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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 실험실

하늘과 바람, 땅에게 배우다

[돌고 도는 돌] 구리구리~~~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1-30 10:13
조회
29



구리 시대가 있었다

나는 신석기 시대 다음을 청동기 시대라고 배웠다. 청동기 시대는 돌도구를 이용하던 인류가 돌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청동(구리와 주석의 합금)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돌도구에서 바로 두 개의 금속을  섞어 만든 도구를 사용한 게 아니었다. 처음 인류의 손에 잡힌 금속은 구리였다.(그리고 돌을 바로 손에서 놓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기 전, 구리 시대가 있었다는 의미인데, 보통 구리 시대를 청동기 초기로 포함 시키는 것 같다. 1991년 알프스 산맥에서 등산하던 사람들에게 5300년 전 미라가 발견되었다. 미라는 ‘아이스맨 외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그와 함께 발견된 도끼는 돌 도구가 사용되던 시대에서 구리 시대로 전환되는 단서를 제공했다. 예전에 답사로 다녀온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재현된 ‘아이스맨 외치’를 보았는데, 그를 청동기 초기로 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자료를 조금만 찾아보면 그가 청동기 이전 ‘동기 시대*’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구리를 말하기 위해 ‘시대’를 따지게 되었는데 쓰다보니 이해를 돕기 위한 시대 구분이 오히려 이해의 맥락이 뚝뚝 끊어져 다가왔음을 느낀다. 



   

(좌) 지구온난화로 눈이 녹자 알프스산맥에서 냉동 미라 한 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처: South Tyrol Museum of Archeology /  (우) <전곡선사박물관> 재현된 외치의 도구들(도끼의 날은 구리)




*동기 시대(銅器時代, 영어: Chalcolithic 또는 Copper Age)는 구리나 금, 은과 같은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대이다. 구리를 합금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순동기 시대(純銅器時代)라고도 하고 석기를 함께 사용하였으므로, 금석 병용 시대(金石倂用時代)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고고학에서는 금석병용시대(Chalcolithic)의 사용을 피하고, 동기 시대(Copper Age)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중동에서는 금속병용시대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중동과 코카서스의 동기 시대는 기원전 5000년 말기부터 시작되었고, 초기 청동기 시대가 도래하기 전 약 1000년간 지속되었다.(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구리는 어떤 금속인가?





구리 (적금赤金, copper) / Cu / 원자 번호 29



  구리는 고대 로마, 매장량이 많았던 키프로스(Cyprus) 섬에서 채굴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구리를 키프로스의 금속이라는 의미의 ‘키프륨(Cyprium)’으로 불렀는데 그 이름이 변형되어 라틴어로 cuprum, 영어로 copper가 되었다. 오늘날 구리 원소기호 Cu의 기원이다.

  방울종, 거울 등 고대부터 내려오는 구리 물건들은 초록색을 띤다. 그것은 장기간 습한 곳에 방치되여 염기성 탄산구리를 생성하여 표면이 녹청으로 덮였기 때문이다. 사실 원래 구리는 광택이 있는 붉은 색을 띠고, 길게 늘어나고 얇게 펴지는 등 가공이 편리한 금속이다. 무엇보다 구리는 전기 전달을 잘하는 금속이라 전선에 많이 사용된다. 전기만 잘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열전달률도 아주 좋지만 가성비에서 알루미늄에 밀린다. 

  구리는 체내에서도 필수적인 원소인데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인 헤모글로빈 합성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재미있게도 문어, 달팽이, 굴의 피가 파란빛을 띠는 이유는 혈액의 주성분인 헤모시아닌(구리를 함유한 단백질)에 구리가 대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약 500여 종의 동합금에 대해 6종 박테리아를 2시간 이내에 99.9% 사멸시킬 수 있음을 2008년 2월 29일에 공식적으로 인증했다. 또한 구리를 최소 95.6% 이상 함유한 동합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2시간 이내에 사멸시키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2021년 2월 10일에 공식적으로 인정했다.(출처 : 철강금속신문 http://www.snmnews.com/news ‘팬데믹 시대, 일상으로 다가온 ‘항균‘ 기사 2022.09.14)

구리의 독특한 특징은 항균성이다. 몇 년 전 코로나로 세계가 들썩이던 때, 마스크를 쓰거나 사람이 만나는 곳에 칸막이를 설치하며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여러 사람들이 접촉한다는 이유로 항균 필름이 붙었었는데, 그 항균 필름은 구리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본 적은 없지만 탁월한 항균력 덕분에 구리 마스크, 구리 장갑 등 제품이 출시되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먹는 물을 ‘관리’하기 위해 구리 주전자를 사용했다는  말이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키프로스 섬에 어째서 구리가 많았을까?



중생대 쥐라기(2억 130만년 전부터 1억 4500만년 전까지 총 5,630만년 동안), 키프로스는 판구조 운동에 의해 트로도스 산맥 꼭대기까지 바다 밑바닥이 밀려 올라왔다. 당시 바다의 밑바닥은 구리(그외 다른 금속 포함)를 데리고 올라왔는데, 금속들의 원천은 오늘날 최초의 생명의 기원으로 알려진 열수 분출공이다. 바닷속 굴뚝처럼 보여지는 이 구멍에서 광물을 풍부하게 녹아있는 초고온의 해수가 물기둥을 만들며 솟구쳤다. 녹아 있던 광물들은 침전되어 ‘블랙스모커’라고 불리는 굴뚝을 형성했다. 밀려 올라온 블랙스모커 주변에는 많은 양의 구리가 있었다.



블랙스모커, 출처: five-ocean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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