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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블루 머신] 후기 _ 인류에게 바다는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2-04 18:10
조회
103

  드디어 해양 인류학이 출항했다.

  첫 책은 헬렌 체르스키의  『블루 머신』인데 그가 제목부터 말하고 있는 파란 기계는 ‘바다’를 의미한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바다가 기계라니 의아했다. 기계는 냉장고, 에어컨, 비행기처럼 인간 사이에서 어떤 단일한 목적에 이용되고 생명과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치다. 하지만 기계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동력을 써서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장치’다.  바다는 흐르는 태양에너지 일부를 열에너지 또는 운동에너지로 전환한다. 깊고 광대한 바다는 바닷물이 수심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지구를 순환하면서 발생하는 거대한 해류의 본거지이다. 해류는 주위를 가열하거나 냉각한다. 이런 점에서 헬렌 체르스키는 바다를 엔진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집에서 혼자 읽을 때, 물리적 관점에서 바다를 공부하느라 집중했다. 하지만 인류학 세미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그래서 재미있다) 세미나를 통해 내가 발견하지 못한 많은 문장들에 머무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를테면 저자가 바다를 연구하는 이유 같은 것이다. 그는 말한다. “바다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지구의 거주민이 된다는 개념이 무슨 의미인지 고찰하는 것이다”라고.  여기서 말하는 바다는 인간이 어디서 바다를 마주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갖는다.  영국 해안의 바다는 차갑고 침전물이 가득해 헤엄치고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아이슬란드 주변 바다는 사납고 위험하다. 하와이 사람들에게 바다는 또 다르다. 적도에 가까운 이곳은 서핑의 본거지가 되었을 만큼  부드러운 파도를 소유하고 있고, 바다 위를 누비는 일은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이렇듯 인간과 바다가 맺는 관계는 풍부하고 다채롭다. 자연에서는 내 눈앞에 조건을 전적으로 수긍해야 살아갈 수 있다.  인류는 자연을 상황에 맞게 이용하거나 조심하거나 즐기거나 배우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바다는 인류 문화에 깊이 얽혀 있다. 바다를 대하는 태도는 땅 위의 문화에도 스며들어 바다에 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모든 문화에서 바다를 대하는 태도는 부분적으로 지리적 우연에 기반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며 인간과 바다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바다에 대한 정보만 그러모으냐고 신났었는데, 세미나를 통해 더 넓은 바다를 만나게 된 것 같았다. 지난 시즌 말리노프스키의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에서 저자는 인류학이 과학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자연과학을 이해했던 인류는 자연에 기대어 언제나 적절한 삶의 방법을 찾으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구라는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더 절실해진다. 오늘 꼭 복습을 하리라….라는 마음이 솟구친다.(지금은..) 해양 인류학 세미나를 통해 바다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하는 기대로 즐거운 저녁이다.



전체 2

  • 2025-02-04 21:02

    출항하는 카누!


  • 2025-02-08 13:02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며 인간과 바다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바다에 대한 정보만 그러모으냐고 신났었는데, 세미나를 통해 더 넓은 바다를 만나게 된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재미있었는데요, 기헌샘처럼 저도, 세미나할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런 문장이 있었나, 이 문장이 그런 뜻이었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더 큰 바다, 새로운 바다를 만납니다.
    복되고 귀한 시간,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