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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다

작성자
붱붱
작성일
2024-12-10 23:03
조회
34

기술 인류학 /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 24.12.12 /붱붱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다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에서 인상깊은 점은, 그 무엇도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이다. 이는 곧 모든 걸 의심하는 태도라고도 볼 수 있고, 여러 가능성에 열려있는 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책의 3부에서 본인이 전공하고 있는 경제학에서 마르크스를 보편 경제학의 주류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통 전공자 같으면 그렇다면 보편 경제학에서 주류로 여기는 걸 공부할텐데, 이 책의 저자는 왜 마르크스가 보편 경제학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것인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분석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찾아낸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사상이 한창 마르크스 자신이 활동했던 19세기에 적합했으며, 20, 21세기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음을 파악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는 ‘마르크스가 보지 못한 가능성’을 마르크스 사상에서 찾아내어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앞 부분에서도 이러한 태도가 엿보이는데, 어떤 기자가 세계 이곳 저곳 많이 이동해 생활했던 저자에게 ‘어디가 가장 고향 같냐’고 물어보니, 저자는 ‘어느 한 곳을 꼽을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는 곧 자기가 생활한 모든 곳이 고향 같았다는 거다. 모든 곳에서 저자는 뿌리내릴 가능성을 본다.

이런 태도에는 모든 다른 것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음을 아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책의 배경인 인도는 종교적으로 크게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짚어보면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서로 충분히 화합하며 지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다른데 화합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나즈룰의 시 <칸다리 후시야르>를 인용한다. “저기 홍수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이 힌두 사람인지 무슬림 사람인지 누군가가 묻네요. 선장님, 그에게 물에 빠진 사람은 그냥 사람이라고 알려주세요. 모두 우리 어머니의 자녀라고 알려주세요.”(217쪽)

아주 다른 듯 보이지만, 물에 빠지면 똑같이 죽는다. ‘문화적 분리주의의 협소함’을 극복하고 ‘방대한 상호작용’을 한다면(같은 쪽), 즉 이 책의 제목과 같이 이 세상이 곧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고향임을 안다면, 그러한 광대한 관점을 장착한다면 분쟁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이라고, 저자는 알고있으며, 모든 삶에 그는 뿌리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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