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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제2장 질서가 있는 시작 주술

작성자
남연아
작성일
2025-02-18 19:07
조회
60

질서가 있는 시작 주술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제2장에서 말리노프스키는 본격적으로 트로브리안드의 경작지 작업을 설명하고, 각 작업에서 펼쳐지는 주술을 정리하였다. 그는 주로 부유하고 비옥한 지구인 키리위나의 중심부인 오마라카나에서 관찰한 내용을 서술하였다. 오마라카나는 타발루 하위 씨족의 중심지이다. 오마라카나의 경작지에서는 공식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최고 족장이 카일루에 빌라라는 경작지 주술 체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경작지의 주요 인물들 (p220~)

  말리노프스키는 경작지 주요 인물들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그가 오마라카나를 방문했을 때 마지막 족장인 토올루와가 살아 있었고, 쿠부도가(높은 단) 위에 앉아 있어서 마을에서 눈에 띄는 존재였다. 하지만, 유럽의 침입 이후 그의 자존심은 꺾였고 그는 대부분의 직책에서 은퇴했다. 그의 경작지 주술은 모계 조카이자 직접적인 승계자인 바기도우에게 위임되었다. 주술과 직책은 “여성의 핏줄로 세습되는데, 형에게서 남동생에게로 외삼촌으로부터 조카에게로 세습된다.” (222쪽) 드물지 않게 아들에게도 위임할 수 있다. 바기도우의 전임자는 아버지 요와나였는데, 요와나는 경작지 주술을 바기도우에게 가르쳤고, 바기도우는 자기 외삼촌의 동의를 받아서 오마라카나에서 주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말리노프스키는 바기도우 배려 덕분에 오마라카나의 주술과 경작지 작업을 연구할 수 있었다. 바기도우는 토착 정신의 보고였고, 뛰어난 능력과 지성을 겸비했으며, 기억력이 탁월했다. 그는 대단한 인품이지만 내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담배로 매수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222쪽) 그는 백인 남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정보 제공자로서 매우 느긋했고 유능했다. 그는 폐병을 앓아서 자신의 집 주위에 머물러야 했고, 말리노프스키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병들었지만 모든 경작 활동과 주술을 몸소 계속했고, 예식들을 직접 수행했다.

  의 중요한 조수는 남동생인 토웨세이와 미타카타이며 대부분의 주술 문구를 배웠고, 바기도우의 복사처럼 행동했다. 요부크와우는 최고 족장의 아들이여 크워이나마 씨족인데 경작지 주술사의 개인적인 친구였다. 공동체는 몇 가지 계층으로 나눠졌다. 첫째로 신분이 높은 주민들은 족장의 모계 친척들이고, 둘째로 소유권이 박탈된 원래 소유자들의 부류에 속하는 하위 씨족들이다. 마지막으로 낮은 신분인 빌로무그와는 주민이 아니라 족장의 수하 혹은 종복으로서 마을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중 서너 명은 경작 능력에 따라 구별되었는데 그들을 토크와이바굴라 (완벽한 경작자들)이라 불렀다.


섬세하게 따라가야 보이는 토착민의 삶

  말리노프스키는 학설에 얽매이거나 자료를 수집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작업하는 토착민들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일을 실행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럴 때 토착민의 행동을 토착적인 의미에 진정으로 접목시킬 수 있으며, 토착민들에게 경작지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225쪽)

  그는 <그림3> 시간 계산표를 정리해 토착적 달, 카이마타 (주요 경작지), 카이무그와(이른 경작지)에 대해 설명한다. 해마다 열리는 밀라말라 잔치는 트로브리안드의 신년 의식이고, 8월에 개최된다. 밀라말라는 경작작업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전 수확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경작지 작업도 시작되며, 이후에 화전과 정리, 그리고 카이마타에서의 파종이 진행된다.


1. 카야쿠 – 경작지 회의

  경작주기를 여는 주술을 시작하기 전에 법적 예식전 준비단계를 거친다. 다음엔 야코키 달 (9월)에 바기도우는 화창한 날씨가 이틀 동안 이어지는 날을 기다린다. 그는 자기 화톳불 주위에 서서, 카야쿠(경작지 회의)가 내일 개최될 것이라고 마을에 알린다. “좋다! 내일은 토울루와가 카야쿠를 개최할 것이니라. 경작을 시작할 시간이 왔도다.” (226쪽)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서, 채워야 할 창고들, 토지의 구획, 참석할 사람들, 먹을 것들 등등 무엇을 할지 말한다. 오마라카나의 남자들은 우선 족장의 커다란 개인 집(리시가)앞에 모인다. 그리고 나서 몇 발짝 떨어진 바기도우의 집 앞에 모여서 반원형으로 앉아서 절차를 기다린다. 어떤 경작지를 누가 경작을 할지 결정하는 자리이다. “모두에게 모두가 아는 내용을 이야기하며, 모두가 거기에 동의해야 하는 그러한 연설들은 트로브리안드의 공적인 생활의 특색을 이룬다.” (229쪽)


  경작지 구획 (크와빌라)은 더 작은 소구획들(발레코)로 세분화하면서 경작지를 헤아린다. 대부분의 소구획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소구획들은 집계가 되고, 분명하게 구획하고 분할하여 규칙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그림 4>는 말리노프스키가 경작지의 도식을 그려놓았다. 경작지 사이에 자연스럽게 가로지르기 위해 길이 있는데 그 끝에 울타리 계단(칼라피실라 오 발루)이 만들어진다. 이 자리에는 레이워타(표준 소구획)이 존재한다. 남자들은 저마다 소구획 여러 곳을 일구는데 소구획 숫자는 각자의 지위와 힘 근면성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은 셋에서 여섯 사이의 소구획을 경작한다. 토크와이바굴라(완벽한 경작자) 들은 여덟 곳에서 열 두 곳을 발레코를 일군다.


  시나케타에서 열린 카야쿠의 내용을 기록했을 때 족장이 누가 특정한 소구획을 일구겠냐고 물어보면 평민들이 차례대로 “저요”라고 대답한다. (234쪽) 토지 보유권을 두고는 다투지 않는다. 타카이와(덤블치기)를 할 때 누가 이 소구획을 할 것인지 가지고 때때로 다툰다.


2. 성대한 의식시작 – 땅두드리기

  • 도끼를 치료하는 의식

  이제 본격적인 경작 주기를 여는 주술의식인 요워타가 펼쳐진다. 이제부터 토올루와는 이제 물러나고 바기도우가 몫이 된다. “첫 번째 예식은 영들에게 재물을 바치고 땅을 두드리며 또 땅을 문지르는 행위를 통해서 그 계절의 작업 전체를 개시한다.” (239쪽) 카야쿠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에게 물고기와 영들에게 바칠 공물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기도우는 허브를 직접 채집하러 간다. 그리고 카일레파 (주술용 지팡이) 땅을 두드린다. 바기도우는 예식 이삼일 전에 이를 알리고, 남자들은 각자 바구니를 준비하고, 팔찌에 향기로운 허브를 찔러넣고, 몸에 기름을 붓고 채색을 한다. 각자 준비를 마치면 모두 주술사의 집 앞에 모인다. 이때 서쪽 교외에서는 틸라이키키 (간헐적인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데 공물을 가진 남자들이 헐떡이고 소리 지르며 주술사의 발 앞에 물고기들을 던져놓는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작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주술사는 물고기를 빠른 속도로 나눈다. 왜냐하면 너무 상해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240-241쪽)

  식사를 한 뒤 첫 번째 주술 행위가 진행된다. 남자들은 모두 자기 도끼를 주술사에게 가져오고, 주술사는 화덕 반대쪽의 침상 위에 펼쳐진 깔개에 그것들을 놓아둔다. 여기서는 칼날을 감싸지 않고 두는데 이는 “토워시의 목소리와 거기에 실려 있는 주술적인 효능이 칼날과 허브 속으로 침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41쪽)

<문구1>은 조상들에게 공물을 내려놓고 보여준다. 내일 경작지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해충들을 쫓아내달라고 말한다. 여기서 토워시가 이야기하듯이 조상의 영들에게 직접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문으로 여기지 않는다. (243쪽)

<문구 2>바투비 주문인데 가장 중요한 문구이다. “길을 보여주소서”를 반복하며 외치고, 다음에는 조상들의 이름을 읊는다. “경작지의 배가 부풀어 오르네 / 올라오네/ 가라앉네 / 자라네 / 굽어지네 / 솟아오르네” 경작지를 하나의 생명체로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액막의 문구인데 유충들에게 쓴다, 분다, 몰아낸다, 내보낸다, 쫓아낸다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유충들을 위해 바닷길을 열었다고 말하며 라바이라는 마을로 가라고 말한다. 바투비 주문의 마무리는 다시 “길을 보여주소서” – 조상의 이름 – “경작지의 배가~” 첫 번째와 동일한 문구를 반복하며 마무리된다.

이 주문들을 다 마친 후 도끼날을 주술적 효력으로 단단히 감싼다. 이 모든 과정은 45분 정도 걸렸다. 도끼들 위에 깔개를 조심스럽게 다시 덮어서 다음 날 아침까지 그대로 놓아둔다.


  • 카이가가 (250쪽)

다음날에 남자들은 주술사의 오두막 앞에 다시 모인다. 각자의 도끼를 받아서 어깨에 걸친다. 그들은 축제 차림새를 했는데 히비스커스 꽃 한두 소이를 머리에 꽂고, 허브 팔찌를 끼웠다. 얼굴에는 심홍색 물감으로 몇 개의 선을 그려 넣었다. (249쪽) 주술사는 케일레파를 들고 앞으로 와서 이 막대기를 왼손에 자신의 도끼를 오른손에 쥐고서 가장 가까운 마을의 울타리 계단에 인접한 주요 경작지 소구획의 모퉁이로 걸어간다. 그는 작은 묘목 한 그루를 세게 한 번 내리쳐서 잘라낸다. 묘목을 오른손에 들고 카이가가라고 부르는 주문을 읊조린다.

<문구3> “나쁜 나무”라고 말하며 “싸우는 덤블돼지”라고 말한다. 너희를 차고, 해치우고, 가버리고, 돌아가라고 외친다. 주문 후에 나무를 정글로 던진다.

“카이가가 주문은 부정적인 주문이었지만, 이 주문은 전체 농경 주기 동안 농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주문이다.” (252쪽)


  • 키요워타 (251쪽)

다음 묘목에 쪼그려 앉는다. 이것은 의례적이고 신화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남자들은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아 있지 않는다. 땅을 건드리지 않고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그 후 카요워타의 주문을 읊는다

<문구4> “나는 내 경작지를 개간하네. 마법에 걸린 내 도끼로~”

– 요워타 (251쪽)

토워시는 앉은 채로 손 가드 잡초를 뜯어내서, 몸을 흔들고 땅을 문지르면서 요워타 주문을 읊는다.

<문구 5> “~가장자리를 축복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는 주저앉아서 가장자리를 축복하노라.” “내 경작지의 배가 부풀어 오르네”

탈랄라 “우리가 꽃 피게 하네”라고 묘사되는 이 의식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경작지가 농작물로 넘쳐나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바기도우는 땅을 의례적으로 문지르고 나면, 둠야처럼 부드럽고 비옥하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252쪽)


  • 케일레파

주술용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면서 케일레파 주문을 외운다.

<문구 6> 나는 그대를 두드린다. 오 땅이여. 그대를 열고 농작물이 대지에서 자라게 하라.


  남자들은 칼라피실라 자리의 작은 빈터에, 길에, 경계띠에 촘촘히 무리 지어 서서 조용히 예식을 바라본다. 주술사의 퍼포먼스가 끝나면 그들은 수동적으로 머물지 않고, 틸라이키키라는 소리를 외치면서 자신의 치료된 도끼를 움켜쥐고 자신의 경작지 소구획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자신의 발레코에서 나뭇가지 두 개를 잘라내고, 개간되지 않는 덤불을 향해 던진다. 복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 각각의 소구획에서 땅에서 뽑아낸 잡초들을 흙에 문지르면서 단지 요워타 문구만을 암송한다. (253-254쪽) 그리고 이제 덤불치기가 개시된다.

3. 덤불치기 작업

  덤불치기는 레이워타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데 공동 노동이 소집된다. 공동 노동은 대대적으로 환영받는데 유쾌한 동시에 경쟁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작업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254쪽) 그들은 다과를 대접받기도 하고, 때때로 타우쿠와쿨라를 외치고 새롭게 기운을 차려서 일을 한다. 날이 너무 더우면 유지 한 사람이 “내가 오늘 타로 케이크를 한턱 내지”라고 외친다. 그러면 작업은 즉시 중단되고, 마을로 돌아가서 둥글게 웅크리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덤불치기를 두고 종종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민간전승에는 경작지 다툼이 몇 차례 언급되는데 덤불치기를 두고 시작된 싸움이 형에 대한 살인으로 끝났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256쪽) 소구획에서 덤불은 예식전 화전에 참여할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 덤불치기가 끝나면 경작지 작업이 오랫동안 중단되는데 덤불이 잘 타오르려면 잘 말라야하기 때문이다. (257쪽) 표준 소구획들은 각 단계마다 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곳에서는 다음 차례의 의식이 뒤이은 경작 단계를 개시하기 전에 덤불치기와 정리, 예비 농작물의 파종 등 해당 단계의 작업이 말끔하게 끝나야 한다.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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