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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탐구생활》 편집실

답사 가고 글을 쓰고!

 

[동물원 기행문] 동물원 안과 밖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11-25 08:04
조회
33

동물원 답사기/최옥현

동물원 안과 밖

 

동물원에 간 우리는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원 폐지론자가 되고,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안타까워 그들에게 어떤 연유로 동물원에 살게 되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과연 동물원 바깥에는 동물들의 파라다이스가 존재할까? 동물원 바깥은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동물들의 생존 공간은 점점 줄고 있다. 동물원 안도 동물원 바깥도 정답은 없다. 어느 곳이든 동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동물원 안에 거주하는 동물들은 살기 위해 동물원 직원들과 함께 힘껏 노력 중이었다.

 

어른들과 함께 동물원에 갔다! 인문공간세종 화요인류학팀의 동물원 답사에 따라나섰기 때문이다. 연아 선생님의 딸인 바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른이었다. 어른들과 동물원은 처음이다. 어른들끼리 모여 미술관이나 영화관은 가면서 왜 동물원을 갈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을까? 동물원은 항상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겸 놀이겸 가는 곳이었다. 옆에 자식들 없이 홀가분하게 동물원에 온 나는 열심히 동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붉은 엉덩이의 망토개코원숭이

 

동물원을 돌면서 제일 눈에 띈 것은 망토개코원숭이(이하 망토원숭이)의 붉은 엉덩이였다. 붉은 엉덩이 부분에만 털이 없었다. 털이 없이 붉은 살결이 드러나 있는데 그 부분으로 땅에 앉는다. 털이 없어 연약해 보이는데 저렇게 바닥에 앉아도 될까? 그런데 알고 보니 붉게 보이는 것은 굳은 살이고, 이 굳은 살 때문에 경사진 높은 바위에서 살 수 있다. 엉덩이의 털을 없애서 바위와의 마찰력을 높인 놈들이 더 잘 살아남은 것이다.

사육장 옆에는 망토원숭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진 제목은 가지 많은 망토네, 바람 잘 날 없다이다. 망토원숭이 각각의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서열 1위 수컷, 나이 많고 이빨 부러졌지만 그래도 지위 있는 수컷, 별일 아닌 것에도 소리 지르며 편들어주길 바라는 암컷, 엉덩이가 부푼 암컷은 인기쟁이등 재미있게 망토원숭이의 개체 성격이 표현되어 있었다. 힘이 없는 나이 많은 망토원숭이가 존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이 없지만 무리 안에서 어떤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일까? 소리 지르며 편들어주길 바라는 암컷의 행동은 축구 선수들의 헐리우드 액션을 연상시킨다.

나는 망토원숭이의 고향이 궁금해졌고 그들은 동물원 밖에서는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졌다.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망토원숭이는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데 강변, 해변, 사막지대, 고산지대 등에 무리를 지어 산다. 서열 1위 수컷이 4-5마리의 암컷을 관리하면서 교미하고 새끼를 낳는다. 서열 1위 수컷만이 암컷과 교미할 수 있다. 서열 1위의 수컷이 이런 혜택을 받는 이유는 무리를 보호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포식자들이 나타나면 가장 앞에서 싸우고, 먹이를 찾아 전체가 움직일 때는 위험 상황을 파악해가면서 무리를 이끌어간다. 강력한 가부장적 사회를 이룬 무리생활이 그들의 생존력을 높였을 것이다. 어린 망토원숭이들은 친구들과 싸우면서 놀기도 한다. 이런 훈련들 때문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인해전술로 포식자를 쫓아낸다.

해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망토원숭이는 인간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 해변으로 향한다. 망토원숭이들이 해변으로 가는 길에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자동차와 부딫일까봐 아슬아슬하다. 배고픈 표범이 망토원숭이의 새끼를 노린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적은 인간이었다. 망토원숭이가 1년 중 5개월 정도는 야자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데 인간은 야자나무 잎을 채취해 간다. 망토원숭이가 어느 부족민의 삶을 방해한 것인지 망토원숭이에게 총을 쏘는 부족민들도 있었다. 같은 땅의 수확물을 놓고 경쟁한 탓일 것이다.

동물원에 있는 망토원숭이들은 인간에게 의식주를 제공받고, 다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표범과 싸울 일이 없고, 인간과 먹이를 두고 경쟁할 일이 없다. 동물원에서 사는 일은 안전하고 편하지만 수만 년간의 시간이 만들어온 빼곡한 유전자 정보를 못 쓰고 묵혀두는 일처럼 보인다. 그래도 망토원숭이들은 1위 수컷의 뒤를 따르면서 사육장을 분주히 빙빙 돌고 있었다. (영상에서 보면) 먹이와 물을 찾아가기 위해 동물원 바깥의 망토원숭이들은 늘 움직이고 있었는데 비슷한 활동의 일환으로 동물원 안에서도 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동물원 안

 

동물원은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전시하는 곳만은 아니다. 동물원은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치료 여부에 따라 그들을 야생으로 방사하거나 동물원에서 보호한다. 그리고 야생에서 멸종된 동물의 종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 제돌이를 다시 제주의 바다에 보내는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는 동물원은 신기한 곳도 슬픈 곳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동물원이 진귀한 볼거리가 즐비한 공간이거나 혹은 갇혀 있는 동물의 슬프고 안타까운 풍경을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청소, 번식, 사육, 진료, 수술, 방사까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이라고 전한다.(출처:경향신문) 물론 환경이 열악한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도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은 동물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 중 일부는 새끼를 키우지 못하고 생식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성과 생식의 유전자는 가장 기본적인 본성이라 학습 없이도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하마의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한 동물원 태생의 하마는 새끼 하마를 물에 데리고 들어갔다가 익사시키고, 동물원 태생의 엄마 침팬지는 자신이 낳은 자식을 보고도 공격성을 드러낸다. 동물원 태생의 수컷과 암컷 고릴라(우지지와 고리나)는 같이 노는 방법을 모르고 짝짓기하는 방법을 몰라서 한 공간에서 서로를 유령처럼 대한다. 아무래도 동물원이라는 환경이 몸집이 큰 동물들을 여러 마리 키우기 어렵기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엄마의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새끼들은 동물복지사들이 키운다. 그래서 새끼들은 사람을 어미라고 생각한다. 침팬지 어미에게 3년 이상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아기 침팬지는 무리 문화를 계속 배우게 되지만 동물복지사에게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아기 침팬지(관순이)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계속되는 악순환이다. 본능은 타고난 것이지만 집단의 사회생활 속에서 문화적 경험이 없으면 쉽게 발현되지 못한다. 우리도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의 모습이 얼마나 생경했는가! 인간인 우리도 아이들을 낳기만 했지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어르는 것은 모두 엄마에게 배웠다.

동물 복지사들은 엄마 하마를 대신해 아기 하마에게 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시키고, 동물 복지사를 엄마로 착각하는 침팬지 관순이도 서서히 무리에 적응시키는 훈련을 받을 것이다. 영상에서 번식을 위해 합방을 했지만 서로에게 대면대면했던 고릴라 우지지(수컷)와 고리나(암컷)의 새끼 낳기는 결국 실패했다는 소식을 동물원 직원께 전해 들었다. 그래도 그들은 동물원 안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힘껏 노력 중이었다.

 

동물원 밖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 때문에 고릴라가 동물원 바깥에서 살 곳이 없어지고 있다. 핸드폰 생산에 필요한 콜탄이라는 광물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에서 대부분 나오는데 이곳이 고릴라의 주요 서식지이다.

지인이 새로 지은 아파트의 상가에 학원을 오픈했다고 해서 과천과 인덕원 중간의 지역을 다녀왔다. 서울 사당에서 가까운 이 지역은 계속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서 작은 마을과 보리밥집 같은 음식점이 드문드문 있던 곳이었다. 서울에서 조금만 나가면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가족, 친구들과 간간히 방문하던 곳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도로 양쪽으로 많은 건물과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다. 지인들과 새로 지은 깨끗한 건물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지만 좀 슬펐다. 낮은 언덕과 숲과 논과 밭에 있던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인은 작년까지 빈 공터에서 개구리가 엄청 울어댔는데 이제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거주민들은 모두 경제적 보상을 받아 이주했겠지만 그 누가 그 그린벨트에 살던 동물의 거주권리에 대해 대변했을 것인가! 동물들은 다른 곳을 찾아 이동했거나 그곳에서 절멸했을 것이다.

머스크가 브레인 칩을 발명하면서 폐사된 동물이 1,500마리나 된다는 소식에 대해 한뼘 양생의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나치가 유대인을 대하는 방식, 제국주의자가 식민지 민중을 다루는 방식과 정확하게 동형적이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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