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해양 인류학


[바다 인류 서평] 바다, 연결의 장소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5-10 10:02
조회
32

 

 

내륙 한가운데에서 자란 나에게 바다는 낯선 공간이다. 내 삶과 무관하게 느껴졌던 바다는 가끔 여행을 가서야 만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바다 인류를 읽으면서 나는 수없이 바다의 영향권 안에서 먹고 살고 관계 맺고 있음을 깨달았다. 매일 내 두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의 연료가 바다를 건너왔고, 식탁 위의 생선이 바다에서 왔고, 매일 쓰는 필기구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져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바다를 통한 거대 네트워크의 연결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학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바다라는 무대는 더 오래전부터, 어쩌면 우리의 조상이 6~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빠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연결의 장소로 이용되었다.

바다 인류저자 주경철은 시대별로 위치별로 변화하는 바다의 네트워크를 주목한다. 이 네트워크는 기나긴 인류의 역사, 정리해서 말하면 강과 바다에 정착, 국가간 교역, 정복의 바람, 경제 발전과 전쟁이라는 테마 속에서 쉼 없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류가 바다를 이용해 만든 이 연결망을 보고있으면 내가 바다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상관없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류는 바다를 통해 더 멀리 퍼져나갔다. 14,000년 전 해로를 잘 이용해서 육로로 걷는 속도보다 빨리 남아메리카 남쪽까지 이동했다는 증거가 칠레 남부 해안 지역 몬테 베르데(Monte Verde)에서 발견되었다. 카누를 탄 인류가 거주지를 찾아서 기원전 3500년경 중국 남부나 타이완으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더 멀리는 이스터섬까지 나아갔다. 항해의 목적은 이주였고, 섬에 흩어져 정착하며 살던 사람들은 다른 섬, 다른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도 배를 탔다. 태평양 사람들에게 세계는 광대한 바다에 둘러싸인 섬들(islands in a far sea)이 아니라 섬들로 구성된 바다(a sea of islands)’(바다 인류, 42)로 바다를 고립의 원인이 아니라 연결의 무대로 보았다. 하지만 바다 인류에서 보여주는 바다에서 이 연결의 의미는 점점 변화해간다. 삶의 조건에 따라 바다를 이용하는 목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다 인류는 그 변화를 따라가는 책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원전 4500년경부터 사하라 지역과 아라비아 지역이 사막화되어갔다. 사람들은 살고자 강으로 찾아들었고 그 결과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과 함께 문명이 발전하게 되었다. 강과 바다의 수송 네트워크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인도의 고대 문명권과 연결되었다. 연결은 국가의 번영과 쇠퇴에 의해 지속되거나 방향을 바꾸었다.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와 교류하며 위대한 문명을 꽃피웠다. 나일강을 이용해 주변 지역, 멀리는 지중해 크레타까지 교류, 교역, 갈등을 겪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해상으로 팽창해나가 외래문화 요소를 흡수하고 외부의 침략을 막거나 외부로 거침없는 힘을 펼쳤다. 지중해에는 미노아와 미케네 문명이 활발하게 교역 활동을 했다. 이러한 해상 문명의 발전은 기원전 13~12세기에 잠시 암흑기를 보이다 기원전 9세기경에는 지중해 동부 해안 지역의 상업 민족인 페니키아인이 해상 문명을 이끈다. 잠시 주춤했던 그리스인도 다시 지중해 연안과 흑해 지역으로 확산해나가 거류지를 형성했다. 지중해의 해상 네트워크는 올리브기름, 포도주, 직물, 도자기, , 은 같은 상품이 이동하고, 건축, 문자, 시가 등 문화 자산들이 중첩되어 전달되는 연결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원전 850년 전 그리스의 전함에 달린 충각(衝角, ram)에서 조금씩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지중해 바다 사람들은 이제 패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한다. 오늘날의 땅처럼 내 바다, 니 바다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도양에서는 장구한 기간 끊임없이 다방면으로 교역이 행해졌다. 이곳은 지중해와 달리 어떤 세력도 패권을 장악하지 않았다. 저자 주경철은 이 거대 해역을 다양한 중심점이 존재하는 다중심적(polcentric)공간이라고 표현한다. 몬순이라는 계절풍이 규칙적으로 부는 이곳은 교류의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되고 중첩되는 방식으로 확장해갔다. 또 지중해 세계와 인도양 간 교역도 발전했고, 이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간 교역이 인도양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혈연·출신·종교에 따른 상인 공동체들이 협력하며 상업 활동을 수행했다. 종교, 문화, 언어의 차이를 넘어 교역과 교류가 가능한 이 바다는 개방적이고 평화적인 바다였다.

(좀 더 쓰겠습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