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3)] 아마르티아 센의 이야기
아마르티아 센의 이야기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덮으며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세상의 많은 현상과 문제들을 푸는 방식, 존중과 호기심, 대화 등 이어지는 생각 끝에 그가 왜 자서전을 썼을까 하는 질문에 이르렀다. 자서전은 자신의 일대기를 자기 관점에서 보기에 ‘나’라는 자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점이 있다. 자서전이라는 형식에 대한 내 해석이긴 하지만 그도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기록으로 남기게 된 데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학문적 성취를 이룬 그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될까. ‘나’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아마도 책의 띠지에 있듯이,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 하버드 대학 경제학 철학 교수, 인도인 등과 같이 업적이나 국가성 등을 중심으로 잘려지고 다듬어져 표현될 것이다. 그는 인간이란 이렇게 무 자르듯이 정리되고 반듯한 모습으로, 단선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사람, 자신과 함께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영감을 준 사람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는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그들로부터 이런저런 방식으로 영향을 받으며 존재해왔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인간이란 몇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한 사람의 존재와 삶은 수많은 이들과 그들로부터 뻗어나온 이야기들이 수렴되고 그의 방식으로 펼쳐나가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