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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훤히 들여다보는데 두렵다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11-20 17:50
조회
38

동화인류학/안데르센 동화전집9/24.11.21/최옥현

 

훤히 들여다보는데 두렵다

 

안데르센 동화는 근대의 시작점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시대(철도, 신문, 전보, 표준시의 도입)와 이전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어린 소년인 윌리엄은 판지를 잘라 붙여 멋진 성을 만들었다. 성의 리셉션 홀에는 그림 카드의 액자가 붙어 있다. 윌리엄이 그림 카드를 향해 고개를 세 번 끄덕여 보이니 그림 카드는 액자에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림 카드작품은 액자종이로 만든 성어린 소년 윌리엄안데르센독자의 겹겹이 층으로 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림 카드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하트 왕, 다이아몬드 왕, 클로버 왕, 스페이드 왕의 순서로 시대가 전개되는 듯하다. 하트 왕의 시대는 버터와 갈색 설탕을 바른 빵을 먹을 수 있는 황금기였다. 성을 쌓고 부수고, 양철 병정을 세워 놓고, 인형 놀이를 했던 굉장히 소박한 시대였다. 좋은 시절이었지만 그들은 싫증이 났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왕 시절에는 가슴에 유리가 박혀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였다. 그리고 왕과 여왕의 기념비를 세웠다고 하니 문자가 있는 역사시대로 진입한 것 같다. 가슴에 유리가 박혀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투명하게 볼 수 있고 알 수 있다는 생각의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일까?

클로버 왕 시절은 근대로 진입한 시대이다. 학교에 가서 배우고, 가슴에 박혀 있는 유리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선과 악의 기준이 확실해졌는지 유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못을 살피고 꾸짖었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은 자연의 법칙과 더불어 사람의 마음까지 알 수 있고 조정 가능하다고 여긴다.

스페이드 왕 시절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리셉션 홀로 나온 스페이드 카드는 절뚝거리고 부서지고 갈라져 있다. 스페이드 문양은 무덤을 파는 삽 모양이다. 화려한 문양을 한 스페이드 카드는 산업혁명의 영국 정부에서 트럼프 카드 판매에 세금을 물리기 위한 용도로 준화폐처럼 쓰였다고 한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스페이드 왕과 주변인들은 낮은 신분으로 몰락하였다.

시대를 비교하는 프레임은 증조 할아버지에도 나오는 구조이다.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의 시절은 힘이 세고 개성이 강한 사람이 많아서 흥미로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손자 프레데리크의 생각에는 그 시대는 야만의 시절이다. 근대의 평균적 인간에 익숙해져 있는 프레데리크에게 인간이 힘이 세고 개성이 강하다는 것은 야만의 표시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제일 좋다고 말한다. 프레데리크의 시대는 빠른 변화 때문에 앞날의 예견이 불가능한 시대이다. 할아버지의 시대에도 시계가 있었다. 무거운 추를 달고 그저 바늘만 움직이는 시계였다. 정확한 시계가 없었을 뿐 그들만의 시간은 있었다.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시간에도 수만 가지의 시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시간과 나무의 시간은 다르다. 나무는 봄과 여름과 가을이 아침과 낮이고, 겨울이 밤이다. 나무는 겨울이 밤이라서 겨울에 잠을 잔다. 나무의 하루는 인간의 365일이다. 시골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몇 시에요? 몇 개요?’였다. ‘점심 먹고 나서, 해가 지고 나면이라든가 한 주먹, 댓 개라는 말들은 우리에게 해독 불가능한 것이었다. 할머니의 시간과 숫자화된 나의 시간은 다르다. 각자의 다른 시간들은 기차가 생기면서 다 통일된다. 프레데리크의 시대가 되자 도시에 철도가 생기면서 유럽에 있는 온 나라의 시간을 통일할 필요성이 도래한다.

할아버지에게 과학기술의 발달은 무기의 발달이며 이것은 서로를 파괴하는 것에 쓰이지만, 프레데리크에게 기술의 발달은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프레데리크는 과학 이상주의자이다. 프레데리크 연인의 사진을 확대경으로 보면서 실물을 상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확대경으로 보는 사진은 실물의 인조새이다. 엑스레이를 찍더라도 볼 수 있는 것은 뼈의 모습와 폐에 있는 염증의 정도이다. 유리를 통해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사진과 엑스레이를 찍고 확대경으로 보는 것들은 진짜새의 일부분일 것이다.

할아버지는 투명한 시계를 통해 시계 안의 기계구조를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었다고 말한다. ‘작은 바퀴들이 움직이는 것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 중 하나가 갑자기 멈추면 시간을 알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어.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믿음을 잃어버린 것이지. 그게 바로 이 시대의 약점이야.’(p1032)

우리는 세상을 기계처럼 상상하고 시간을 숫자화하고 인간을 통일된 ‘1’로 만들었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무엇이든 들여다볼 수 있고 들여다보며 조정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바퀴들로 돌아가는 기계 구조가 인체를 비롯한 생명의 법칙을 규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잊어버리고, 우리가 규명할 수 있는 아주 작은일부분의 톱니바퀴에 연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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