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자서전] 안데르센의 욕망
동화인류학/『안데르센 자서전』/24.12.05/최옥현
안데르센의 욕망
안데르센의 자서전은 그 자신의 감정과 정서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자서전보다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들이 그의 성장과 성공에 대한 확고한 목표 의식을 더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동화 주인공들의 내면은 안데르센의 내면처럼 보인다. 교리문답반 졸업식 때 새 구두을 선물 받은 안데르센은 바지를 구두 안으로 우겨 넣어 새 신발이 돋보였으면 했는데 『빨간 신』의 카렌 마음과 겹치는 부분이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안데르센의 욕망은 그의 생존과 꿈을 위해 꼭 필요했다. 안데르센의 욕망이 사회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의 혜택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타인들도 이야기 속에서 울고 웃고 행복하길 소망하였다.
안데르센의 어린 시절은 물질적으로 가난하였으나 정신적으로 풍족하였다. 넘쳐나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그의 생활은 풍족하였다.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안데르센에게 홀베르트의 희곡과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어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기독교적 통념조차 거부할 정도로 선진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밥벌이보다 독서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못 배운 것을 원통하게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는 시골 생활을 원했으나 도시에서 어렵게 살면서 숲으로 나들이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엄마는 자주 입지 않는 외출복을 입고 남편을 따라서 안데르센과 숲으로 봄 나들이를 갔다. 늘 가난했지만 그날만은 깨끗이 차려입은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안데르센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 이런 환경은 자연스레 안데르센이 자연을 사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안데르센의 엄마는 좁은 집에 살지만 정리와 청소를 잘했다. 그녀는 자식을 때리는 선생을 거부하고 아들이 타인을 괴롭히는 공장의 문화와 거리를 두게 도와준다.
안데르센은 많은 호기심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아이였다. 교도소에 있던 부모의 지인, 할머니의 직장이었던 정신병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정신병원 근처에서 물레를 돌리던 아주머니들, 오페라와 연극의 배우들, 스웨덴과 싸우기 위해 온 스페인 병사들, 이들 모두가 안데르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었다.
안데르센의 아버지가 죽은 후 안데르센의 엄마는 재혼을 한다. 엄마의 상대 남자는 젊은 수공업자였는데 그 남자의 집안은 자기들보다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안데르센과 안데르센 엄마의 인사를 받지 않는다. 수공업 종사는 안데르센 아버지의 구두 수선보다 훨씬 상위의 직업이었나 보다. 평민들이 구두 수선공 집안을 무시할 정도인데 귀족들이나 관료직에 있던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얼마나 못나 보였을까? 사람들은 안데르센이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허영심이 많고 신분 상승을 위해 상류층만 상대한다고 생각한다. 안데르센은 늘 그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고 즐길 거리가 된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안데르센은 그들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언론은 안데르센을 끝없이 비판한다.
28세에 국왕의 후원금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하는데 그는 파리의 숙소에서 고향에서 온 두툼한 편지 봉투를 받고 기뻐한다. 그러나 그 편지에는 익명으로 안데르센을 풍자한 신문기사가 들어 있었다. 착신자 부담의, 악의가 가득한 우편을 자신과 비슷한 직업을 가진 작가 중의 한 명이 보냈을 것이라고 안데르센은 추측한다. 여행지의 숙소까지 찾아서 신문기사를 보내는 이는 안데르센의 재능을 질투했기 때문이었을까? 구두 수선공 집안 출신답게 살라는 경고였을까? 악의적 기사를 보내는 이는 상류층이었을까? 하류층이었을까?
그래도 안데르센은 계속적으로 상류층에게 자신을 홍보한다. 시인과 소설가, 극작가가 되겠다는 안데르센의 꿈이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