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4-5장 후기 “공적 주술, 악에서 멀어지는 형식”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4-5장 후기 김유리 2025-3-4
공적 주술, 악에서 벗어나는 형식
노래는 주술적이고 보편적이다. 노래가 필요한 때는 인생사와 경작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다. 노래로 생로병사와 생장수장 주기를 무사히 밟아갈 수 있도록 염원한다.
음악의 기원을 인간 관계 모델에서 찾는다면 “기르는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트로브리안드 경작지의 성장 주술은 말 안 듣는 자식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주술사는 말 안 듣는 자식에게 노래하고, 말 잘 듣는 자식은 그 소리를 듣고 더 훌륭해지고자 한다.
언어의 주술성은 언어와 음악의 공통 기원에서 유래한다. 주술 언어는 음악적이다. 주술 언어는 음악처럼 전일적으로 함께 느끼고자 한다. ‘함께’에는 사람과 자연이 포함된다. 그리고 조작적이어서 듣는 이에게 같은 정서를 느끼도록 촉발한다. 끝으로, 모방적(mimetic)이기에 자연 형태를 보고 메시지를 만든다. 동글동글하게, 튼튼하게 자라라는 형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기르고자 한다.
주술사는 ‘공동체의 얼굴’이고 공동경작지는 ‘이념’이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전일한 공동의 몸에서 주술사는 얼굴의 역할을 한다. 공동경작지는 이 공동체의 이상적인 개념을 구현한다. 공동경작지는 사적인 이익을 공적인 것으로 녹여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주술사는 공동의 몸을 공동의 이상에 맞게 한 구간씩 움직여 나가도록 이끄는 막대한 부담을 진다. 어려움이 닥칠 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주술사를 바라본다. 모두가 주술사의 강렬한 메시지를 희구한다.
주술은 무슨 일을 하는가? 주술은 형태를 만들고 방향을 잡는다. 주술은 공동체가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를 설정한다. 주술은 인간성의 한계선을 그어 주고 땅과의 관계에서 겸손한 태도를 취하게 한다. 주술은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여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한다. 주술은 노래(말과 음악)로서 전일한 느낌을 공동체가 느끼게 하고 부분(사적 이익과 개인의 경쟁심)을 전체에 녹여낸다. 주술은 권위를 가지고 공동체가 움직여 갈 방향을 가리켜 보인다.
주술은 어떻게 하는가? 주술은 감정을 다루고, 사회 갈등을 중재하고, 사회를 하나로 묶는 형식을 발견하고자 한다. 사적으로 해결하거나, 경찰과 정부 제도에 위임하지 않도록 공동체의 공적 주술로 직접 하려고 한다.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굶주림은 방지되어야 하고, 모욕은 공동체의 허락 하에로 극복되어야 한다. 어떻게? 주술은 사적 이익, 질투심, 복수심 등 악에서 벗어나는 형식을 공동체 내부에 보유하고자 한다. 주술은 신화와 함께 공동체가 넘어서는 안 될 한계를 긋고, 공존해야 하는 상대와의 거리를 조정하는 방식을 고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