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탐구생활》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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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수정(1)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가르침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가르침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잇속을 따지지 않고 행동하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권선징악을 강조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가르침을 받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기 행위가 만연하는 동시에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구하는 선한 행위들이 칭송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미야자와 겐지는 우리의 사고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만물에 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애니미즘’을 기반으로 한 세상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상과 관계 맺으며 발생하는 가치관의 혼란은 모두 자신의 잣대에 기인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로, 이러한 기준에서 단지 무엇이 옳은지를 모색하는 방법은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만물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과 능력에 따라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애니미즘 사고체계는 이와는 다르다. 일상의 지루함에 놀림의 대상이 될지언정 쓸모없으면 존재 자체를 제거해버린다는 사고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다름을 이유로 이웃의 조롱을 받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보라는 미야자와 겐지의 「마음씨 고운 화산탄」의 가르침을 통해 미야자와 겐지의 애니미즘을 좀 더 생각해 보자.
사화산 기슭의 들판에 베고라는 별명을 가진 둥근 모양의 크고 검은 화산탄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다. 베고는 소가 움직이지 않을 때 ‘소가 돌이 되었다’는 표현으로 쓸모없는 돌이라는 의미로 주변의 모난 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모난 돌들과 베고는 모두 화산에서 분화했을 때 함께 떨어졌는데, 베고만 둥글둥글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화산 들판의 모난 돌들과 주변의 떡갈나무, 여랑화, 작은 모기와 베고 위에서 자란 이끼는 모두 자신의 잣대를 기준으로 베고의 모습과 크기, 쓸모없음을 조롱했지만 베고는 마음씨가 착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 반전은 들판에 도쿄 제국대학의 지질학자들이 베고를 발견했을 때 일어난다. 작은 이끼에게 놀림을 당하던 크고 쓸모없던 베고는 지질학자들에게는 화산이 분화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완벽한 화산탄의 표본이었다. 화산탄 위에 살면서 베고를 천년만년 변하지 않을 검댕이라고 놀리던 작은 이끼들은 화산탄 표본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베고에서 떼어지게 된다.
베고를 발판 삼아 자랐지만, 그 고마움을 모르던 이끼가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베고의 쓸모를 인정받는 사건에서 만물의 관계성을 잊은 우리에게 자신을 성장시켜 주고 있는 존재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이는 그 고마움을 잊은 존재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권선징악을 논하는 다른 동화와 유사하다. 우리는 『미야자와 겐지 전집』 3권의 「마음씨 고운 화산탄」을 통해 편협한 관점으로 상대를 대하면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점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베고를 훌륭한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대학교의 연구실이 쓸모없다고 놀림을 받던 사화산보다 밝고 즐거운 곳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이다. 완벽한 화산탄에 붙은 작은 이끼는 지질학자들에게 하등의 쓸모없는 것이었고, 그것을 바로 제거하는 것으로 쓸모없는 존재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지질학자의 연구실은 쓸모에 따라 존재를 나누고 그 존재를 부정하는 무정한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 완벽했던 화산탄은 그 쓸모가 다하면 이끼가 그랬던 것처럼 바로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베고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을 것 같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알람 소리를 놓쳤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