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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7)] 동화 생태학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4-11-06 17:33
조회
48

『안데르센 동화전집』(7) / 동화 인류 연구회 2024-11-6 김유리

 

동화 생태학

-황새가 아기를 데려오기까지

 

 

주제문 : 황새가 아기를 데려온다는 오래된 인간 출생담은 동화 형식의 생태학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너는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됐니? 맨 처음에 어떻게 너희 부모님을 만나러 온 거니?” 하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아이들에게 한번 물어 보고 싶은 게 생긴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평소엔 아이들이 많은 곳을 피해 다닌다. 와글와글 떠드는 까마귀들로 이루어진 회오리 같다. 아이들의 무리가 나타나면 길 끝에서부터 고양이처럼 몸을 숨기곤 한다. 그래도 만약에 그 중 한 아이가 가만히 다가와서 “아기는 어떻게 집에 오는 거야?”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안데르센의 동화 “파이터와 페터와 페르”에서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그런 아이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기를 부모에게 데려다주는 것은 황새다. 황새는 가을에 머나먼 남쪽 나라로 날아가서 지내다가 봄에 돌아온다. 먼 거리를 이동할 만큼 강인하고 큰 새다. 아기 한 명 정도는 부리에 물고 얼마든지 날아다닐 수 있다. 인가 근처에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다. 황새는 먹이를 찾으러 자주 가는 저수지나 우물, 늪지에서 아기를 찾아낸다. 황새는 관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아기라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다. 그럼 아기는 왜 거기에 있었던 것일까?

  원래 아기는 하늘에서 왔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다 보면 별똥별이 지구에 떨어질 때가 있다. 별똥별은 하느님이 보낸 영혼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는 처음에는 먼지보다 작아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로는 집에 아기가 와도 엄마 아빠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빗자루로 쓸어 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람이 누구보다 먼저 하늘 아이를 실어다가 꽃 속에 넣어 준다. 아이는 여러 꽃 속에서 자라는데 파리나 벌의 등에 업혀 다닐 정도로 작고 가볍다. 그럼 언제 저수지로 가게 될까?

  하늘 아이가 조금 자라면 꿀벌들이 꽃꿀을 찾는 일에 방해가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벌들은 아이들을 해치거나 내던지지 않고 살살 업어서 수련 잎에 옮겨 놓는다. 어리둥절하는 하늘 아이에게 개구리들이 자장가를 불러주면 아이는 수련 잎을 이불 삼아 덮고 잠을 잔다. 몸과 마음이 잘 자란 아이를 황새가 가까운 집으로 나른다. 이상이 아기가 집에 도착하는 사연이다.

  아이들은 새 집에서 이름과 성을 받지만, 기질은 그 전까지 어떤 생태적 환경에 의해 길러졌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접시꽃에서 자랐다면 도적이나 예술가처럼 어수선하게 머리를 기를 것이고, 미나리아재비에서 자란 아이의 피부는 매끈하고 노란 빛이 될 것이다. 좀개구리밥이 낀 흙탕물을 먹고 자란 아이는 맑은 물을 마신 아이보다 현실적인 성격을 갖는다. 같은 형제여도 기질이 모두 다른 것은 그래서이다.

  동화의 세계관은 생태적이고 영적이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 역할을 여러 동식물, 물, 바람, 하늘의 별이 나누어 맡는다. 아이의 영혼은 대지에 안겨 몸과 마음이 온전해지고 각자의 인생을 산다. 하늘에서 온 아이는 자연으로부터 아름다움과 지혜를 받아 인간 세상에 전달하고 마지막 순간이 되면 다시 영혼이 되어 하늘의 빛으로 돌아간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하느님 곁에서 지상의 여러 부모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영혼들이다.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동화는 인간이란 작은 존재이며 자연에 의해 길러지고 또 돌려보내지게 된다는 생태적 우주관을 보여준다. 자연 속의 다른 존재들이 작은 것을 다루는 부드러운 손길로부터 생태계 속 한 존재로서 인간이 다른 작은 존재들에 대해 마땅히 취해야 할 돌봄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적절한 환경으로 옮기고 보살펴 온전히 자랄 수 있게 한 들꽃, 벌과 파리, 습지, 개구리, 황새도 모두 사람 가까이에 꼭 있어야 한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적이면서 동화적인 생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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