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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2_9장 발제, 주술의 기원은 하나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5-03-11 16:14
조회
16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2_9장 발제

 

2025.3.11. 최수정

주술의 기원은 하나

 

저자는 오마라카나의 경작 세부사항들을 통해 트로브리안드인의 경작 관습과 믿음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트로브리안드인이 의례 과정을 정의하는 범위를 살펴볼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요소들이 일관된 행동 체계 속으로 통합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마라카나의 경작 체계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트로브리안드의 경작을 전반적으로 대표하는지를 간략히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술 체계의 세부 묘사가 필요하다고 하며 오마라카나에 인접한 쿠로카이와의 몸틸라카이바 체계를 예로 들어 기술한다.

트로브리안드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세부적으로 정교한 의례와 주문을 갖춘 경작지 주술이 발달했다. 모든 마을이 저마다 고유한 주술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마을마다 일련의 주술 문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모계로 전수된다. 그리고 언제나 마을 공동체의 지배적 하위 씨족이 그 문구들을 소유하며, 이 하위 씨족의 우두머리 혹은 대리인이 공동체를 위해서 그 주술을 수행한다.

 

부록1(353~356)-주술 체계

트로브리안드인은 인간에게,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극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일에서 주술이 본질적인 요소라고 여긴다. 주술은 인간이 발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트로브리안드인은 땅 밑에서 인간의 시조들이 나타났을 때 주술도 함께 나왔다고 믿는다. 거기서 주술은 항상 존재했다. 주술의 기원은 인류의 기원이나 세상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깊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아니다. 주문의 단어들과 의례의 형식, 거기서 사용되는 재료들은 그것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물이나 자연 과정과 처음부터 공존한다. 주술은 인간이 일정한 자연 과정이나 몇몇 인간 활동에, 혹은 다른 인간들에 대해 발휘하는, 전통적으로 확립된 힘이다.

모든 주술 행위는 주문과 몸짓으로 구성된다. 후자는 때때로 주술사가 적절한 장소에 가서 적절한 대상을 마주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성장 주술 가운데 대부분의 의식들이 그러하다. 좀 더 복잡한 의식에서는 나중에 주술을 수행할 때 사용될 어떤 대상에게 주문을 읊기도 하고, 혹은 주술사가 식량이나 귀중품을 바치거나 전시하면서 영들의 임재를 기원하기도 한다.

트로브리안드에서는 주술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질이나 속성으로 여겨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주술은 어떤 대상 속에 존재해서 거기서부터 또 다른 대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감적 물질이 수행하는 역할은 항상 간접적이고 대리적이다. 특정한 허브나 덤불암탉의 둥지에서 가져온 흙, 혹은 둥근 산호석에서 긁어낸 가루에 대고 주문을 읊음으로써 효력을 강화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물질이 홀로 작용하는 경우는 없다. 주문이야말로 트로브리안드의 주술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다. 주문은 주술에서 가장 내밀한 부분이다. 주문의 말이 비밀이든 아니든, 주문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주술사뿐이다. 공적인 주술의 경우, 언제나 주술사만이 독점적으로 그것을 수행하는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서, 주술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모두가 그 주술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전통적으로 결정되고 인가된 공적인 주술사 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 주술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경작지 주술과 고기잡이 주술, 전쟁 주술, 쿨라 주술, 그리고 비슷한 유형의 공공 의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요술이나 사랑의 주술, 여러 형태의 흑주술에서는 주문이 비밀에 부쳐진다. 그러한 주문은 보수를 지불해야만 전수받을 수 있다. 혹은 주문을 보유한 사람이 감정적으로나 의무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주문을 전수해주고 싶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주문이 전수될 것이다. 주술의 힘은 주로 주문을 익힘으로써 획득된다. 주문은 완벽히 정확하게 암기되어야 한다. 단어를 바꾸거나 승인되지 않은 생략 혹은 잘못된 암송 방법을 사용하면 결과에 엄청나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아니면 주술의 힘을 상당히 감소시킨다고 여겨진다.

주술사가 주문을 암송하면, 인간의 마음 혹은 지성이 위치한 목구멍의 움직임에 따라 주문의 효능이 암송자의 숨결을 타고 전해진다. 이러한 효능은 암송 행위를 통해서 마법에 걸리는 대상에게, 혹은 나중에 마법을 걸 대상에게 사용하게 될 재료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주술이란 인간에게 귀속된 어떤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한 개인으로부터 그의 주술의 후계자들에게 계승되며, 인간의 후두와 인간의 목소리를 사용해서 생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관념은 주술사가 일정한 터부들을 지켜야 하며, 일정한 행위 규정들을 따라야 하고, 주술 수행에 적합한 신체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과 연결된다.

 

트로브리안드인은 각각의 개별적 주술 체계를 저마다 고유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은 하나의 주술 체계가 다른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각각의 공동체는 저마다 자신들의 주술이 적어도 그들의 땅과 경작 기술을 위해서는 최고라고 믿는 듯하다. 경작지 주술의 일반적 성격이나 주술과 작업의 상관관계, 그리고 주술의 실행과 관련된 사회학은 트로브리안드 전역에서 동일하다.

 

유사성

카일루에빌라체계를 예를 들면 이 체계는 오마라카나에서 뿐 아니라 다른 여섯 곳의 마을들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이제는 사라진 마을인 옴람왈루바에서도 실행되었다. 카일루에빌라 체계는 본고장인 루에빌라에서 뿐 아니라 타발루 씨족이 땅속에서 출현한 라바이 마을에서, 쿨루비투에서, 그리고 카프와니와 올리빌레비에서도 실행된다.

이 체계의 이름이 루에빌라에서 유래할뿐더러 매우 북쪽에 위치한 마을 두 곳에서도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체계의 본고장은 아마 섬의 북부 해안지대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체계는 타발루 하위 씨족과 함께 남쪽으로 이동했고, 그래서 오마라카나와 올리빌레비에서, 그리고 이전에는 옴람왈루바에서 실행되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주술이 독립적인 사용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주술 의례와 문구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토착민의 믿음이 얼마만큼 사실에 기인한 것인지 등과 같은 흥미로운 문제를 매우 잘 조명할 수 있다.

주술 체계들의 분포는 대체로 별다른 일관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주술 체계들이 그처럼 흩어져 있으며 신분이나 어떠한 지정학적 원칙과도 뚜렷하게 연관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사실이야말로 트로브리안드 전역에서 경작지 주술의 본질적 통일성을 보여준다.

 

차이점

오마라카나에 인접한 쿠로카이와에서 시행되는 주술 체계 가운데 한두 가지 예식들이 바기도우가 수행하는 카일루에빌라 체계의 예식과 세부적으로 다르다. ‘몸틸라카이바라고 일컬어지는 주술 체계는 키리위나에서 수행되는 카야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스러운 숲, 오바바빌레에서 예식과 함께 시작된다. 오바바빌레는 오마라카나의 밭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금지된 작은 숲은 틸라카이바의 주술에서만 신화적으로나 전통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숲의 한가운데 큰 돌이 있으며, 쿠로카이와의 토워시는 그 돌 위에서 의식을 수행한다. ‘카야쿠가 개최되기 직전에 조상들의 영들에게 공물을 바치며 <문구 32>의 주문을 읊는다. 시작 예식이 끝난 뒤 곧바로 카야쿠가 열린다.

<문구 34>의 주문을 오마라카나 체계의 카이가가 주문과 비교해보면, 이 주문이 전혀 다른 양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이것은 오마라카나 체계의 카이가가 주문처럼 액막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 문구 35>의 주문도 오마라카나에서 사용되는 주문들과 다르다. 주술용 혼합물 역시 그러하다. 바기도우가 사용하는 열세 가지 성분들 대신에, 나시보와이는 단지 네 가지 재료만을 사용한다.

 

캄코콜라 예식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쿠로카이바 주술 체계 가운데 하나인 캄코콜라예식이 대부분의 트로브리안드 주술보다 훨씬 더 발달한 예식이다. ‘캄코콜라절차의 주요 윤곽은 오마라카나에서와 대체로 동일하다. 그러나 오마라카나의 주술 체계에 없는 중요한 공동 예식이 벌어진다.

쿠로카이바의 경작지 주술사인 나시보와이는 캄코콜라 주기의 시작을 알린다. 남자들은 캄코콜라를 만들 만한 무거운 라푸를 골라와야 하고 경작지에 평범한 터부를 부관한다. 다음날 터부가 걸렸음을 표시하는 막대기인 카일루발로바를 심는다. 수요일 오후에 시작된 의식은 월요일 아침 주술가가 자기 집에 두 종류의 허브, 누누리와 칼루와얄라, 그리고 게우(덤불암탉의 둥지에서 가져온 흙)위에 <문구 38>을 읊었다. 월요일 오후 캄코콜라를 다이마로 판 구멍에 세운다. 나시보와이는 캄코콜라를 차례로 성화(聖化)한다. 몇몇 주술체계에는 마찰열로 불을 피운다던가, 오래된 예식용 칼날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옛날의 기술적 수단들 혹은 과정들이 남아 있다. 각각의 주술적 모퉁이에서 토워시는 손바닥을 펴서 두 개의 카이바바(캄코콜라의 비스듬한 가지들)를 두드렸으며, 뒤이어 캄코콜라 근처에서 특징적인 자세로 서서 주문을 읊었다. 치료하는 동안 그의 얼굴은 발레코를 향해 있었다. 주문을 마친 후, 나시보와이는 어깨에서 베쿠를 들어올려서 똑바로 서 있는 캄코콜라 장대를 쳤다. 그것으로 의식은 끝났다.

주요 예식은 켈리비야카(캄코콜라 파묻기)는 다음날 수행된다. 켈리비야카는 카바파투 주문을 걸어서 집어넣는 일에 해당한다. 카바파투는 캄코콜라의 발치에 파묻히는 잎들이다.

몸틸라카이바체계에서는 주술용 혼합물이 기능에 따라 두 가지 다른 명칭으로 일컬어진다. , 토착민들은 캄코콜라의 발치에 파묻는 혼합물을 카바파투라고 일컫는 반면, 캄코콜라에 기대어 있는 카이바바의 갈라진 끝에 밀어넣는 혼합물을 브와보딜라라고 부른다. 주술사는 이 둘 모두에게 주문을 읊는다. 주술에 참여하는 복사들도 그날 예식이 끝날 때까지 철저히 금식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토워시와 주술 예식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의무다. 이러한 조수들만이 캄코콜라 위에 브와보딜라 잎을 올려놓는 등의 특정한 의식들을 수행할 수 있다. 카바파투를 다루는 일은 남자들 가운데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남자들은 저마다 카바파투를 자신의 발레코에 파묻음으로써 자기 역할을 한다. 쿠프와코풀라와 틸라카이바의 남자들과 여자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거의 모두 참여한 이 예식은, 어느 정도 공개적인 전시도 하면서 공동으로 수행되는 유일한 경작지 의식이다.

 

사갈리

예식 기간에 사갈리가 진행될 때면, 마을 여자들 역시 그들 몫의 일을 한다. 여자들은 마른 가지들과 장작, 혹은 쿰쿠물리(흙속에서 굽기)에 필요한 돌과 물을 잔뜩 준비한다. 또 다른 여자들은 큰 요리 단지(쿠리아)를 준비한다. 여자들은 각자 담당한 구운 타이투를 카보마(나무 접시)에 올려 놓거나 페타(바구니)에 담아서 경작지로 가지고 갔다. 남자들은 허브를 구해오려고 덤불로, 해안으로, 라이보아그(산호섬 능선)로 갔다. 이 예식을 위해 네 가지 종류의 잎들이 필요하다. 세 가지(누누리, 칼룰루와, 워쿠빌라)는 카바파투를 위해서, 한 가지(카이타겜)는 브와보딜라를 위해서 사용된다. 잎은 사용하기 전에 미리 찢어놓지 않는다.

모든 준비가 되었을 때 사갈리가 개최되었다. 사갈리는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발로마(영들)에게 음식을 바치는 의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것은 발로마의 음식”(발로마 카시)으로 일컬어진다. 분배가 끝나면 여자들은 길 위에 몇 분 정도 놓아둔다. 이는 죽은 자들의 영들이 자기 몫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이 일은 그들을 기쁘게 한다고 여겨진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특별한 사갈리는 모든 가구가 어떤 걸출한 공동체 구성원에게, 경작지와 주술사와 그의 조수들, 그리고 몇몇 지역 유지들에게 제공하는 보수 혹은 선물이다. 식량이 분배된 뒤에 여자들은 카보마를 마을로 가져가면서 어린아이들도 데리고 갔다. 남아 있던 소년들도 떠나야 했는데,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그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나서 나시보와이는 계속해서 예식의 주요 부분인 주술용 허브에게 마법 거는 일을 했다. 그는 약 15분 동안 <문구 38>을 읊었고, 주문을 다 읊은 후 자기 앞에 놓인 카바파투 잎을 약간 집어 들고, 두 레이워타 발레코의 캄코콜라 발치에 묻었다. 이 일이 끝나자마자 남자들은 카바파투 잎들을 향해 달려들어서 한 웅큼씩 낚아챘다. 그리고 그 잎들을 캄코콜라의 발치에 묻기 위해서 자신의 발레코를 향해 달려갔다.

두세 명의 조수들(이때는 토브와보딜라로 불린다)이 브와보딜라(카이바바와 캄코콜라의 갈라진 곳에 밀어넣어지는 잎들)가 담겨 있는 두세 개의 바구니를 가져왔다. 그들은 발레코를 돌면서 의식을 수행한다. 먼저 토브와보딜라는 카이바바의 오른쪽 발치로 다가간다. 즉 그는 구조물의 뒤에서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는 마치 몰래 어떤 것을 가져가거나 누군가를 데려가는 것처럼, 눈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양을 흉내 내면서 몸을 구부리고 움직였다. 카이바바가 땅과 만나는 곳에 다다르면, 그는 일부러 조심하는 척하던 태도를 던져버리고 똑바로 서서 또 다른 카이바바의 발치를 향해 달려나간다. 그는 카이바바를 붙잡고, 브와보딜라로 그것을 전체적으로 문지른다. 그리고 나서 그는 캄코콜라에 올라가서 브와보딜라를 카이바바 밑에 밀어넣는다. 이 의식이 끝나면 켈리비아카(캄코콜라 파묻기) 예식이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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