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전집] 안데르센의 다르게 말하기
안데르센의 다르게 말하기
2024.12.18. 최수정
“우리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실이 있습니다. 그 실은 우리가 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건 의미합니다. 이 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존재합니다. 우리 주변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이 숨어 있는 실을 찾아내려면 시인의 눈과 시인의 가슴을 가져야 합니다. (……) 그 실은, 그가 살던 시기에 함께 살던 사람의 약한 모습이나 우스꽝스런 모습 속에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시인이 하는 일은 주로 신화나 전설 등의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빙 돌려서 얘기하는 걸 돌려서 듣지 않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겠지요. 빙 둘러서 하는 얘기 속에 담긴 의도와 의미를 통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실을 찾아야 합니다.
벽이나 바위 혹은 높은 산에서 메아리가 들릴 때 벽이나 바위나 혹은 신이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화나 풍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 속에서 어떤 의미와 지혜 그리고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시인의 눈과 시인의 가슴을 가진다는 건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걸 통해서 우리는 아름답고 진실하고 선한 걸 접할 수 있느니까 말입니다.”(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이경식 옮김, 『안데르센 자서전』, 667∼668쪽』)
안데르센에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숨어 있는 실’은 ‘신’의 형상이다. 신은 ‘사람의 약한 모습이나 우스꽝스런 모습 속에 함께 들어 있’다. 신화나 전설의 ‘놀라운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의미를 품고 있다. 그 의미를 알아채는 사람만이 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안데르센은 신화나 전설이 비밀을 품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위의 글에서 안데르센은 자신의 동화가 ‘우화’나 ‘풍유’를 숨기고 있다고 고백한다. 안데르센이 옛 신화의 신들조차 두려워했다는 시인의 ‘풍자’를 빌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켈트 신화에서는 풍자는 일종의 강력한 저주의 일종으로 분류되었으며, 심지어 신들조차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들의 왕 다아다(다그다)조차 지나가던 ‘시인’이 자신에게 귀한 식사를 대접하지 않으면 풍자를 퍼뜨리겠다고 협박하자 어쩔 수 없이 식사를 대접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출처:나무위키)
나는 안데르센 전집을 끝까지 읽고도 안데르센 동화가 말하는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 위의 대목을 읽으면서 그 이유가 내가 안데르센이 돌려서 하는 이야기를 돌려서 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데르센 동화에서 ‘우화’나 ‘풍유’가 두드러져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동화의 유연한 형식으로 돌려서 말하는 ‘우화’나 ‘풍유’를 알아듣지 못한 것과 관련해 풍자, ‘알레고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알레고리(allegory)
알레고리는 은유적으로 의미를 전하는 표현 양식으로, 주로 문학에서 사용된다. 때론 우의(寓意), 풍유(諷諭)로 불리기도 한다. 알레고리는 은유와 비슷하지만 그 상세함에서 은유보다 길게 지속되고 더 충만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상상’에 호소한다.
우화는 하나의 명확한 교훈을 가진 짧은 알레고리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유가 단어나 문장에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알레고리는 우화처럼 이야기 전체 등으로 훨씬 큰 범위를 지닌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출처:위키백과)
알레고리는 ‘다르게 말한다’는 그리스의 ‘allegoria’란 말에서 유래한 알레고리는 주로 도덕이나 현실풍자를 통해서 듣는 사람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강한 목적성을 지닌다. 이는 상징과는 다른데, 상징이 시어 하나를 지칭한다면 알레고리는 서술구조의 의미화과정을 일컫는다. 알레고리가 문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작품해석을 폐쇄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상징을 넘어선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알레고리는 추상적이니 관념을 인간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구체화하여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당대의 삶의 가치나 시대정신을 주로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속화된 물질문명과 거기서 발생한 물질적 욕망에 매몰된 현대인을 동시에 비판하기 위해 시적 주체가 ‘다른 무언가’가 되어 그 입장에서 죽음도 불사하며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제시하여 현대 사회와 현대인의 문제를 빗댄 작품은 알레고리의 방식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특정 대상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인간 세계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그 가치를 상실하고 부정적 현실에 매몰된 모습을 제시하여 비판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시인의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2024 수능)
“벤야민에게 있어서 알레고리는 화해할 수 없는 것들–건설과 파괴, 희망과 슬픔, 미몽과 각성, 실재와 허구–의 반립 속에서 생겨난 예술 형식이다. 이러한 것들은 서로 반립하지만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알레고리적 순간을 창출해낸다. 이 순간에 알레고리는 사물들의 무상성에 대한 통찰과 이들을 영원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표출한다.”(출처:지식백과)
알레고리의 힘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감동의 원천으로 기능한다. 안데르센의 동화의 알레고리는 역사나 전쟁과 같은 시대적 배경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인물이나 공간이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 안데르센의 여행은 그가 먼저 선택한 알레고리에 나머지 세부 사항에 살을 붙이기 위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