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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류학

 

 

[인류학 답사] 후기 _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이끈다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07-10 07:08
조회
256


<아파치족의 기도>


날이 밝으면 태양이 당신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를


밤이 되면 달이 당신을 부드럽게 회복시켜 주기를


비가 당신의 근심 걱정을  모두 씻어 주기를


산들바람이 당신의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당신이 이 세상을  사뿐사뿐 걸어갈 수 있기를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를


달님의 강의로 시작한 답사는 먼저 아파치족의 기도문을 낭송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기도문을 읽으니 정화되듯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시회 내내 북미 인디언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만날 수 있는데요 . 누구도 이 문장들 앞에서는 겸손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고 사는 것들을 회복 시켜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북미 인디언들은 기후마다 다양한 형태의 집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에 티피Tipi라는 집이 크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언제든 해체와 조립을 할 수 있는 이 집은 들소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하늘 쪽으로 환기를 위한 창문이 나있습니다. 별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죽에 그려진 멋진 예술 작품이 보입니다.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그려넣는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집 자체도 둥근 원이고, 이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 또한 둥근 원형으로 배치한다고 합니다. 앞서 읽었던 아파치족의 기도도 그렇고, 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늘과 땅, 바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전시회는 내내 이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인문세 답사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답사가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고,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은 숨은 주인공들 덕분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보나샘이 가방 가득 준비해온 건강 쥬스와 떡은 모두에게 맛있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건강을 챙겨야 공부도 하고 답사도 가지요. 보나샘의 마음 덕분에 배도 든든하니 전시회 관람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허기지다는 강평샘 말씀에 모두 웃었는데, 여럿이 먹자며 바로 주문해주신 핫도그가 오후 답사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나눌 때,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보다는 내가 나누는 것 자체로 기쁘기 때문에 그 선한 마음이 조용히 지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은 알아차리기 어렵지요. 인디언 전시회 덕분에, 나는 잘 보지 못하지만 마나 많은 것들이 내 삶에 혜택을 주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감사의 마음이 차올랐습니다. 혜숙샘이 만들어주신 깃발에서, 참가자 전체가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누는 이야기에서,  전체 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땀 흘리며 뛰신 진행팀에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손길을 지나고 나서야 봅니다. 인디언 직조공이 양털을 깎고 베틀을 돌리며 자연이 그대로 담긴 세상 유일무이한 완성품을 짜내듯이, 연결을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의 조화로 한 편의 답사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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