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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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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3) 후기_믿음을 기반으로 한 쿨라 파트너쉽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1-23 17:03
조회
49

믿음을 기반으로 한 쿨라 파트너쉽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세 번째 시간이다. 시나케타의 쿨라 원정대는 출발 전 예비 활동으로 카누의 진수와 주술적 의례를 마치고 도부로 출발한다. 강평샘의 발제에 따르면 쿨라의 모든 의례에는 주문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주문은 항해 위험을 막고, 카누가 빠르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주술이나 쿨라에서 행운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데, 쿨라에서 받게 될 빈랑나무에 대한 주문, 최근 고인이 된 자를 깨워 카누에 주술적 힘을 나눠 달라는 기원 등이 이에 속한다. 쿨라 문화권의 사람들은 만약 쿨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술적 의례에 잘못이 있다고 믿는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귀책 사유를 개인과 대상에게 돌리며 원망과 자책을 되풀이하는 산업사회에서는 쉽게 발견되기 어려운 태도이기 때문이다.

출항하는 날 남자들을 떠나보내는 여자들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들은 먼 바다로 쿨라 원정을 떠나는 남자들을 보낼 때 눈물이 나오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쓴다. 눈물과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의 정조는 금기로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또한 교역품이 성공적으로 도착했다는 하늘의 징표로서 우레를 기다리거나, 그들이 돌아올 때 입을 특별한 풀로 만든 스커트를 만들면서 교역 성공과 남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린다. 카누를 제작하거나 항해하는 쿨라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관습과 전통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며 주어진 역할에 따라 개인의 임무를 수행하거나 서로가 힘을 합쳐 조직적으로 일을 하고, 주술 의례와 금기를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은 미개하기는커녕 경외감이 느껴진다. 개인의 필요와 목적이 아니라 높은 도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규약에 따른 복종이 기본원리로 작용하는 쿨라 공동체가 점점 궁금해진다.

이번 주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쿨라 문화권 사람들의 관계 맺기 방식이다. 쿨라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전 지역에는 사회관계의 그물망이 존재한다. 수정샘의 발제에 의하면 쿨라 공동체 사람들은 명확하게 규정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데, 한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의 수는 그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따라 달라진다. 트로브리안드 제도의 사람들에게 바다 건너편에 사는 파트너는 낮선 지역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원정대에게 음식을 주고 선물을 주며 안전을 보장해주는 아군이고, 파트너의 집은 방문자가 마을에 있는 동안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이는 원주민들이 쿨라의 고리 안에서 가까운 사람 몇몇과 아군 몇 명을 위험한 미지의 땅에 두고, 선물과 봉사를 통해 유대관계를 지속하며 미지의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쿨라 공동체에서 관계 맺기 방식은 표면적으로 나쁜 의도를 갖지 않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으로 그들은 이를 커다란 이익이자 은혜라고 생각한다. 달님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가 낯선 이민자에 대해 갖는 기본 감정은 적대와 혐오라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식의 범주를 벗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과 상황에 두려움을 갖지만, 문화마다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차이를 가진다.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타자에 대해 갖는 배타성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와 달리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쿨라 파트너가 나쁜 의도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쿨라 공동체의 관계 맺기 방식을 보며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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