔치를 열 돈이 부족하여 학위를 따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수행을 매듭짓는 장의 모습이 사람들을 불러 같이 밥을 먹는 장면이라는 점이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행자도 밥은 먹어야 하고, 그 뒤를 이을 수행자들도 역시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동안의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많은 존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도 밥입니다.




이 버스는 지난 주 다람살라에서 델리로 올 때 탄 버스입니다. 저는 힌두교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기에 꽃을 건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차를 예쁘게 장식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분명 버스에 탄 사람들과 자신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겠지요. 이런 마음의 넘침과 잉여를 한국에 와서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꽃을 건다고 사고가 안나진 않는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마음은 묘하게도, 꽃이 없는 버스보다는 꽃이 달린 버스 안에서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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