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블루머신(2)] 3장 빙산의 일각
블루머신(2)_3장 바다의 해부학_강평_250211
빙산의 일각
바다를 해부하면
인체의 해부학도를 보면 심장을 중심으로 혈관이 제일 눈에 띈다. 바다도 눈에 보이는 눈,코,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부해보면 심층에 인체의 혈관 같은 무수한 흐름이 있다. 바다의 해부학은 표층뿐만 아니라 심해에서 일어나는 규칙적인 흐름을 이야기한다. 온도, 염분에 따라 바다는 쉽게 섞이지 않고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점에 머물러본다. 훔볼트 해류는 좁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산 자원의 20% 이상을 담당한다. 바다라고 다 고깃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적도의 바다 밑은 아름답고 시야가 확 트여있지만 생명이 살기는 어려운 텅빈 바다이다. 서해바다는 언제나 뻘이고, 동해바다는 서핑 성지이자 오징어잡이 배가 성행한다. 안면도 바다의 썰물을 보면서 아침이면 다시 물이 차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썰물로 빠진 바닷물은 자전으로 어느 바다를 그만큼 채우고 있다.
따개비는 붉은바다거북에 기생하며 바닷물의 수온과 염분의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따개비가 블랙박스가 된다는 것은 바다는 층이 고유하게 ‘구분’되어 있고, 스스로 ‘빠르게 조정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대 로마때 중요한 악티움 전투에서 도망가서 자살했다는 역사적 누명을 쓰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현대 해양 물리학과 난센의 프람호 기술을 통해 그들을 귀신처럼 옭아맨 ‘죽은 물’이라는 닻에 걸렸다는 것으로 밝혀진다. 바닷물보다 밀도가 낮은 민물층이 한꺼번에 들어올 경우 민물과 바닷물이 바로 섞이지 않아 큰 함정은 엄청난 중력의 힘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분리된 바다’, ‘성층화’라는 용어 자체는 바다가 잘 섞이지 않는다, 겉과 해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바다로 간 물질의 향방–미즐리의 CFC와 타이타닉호의 잔해
미즐리의 3대 발명품 중 2개(납 휘발유, CFC)는 지구의 대기에 치명적인 흔적과 교훈을 남기고 나머지 1개는 자신의 목을 졸랐다. CFC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대기 중 기체는 모두 바다의 표층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갔다. 40년 전 그린란드 인근 오존층을 파괴하고 남쪽으로 1만 Km를 이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블랙박스처럼 바다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매일 1Km)가 추적되는 성과(?)도 거두게 된다.
1912년 좌초한 타이타닉은 추적의 난이도와 비용 때문에 발견되지 못했다. 1980년대 들어 해군 잠수함 잔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침몰한 위치는 알지만 해저는 수Km이고 침몰로 인한 경로와 위치는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게다가 배가 그대로 침몰한 것이 아니라 선체, 선미가 부서지고 흩어진 것이라면 정확한 잔해의 지점을 찾는 것은 어려워진다. 독특한 모양의 보일러 파편이 단서가 되어 마침내 잔해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타이타닉의 선체는 바다에서 생명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며 고요히 썩어가는 추모비로 보존된다고 한다.
지구 꼭대기의 수도꼭지
지구본을 지금보니 남극은 대륙이고, 북극은 그냥 북극해이다. 남극 주위는 휑한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다. 북극은 주변에 캐나다,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등 열강들이 아주 가깝게 포진되어 있다. 적도 항로는 뜨거운 태양이 있지만, 북극은 빙하가 배를 막고 있다. 북극항로를 통해 언젠가 캐나다와 러시아를 배로 오가는 순간이 오면 이미 지구는 다 녹아 없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극은 남극기지만 생각나는데, 북극은 인근 노르웨이 연어, 대구 등 해산 자원도 매우 풍부한 입지이다. 북극과 남극은 지구의 맨 꼭대기에 있지만 자원학적, 지정학적으로 위상이 다르다.
저자는 북극해가 전 세계 해양 엔진의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해빙이 얼어붙으면서 차가운 바닷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심해의 성질과 해양 엔진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결정한다. 또 하얀 얼음(빙하)이 있어 햇빛을 우주로 반사여 해수면을 햇빛이 직접 데우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