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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자서전] 즉흥시인의 이야기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2-04 17:38
조회
81

안데르센 자서전

 

즉흥시인의 이야기

2024.12.4. 최수정

 

나는 안데르센(1805~1875) 동화가 다른 동화작가의 동화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게는 신앙심과 미신이 동시에돈독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데르센의 성장에서 어머니의 신앙심과 할머니의 미신은 똑같이 안데르센의 정신 형성에 기여했다. 게다가 안데르센에게 아라비안나이트와 루드히 홀베르크의 희곡 등을 들려주던 아버지의 문학 열정은 안데르센을 문학의 길로 인도하는 큰 역할을 했다. 어머니와 할머니, 아버지는 각자 자신들의 믿음의 세계로 안데르센을 이끌었다. 안데르센을 위해 각자의 신에게 따로 기도를 드렸지만 세 사람의 소망은 모두 한가지였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학교에 다니면서 말하기와 쓰기, ‘제대로 읽기를 배웠는데, 안데르센은 제대로 읽기라는 표현이 이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안데르센은 말하기와 읽기 사이의 혼란을 느꼈기 때문일까? 어머니를 엄니라고 부르다가 갑자기 엄마로 읽게 될 때 어떤 기분일까? 지금은 잊었지만 분명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 말해지는 대로 쓰면 안 됐던 그 혼란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안데르센은 거의 혼자 지낸다. 혼자 집에서 연극을 하고 인형 옷을 만들고 희곡을 읽었다. 이때 안데르센은 이웃의 미망인 분케를로드 부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난생 처음으로 시인이라는 단어를 듣는다. 안데르센은 그때 시인이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영광스러운 시인이 되기 위한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집에서 셰익스피어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희곡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는 왕과 왕비가 등장하는 극을 쓰면서 왕과 왕비와 같은 고귀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왕이 어떻게 말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아마 외국어를 쓰지 않을까 추측한다. 안데르센은 어떻게 나와 다른 고귀한 사람들은 나와 다른 말을 쓴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그것은 그가 제대로 읽기와 쓰기를 배우면서가 아닐까? 안데르센은 이때부터 계급의 구분이 말의 위계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데르센의 생애가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분투의 여정이었다면 그에게 그것은 말의 위계를 확립하는 과정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위계를 넘어서는 일로 다양한 말의 형식을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데르센은 혼자 인형극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 특이하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 밝은 색깔 천 조각을 모으는 일이었다.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해서 이어붙이면서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어머니 말대로 재단사 밑에 견습공으로 들어가 일하면 인형들에게 입힐 천 조각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그것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가위로 오리고 바느질로 이어붙여 옷을 만들어 입히는 인형놀이 취미가 글자를 이어붙여 글을 쓰는 안데르센 글쓰기를 연상하게 하는 것 같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꿈을 찾아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그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다니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누구를 찾아가던 그 사람을 온전히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 말했다. 다른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구할 때는 소심하고 혼자 놀기 좋아하던 안데르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의심 없는 믿음이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의 성공은 그의 다른 모든 능력보다 세계를 믿는 그 견고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연극 무대에도 서고 시와 극을 짓지만 그는 가난과 외로움으로 집에 있었으면 느끼지 않아도 될 것들을 고통스러워하며 슬픔에 빠지는 날이 늘어났다.

1833년 첫 이탈리아 여행이 안데르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오랜 기간 여행하면서 그의 건강과 창작력이 회복되었던 것도 있지만 이 여행 중 그는 덴마크에서 날아온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 그는 하나님이 어머니를 가난에서 구해주셨다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머니의 고단한 인생 여행이 끝나 어쩌면 가장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안데르센은 이 여행 끝에 <즉흥시인>이라는 자서전 같은 소설을 쓴다. <즉흥시인>그전의 삶과 내가 이탈리아에서 본 것들이 한데 뒤섞여 시가 되었다.’(220) 안데르센에게 는 과거와 현재를 한데 엮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시인이다.

1843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책이 출간된다. 안데르센이 어릴 적 들었던 옛날 이야기의 음조는 안데르센에게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남아 있었지만 학식이 깊은 비평가들은 그의 구어체 문장을 놓고 많은 비난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듣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린이들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 같은 읽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했고, 어른들은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재밌어했다.

그리고 그 후 안데르센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평가한 대목이 나오는데 그가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는지 알 수 있다.

내 이야기의 구성원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야기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점차 명확해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힘 혹은 권력을 휘두르는 데고 분별이 있고, 감히 말하지만, 보다 건강한고 밝은 분위기와 자연에 대한 예찬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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