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이븐 바투타 여행기](1) 절로 생기지 않는 믿음
해양 인류학, 『이븐 바투타 여행기 1』(1), 250526, 보나
절로 생기지 않는 믿음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 대모스크에 운집한 사람들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은 누구나 매일 이슬람교의 제1의 성소인 메카의 카아바 신전을 향해 예배를 하고, 5대 종교의무의 하나로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한다. 독실한 신앙심과 종교가 없는 나에게 이러한 무조건적 의무가 수반되는 종교의식은 놀라움과 함께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이슬람교와 순례기의 첫 만남은 용어에서부터 막막함 그 자체였다. 한글로 읽고 있지만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이러한 막막함!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중세의 탐험가인 이븐 바투타가 성지순례와 동방 이슬람세계의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이슬람 성소, 명소, 명인들을 찾아 여행하며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기술한 견문록이다. 아무리 이슬람세계를 중심으로 여행했다지만 장장 30년에 걸쳐 3대륙을 넘나들었던 그의 대장정은 어떠했을까? 이븐 바투타가 여행을 수행한 14세기에는 이슬람세계가 세계 중심세력의 하나로 기능했지만, 종래의 통일적 이슬람세계에 다극화·지역화가 추진되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와 그에 따른 수많은 어려움에도 그는 어떻게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을까?
브라이언 페이건의 『인류 대항해』에 의하면 문화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정신적 도약을 위해서는 호기심과 자신감뿐만 아니라 강력한 정치·경제·사회적 동기나 깊은 종교적 믿음이 필요하다. 30년간 이븐 바투타의 여행을 지속 가능하게 했던 것은 깊은 종교적 믿음을 기반으로 한 무슬림들의 수행과 포교활동의 거점인 ‘자위야’와 선배 선지자들과 명인들의 축적된 지식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이븐 바투타는 이슬람 교조인 무함마드를 비롯해 선행으로 명망이 높은 각 성소와 명소의 ‘쑬탄’(11세기 이후 쑨니파 이슬람제국의 군주)과 ‘할리파’(무함마드의 위업을 계승한 이슬람국가 최고통치자), ‘샤이흐’(종교적으로 권위와 신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존칭), ‘이맘’(종교행사를 주관하거나 무슬림 집단을 지도하는 사람), ‘아미르’(왕자, 친왕, 수령, 지휘관) 등의 선지자, 명사들에게 모두 ‘알라의 가호와 자비, 영총’을 기원했다. 또한 그들의 도움을 천운으로 여기며 여정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믿음이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먼 것을 가까이하고, 닫힌 문을 열게 하는 선지자들의 노력(지하드(성전(聖戰), 이슬람세계의 확대나 방어를 위한 노력과 분투, 전쟁)의 결실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노력은 먼 것을 가까이하고, 닫힌 문을 열어제친다.”(이븐 바투타, 정수일, 『이븐 바투타 여행기 1』(창비); 71쪽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