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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해석의 시도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4-12-02 18:03
조회
83

『채식주의자』 감상문(초) 2024-12-2 김유리

 

거주의 비용

:『채식주의자』에 나타난 거주의 문제

 

<쓰고 싶은 내용>

 

1. 친숙한 세계 아래로 이상한 세계가 같이 움직인다.

 

2. 균열의 징후

 

3. 균열이 일어난 이유가 뭐지?

 

4. 다시 봉합?

 

5. 봉합한 상태로 세계가 유지될 전망이 있나?

 

6.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정주 의례

-불씨 빌려 옮기기

 

 

 

 

『채식주의자』는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 서울에 터전을 마련하는 와중에 탈이 난 젊은 여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목재소와 구멍가게를 하며 삼남매를 키워 서울로 보낸 노부부는 자녀들이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성공하자 안도한다.

 

“이제 너희 걱정은 다 잊어버렸다. 완전히 자리를 잡았구나.”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대도시의 아파트에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 1부에서 그곳은 귀신이 나오는 장소이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1부

 

1부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정 서방”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집에서 특별할 것 없는 여자와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직장 생활에 올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이 낯설게 변하기 시작한다.

남편의 서사는 아내 영혜가 말하는 꿈의 서사와 교차한다. 부부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일상의 세계 이면의 세계가 꿈을 통해 일상에 침투해 들어오며 현실의 안정성을 흔든다. 위험한 상황이다.

친숙한 세계 이면에 낯선 세계가 동시에 흐르고 있다. 이 두 세계는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균열이 발생한다. 상처처럼 벌어진 균열을 통해 낯선 세계가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귀신을 본 것처럼, 낯설고 섬뜩한 감정을 유발한다. “운하임리히”, 즉 집이 집답지 않은 느낌을 유발한다.

 

집 안에서 출현하는 낯선 얼굴

뱃속에서 밀고 올라온 낯선 얼굴

 

영혜는 집 안에서 밥을 하는 일을 한다. 그녀의 영역은 부엌이다. 그런데 그 일은 소외된 노동이 되었다.

아파트가 집이 될 수 있을까? 집의 중심은 부엌이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장소에서 부엌의 중심은 불이 아니다. 오늘날의 부엌은 냉장고를 조왕신으로 모신다. 여기서부터 탈이 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혜의 꿈에 나오는 장소는 정육점의 냉장 창고의 이미지다. 날 고기를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다. 영혜가 꿈을 꾼 이후 냉장고의 고기를 모두 꺼내는 지점부터 삶이 변질되기 시작한다. 음식은 상온에 두면 변질된다. 음식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생활은 변질을 허용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존재들의 거주의 장소가 아니라 생명 유지 장치다.

이들 부부에게 아파트는 잠 자는 곳이다. 잠만 자는 집이란, 몽유의 공간이다. 자신을 깨워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는 남편, 꿈을 꾸는 아내, 고기가 보관된 냉장고로 이루어진 가정의 형태다. 집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영혜의 꿈과 불면은 이들의 일상을 깨뜨린다. 영혜는 출구를 찾는다. 그러나 영혜가 옮겨진 곳은 또 하나의 거주 불능의 장소, 병원이다.

 

왜 이 젊은 부부는 거주의 기술을 익힐 수 없는 것일까?

 

낯선 얼굴이 출현할 때, 이것은 꿈을 꾼 상태와 같다. 이해못할 일이 삶 속으로 떠오를 때, 그것은 계시와 같다. 일상 속에 비일상적 사건이 떠오르면, 그것은 암호와 같다. 멈추고, 마주 하고, 시간을 들여, 해독을 시도해야 한다.

1부는 꿈 이야기다. 꿈이 출현하면 해석의 의무가 동시에 발생한다. 남편도 꿈을 꾸지만 그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볼 좁은 구두를, 제대로 신지도 못하는 남편은 더 이상 갈 능력이 없다.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또다른 균열의 표식인 피가 솟는 상처를 응급으로 봉합하고 영혜를 옮긴 사람인 형부가 2부에서 해석의 미션을 이어 받는다.

 

 

2부

형부의 서사를 따라가는 2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처제인 영혜의 자취방과 형부가 빌린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간통과 포르노그라피다. 외식하는 형부는 남의 손으로 영혜를 먹인다. 형부가 치른 비용은 모두 아내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2부의 정주 의례는 디오니소스 의례다. 덩굴을 연상시키는 두 남녀가 뒤엉킨 뱀처럼 의식을 치른다. 정주 장소의 새로운 중심 역할을 할 불을 피워낼 수 있을까? 영상물의 빛이 세계와 생명을 익히고 날고기를 요리할 진짜 불이 될 수 있을까?

 

3부

형부와의 동행은 중단된다. 드디어 언니 인혜가 서사를 이어 받아 해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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