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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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초밥요리사_2] 문화와 자연(수정)
240930_[원숭이와 초밥요리사]_2부_윤연주
문화와 자연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추석 연휴 때 아이와 동물원에 간 이야기 2탄이다. 유인원관에서 마침 ‘알버트 라이브톡’ 투어가 진행되고 있어 참여하게 되었는데, 처음 봤던 원숭이가 일본원숭이였다. 사육사는 고구마를 먹이통에 넣었고 이를 받은 원숭이는 물에 가서 고구마를 씻어 먹었다, 관람 당시에는 고구마에 붙은 흙을 씻어서 먹는 똑똑한 원숭이 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에 나오는 ‘이모’ 이야기를 읽고 보니 내가 본 것이 문화를 재정의하게 했던 역사상 중요한 장면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1953년 9월, 미토는 당시 18개월의 새끼였던 원숭이 ‘이모’가 고구마를 들고 작은 시내로 가서 고구마에 붙은 흙을 씻어서 터는 행위를 목격한다. 당시에는 동물의 습관은 유전적인 수단으로밖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모의 고구마의 흙을 털기 위해 물에 씻는 행위는 이모의 엄마에게 전달되고, 이모와 같은 또래의 젊은 원숭이들에게 전파되고, 이윽고 젊은이에게 연장자로 확산한다. 혈연관계와 상관없이 이모와의 친밀도에 따라 고구마 씻기 행동의 전파 순서가 결정되었고, 최초 전파자인 이모가 무리에서 사라진 후에도 이 행동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었다. 이것은 동물의 습관이 ‘종 특유’의 행동이 아니라 타자를 따라 하면서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원숭이와 초밥요리사』에서 소개된 연구자인 이마니시는 기술적인 도달이나 가치 체계가 아니라. 유전에 의거하지 않는 행동 전달의 한 형태로 문화를 정의한다(238쪽). 언어를 사용하느냐 도덕과 법이 있느냐가 아니라 타자를 모방하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행동의 전달 방식이 문화라는 말이다. 타자의 행동을 모방하려면 따라 하는 자는 모방 대상을 알고 있어야 하고 대상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또한 모방하고자 하는 행위와 관련된 대상과 행위의 목적도 알고 있어야 한다. 모방은 ‘몸으로 하여금 눈에 본 것을 재현하도록 명령’하는 ‘최상급 인지 기술’인데 유인원은 한 개체가 다른 개체의 행동을 취하면서 특정한 습관을 형성한다(243쪽). 유인원에게도 문화가 있다.
우리가 유행하는 패션이나 행동을 따라 할 때 어떤 보수를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유인원도 타 개체와 친해지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사회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모방을 한다(259쪽). 침팬지들이 기둥 근처에서 장난을 치고 기둥을 원 그리듯 돌기 시작하면 남은 무리들이 다가와 여기에 가담하고 똑같이 행동하며 단체로 ‘스텝’에 맞춰 ‘댄스’를 춘다. 먹을거리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닌데도 다만 다른 개체가 하니 ‘유행’을 좇듯 따라 한다(252쪽). 기니아의 보쏘우(Bossou)에서 야생 침팬지들이 기름야자 열매를 받침돌과 돌찍개(?)로 깨는 기술도 어린 유인원에게 6~7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전달되다. 적어도 3년 동안은 실패만 거듭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어린 유인원들도 어른처럼 기술을 습득한다.
『원숭이와 초밥요리사』 저자는 이런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조건으로 ‘관용’을 든다. 누군가가 생명을 위협하고 먹을 것을 빼앗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도구 제작에 집중하기 어렵기에, 사교성이 있고 동료에게 너그러워야 도구로 열매를 깨는 기술을 볼 수 있고 그래서 기술이 전달될 수 있다고 한다. 친절함은 유인원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비밀이다.
행동이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도 전달되는 데는 모방도 있지만 가르치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할레 산맥의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의 등을 긁고 나서 털고르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보통 긁기는 자신이 가려울 때 하는 행동인데 타 개체의 신체를 긁어 준다는 것은 그냥 다른 개체들이 한 행동을 모방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감정이입에서 도출된 행위이다. 누가 내 등을 긁어 주니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다른 침팬지의 등도 긁어 주면 나처럼 기뻐할 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남의 등 긁기는 타자의 입장에서 행동의 의미와 결과를 상상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다,
문화는 유인원의 생존에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생존을 위한 필요한 정보, 예를 들면 위험한 포식자는 누구이고 양질의 먹이는 어떻게 얻고 피해야 할 음식은 무엇인지를 직접 몸소 체험하지 않고 가족과 집단에 축적된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얻는다. 이렇게 누적된 경험치인 문화는 유인원의 유전자형에 영향을 미치면서 문화와 자연을 서로 되먹임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유인원을 만들어왔을 것이다.
마감 시간에 제출한 내용에 추가로 작성해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