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인류학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완전히 긍정하는 주인공들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정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주인공의 삶이 어디로 이끌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규정 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 온갖 살 궁리로 복작거리는 숲에서 깔깔 웃고 떠들며 놀다 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 자리에서 지금 여기의 삶에 감사하며 한 걸음 더 낯선 길을 나서봅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우연을 수용하고 마음껏 상상하는 것 뿐!
[모던한 바다 엄마의 동화 읽기] 미야자와 겐지라는 새로운 렌즈
미야자와 겐지라는 새로운 렌즈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에서 온 우주상의 모든 것(thing)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말합니다. 의인화를 통해 겐지는 ‘생명의 모든 존재는 형제’라고 말합니다. 만물이 ‘형제’로 엮여 있는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첫 번째 죽음과 육식, 두 번째 훌륭함과 어리석음, 세 번째 거짓말과 노래입니다.
1. 순환 – 죽음 그리고 육식
미야자와 겐지 작품 곳곳에서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등장인물들은 ‘죽어도 좋다’라고 말하거나 ‘죽을 결심’을 합니다.독 겐지가 ‘죽음’ 장면을 스케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생명은 죽는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존재의 위치는 죽음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죽음은 육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생명이 산다는 것은 결국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먹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죽어야 하고, 누군가를 위해 나 또한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자신이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육체가 먹이였음을 깨달을 때 이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요?
「편지 1」에서 용은 자신의 나쁜 짓을 깨닫고, 숨을 참으면서 사냥꾼과 작은 벌레에게 자기 몸을 뜯깁니다. 자신의 신체를 기꺼이 내어주면서 결국 부처가 됩니다. 먹히는 존재로서 윤리적 감각을 가졌을 때 가장 높은 위치로 올라갑니다. 「쏙독새의 별」에서 쏙독새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주변 새들의 미움을 받습니다. 쏙독새의 의미는 ‘밤매’인데 어느 날 매가 찾아와 ‘한량’이라고 개명하라는 강요를 받고, 개명할 바엔 죽겠다고 결심하죠.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 입으로 들어온 곤충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굶어 죽겠다고 결심합니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결국 높이 날아올라 하늘의 별이 됩니다.
반면 과한 식탐을 가진 주인공들은 어리석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호라쿠마학교를 졸업한 세 학생」에서 거미, 민달팽이, 너구리는 더 커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남들을 잡아먹다 결국 썩고, 녹고, 터져 죽습니다. 「잘듣는 약과 훌륭한 약」에서 다이조는 과식으로 몸이 뚱뚱해졌고, 더 많은 음식을 먹기 위해 약을 찾습니다. 찔래 열매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유리 조각, 수은과 염산을 넣고 그 약을 먹고 죽습니다. 더 커지기 위해 더 많이 먹기 위해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습니다.
먹이에게 높은 윤리적 의식을 가진 인간 주인공은 바로 「나메토코 산의 곰」의 주인공 사냥꾼 고주로입니다. 고주로는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곰을 쏴야 하는데 곰을 쏘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곰아 네가 미워서 죽인 것이 아니다. 나도 먹고 살려면 너를 쏘아야 한다. … 네가 곰으로 태어난 것도 업보고 내가 사냥꾼이 된 것도 업보야. 다음에는 곰으로 태어나지 말거라.” (『미야자와 겐지 전집 1』, 「나메토코 산의 곰」, 347쪽) 곰은 지금 할 일이 있다며 2년 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해주어 사냥꾼은 곰을 살려줍니다. 2년 후에 정말로 곰은 자신이 약속한 대로 고주로의 집 죽어있었고, 사냥꾼은 곰에게 절을 했습니다. 마지막, 곰이 자신을 죽일 때도 고주로는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곰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베지테리언 대축제」에서 인간은 먹이 사슬에서 속에 위치하지만, 인간이 먹이로서 자기 신체를 내어줘야만 하는 ‘비상사태는 거의 없기 때문에’ 평상시에 식물을 먹고, 동물은 죽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가 먹히는 ‘비상사태’는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존재가 우리의 ‘형제’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먹이사슬의 위치를 성찰하지 못하고 많이 먹고 커지는 것이 훌륭하다고 믿는 세상입니다. 겐지는 인간 또한 자연 속에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2. 관점 – 훌륭함 그리고 어리석음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에서 ‘훌륭함’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며 ‘훌륭함’의 기준에 의문을 품습니다. 「도토리와 들고양이」에서 도토리들은 재판에서 크기와 외모로 훌륭함을 판단하려고 서로 싸웁니다. 재판에 초대받은 아이 이치로는 ‘가장 어리석고 엉망인’ 것이 가장 위대하다고 말합니다. 「호라쿠마 학교를 졸업한 세 학생」에서 학교에서 배운 ‘큰 것이 위대하다’라는 기준에 맞게 더 커지려고 거짓말을 하면서 상대를 잡아먹습니다. 그 셋은 결국 죽게 되죠. 「겐주공원의 숲」에서 젊은 박사가 십오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말합니다. “우리는 그 겐주라는 사람이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헤헤 웃고 있는 사람이었죠. …… 이 삼나무도 전부 그 사람이 심었다고 합니다. 아아, 정말이지 누가 현명하고 누가 어리석은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3』, 「겐주공원의 숲」, 262쪽)
겐지의 작품에서 외모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놀리고 따돌리는 장면(「고양이 사무소」, 「은하철도의 밤」, 「쏙독새의 별」,「마음씨 고운 화산탄」) 또한 자주 나옵니다. 어떤 누군가도 누구를 훌륭하다고, 어리석다고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세계에서 모든 존재는 상대적이기 때문이죠. 「마음씨 고운 화산탄」에서 떡갈나무가 싹을 틔웠을 때 화산탄 베고를 ‘엄청나게 큰 검은 산’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떡갈나무는 이제 베고의 다섯 배로 커졌습니다. 또한 「바라우미초등학교」에서 인간의 수렵은 여우에게는 호신에 해당하고, 여우의 수렵은 우리의 축산업에 해당합니다. 시간, 장소에 따라 신체의 위치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고,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훌륭하고 누가 어리석은지 절대 알 수 없죠.
이런 관점은 인간을 허무주의로 빠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겐지는 과학과 종교를 통해 ‘진정한 앎’을 연마합니다. 과학은 자연에 놓인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도구입니다.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은 0.00076밀리미터 또는 0.0004밀리미터이기 때문에, 이보다 작은 것의 완전한 형태는 우리에게 절대 보이지 않는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2』, 「편지 3」, 349쪽).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지만, 사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 범위만 감지할 수 있습니다. 새가 볼 수 있는 범위를 인간은 절대 볼 수 없죠. 한계는 우리를 허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합니다.
‘진정한 앎’이란 알면 알수록 자연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 현명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법이지만, 그날 그 이기리스 해안에서 나는 절실하게 그런 생각지도 못한 일을 느꼈습니다. 바늘로 찔리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맨몸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얀 바위 위에 서 있었는데, 마치 태양의 하얀 햇살에 야단맞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2』, 「이기리스의 해안」, 213쪽) 과학의 진정한 앎은 훌륭해지는 것(양적으로 커짐)이 아니라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가 다른 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다음은 종교적 깨달음입니다. 불교의 윤회를 보여주면서 ‘무한의 세월 속에서 무한의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생물은 모두 무한의 세월 속에서 부모형제’ (『미야자와 겐지 전집 2』, 「베지테러언 대축제」, 424쪽) 임을 강조합니다. 「26일의 밤」에서 호치키는 가장 작고 착한 올빼미이지만, 아이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주변 올빼미들은 아이들에게 복수하자고 선동하지만, 스님 올빼미는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호치키는 자기의 아픔을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올빼미를 위해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하죠. 스님 올빼미는 죽더라도 다시 올빼미로 태어나 끝없는 번민을 겪는다는 설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겐지의 작품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존재는 바로 별입니다. 주인공들이 별에 기도하거나, 죽을 때 별을 보는 장면이나, 별이 되고 싶어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별은 하늘에서 자연 속의 모든 것(thing)과, 그들의 관계, 그들의 번뇌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윤회의 사슬 속에 놓여 있지만, 수행과 수련으로 가장 높이 떠 있는 별이 될 수 있습니다.
3. 소통 – 거짓말 그리고 노래
미야자와 겐지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말하고 또 말이 많습니다. 말이 많기 때문에 거짓말하는 장면도 곳곳에 나옵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거짓말이 잘못되었다고 교육받았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한 친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겐지의 작품에도 거짓말을 하다가 벌을 받는 장면도 나오지만, 거짓말을 단순하게 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거짓말 또한 연결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토신과 여우」에서 여우는 자작나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무심코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괴로워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자작나무는 여우의 말에 너무 기뻐하죠. 반면 진실을 말하는 토신은 자작나무를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토신은 여우를 향한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결국 여우를 비극적 죽음에 빠뜨립니다. 마지막 장면에 엉엉 울고 있는 건 토신이고, 살짝 미소를 띠고 있던 건 죽은 여우입니다. 왜 거짓말을 하는 여우가 미소를 띠었던 걸까요? 훌륭함과 어리석음의 기준이 상대적이듯 뭐가 거짓이고 뭐가 진실인지 아무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바라우미여우초등학교」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정직’이다 라는 말을 칠판에 적습니다. 거짓말을 하다 보면 결국 진실에 가까워진다고 여우 선생님은 설명합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의 세계에서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넘어가는 소통 방식은 노래입니다. 노래는 존재가 달라도 함께 할 수 있고,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를 수도 있습니다. 「눈길 건너기」에서 아이들과 여우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노래로 시작됩니다. 얼굴도 보기 전에 노래로서 서로가 연결되었죠. 여우를 보고 아이들은 놀라기는 했지만, 바로 친구가 되고 환등회에 초대받습니다. 「사슴 춤의 기원」에서 가주는 사슴들의 노래를 듣고 ‘자신과 사슴의 차이를 완전히 잊고’ 자신도 모르게 뒤에서 뛰어나가 사슴들에게 다가갑니다. 사슴들은 그것을 가주를 보고 놀라 도망치기는 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죠. 「목련」에서도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이끌렸고,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한 사람은 ‘나입니다. 또한 당신입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2』, 「목련」, 299쪽)이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말과 글에는 진실과 함께 오해가 엮여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했고, 어떤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했습니다. 겐지는 쉽게 분노하지 말고, 한 발짝 뒤에서 많은 말들 지켜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말의 판단보다는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형제’로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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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친절하게 볼드체로 강조까지. 귀에 쏙쏙.
나도 우주의 모든 것(thing) 중 하나, 너나 나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은 꿈속에서라도 자아에서 벗어나서 줌 아웃을 해보고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안경렌즈를 새로 바꿔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잠시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곧 더 밝게 보이게 되지요. 우리가 평소 모르던 진실에 접근하게 될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질어질 혼란스럽지만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혼탁해진 눈이 더 밝아진 느낌. 게다가 모던 맘이 닦아 준 렌즈로 바라본 미야자와 겐지는 너무 맑고 투명해서 더욱 새롭게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겐지 동화의 세계.
세 가지 주제로 너울너울 펼쳐지는 선율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한계는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서로 판단하지 않고 함께 노래 할 수 있다면!
이기리스 해안. . 아. 정말 아름다운 동화지요. 죽음을 생각하면서 삶을 찬미하기! 진정한 운명애를 봅니다. 글도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