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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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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2) 후기_호기심이 필요해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2-14 14:02
조회
28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꿈, 근대화와 진보의 꿈이 절정에 달했을 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파괴되었다. 이후에 우리는 생태계 오염, 전쟁, 기후변화를 통해서 지구의 숙명에 대한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상황과 끊임없이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애나 칭은 인간에 의해 통제된 세계가 실패했을 때, 통제받지 않는 버섯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해보자고 말한다. 소나무곰팡이 균체와 함께 얽히어 상리 공생하는 송이버섯은 곰팡이 균체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데, 이는 버섯이 생산되기 전부터 뿌리와 무기질 토양을 한데 묶고, 협업을 통해 그물망과 실타래처럼 뻗어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송이버섯의 생태와 자본주의와 얽힌 상업을 추적하면서 인간의 삶 또한 다양한 삶의 방식이 모여 빚어내는 얽힘의 존재 방식인 패치성과 배치로 파악한다. 경제적이고 생태적인 붕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 우리에게 우리와 얽힌 풍경에 대한 알아차림과 지적 호기심이야말로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협력해 생존하기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처한 불안정성을 다시 해석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계몽주의 시대부터 자연이란 인간이 도덕적 의도에서 길들이고 지배할 수 있는 배경이자 자원이라는 관념과 함께 자연을 웅대하고 보편적인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길들이고 지배하는 모든 활동으로 인해 자연은 엉망이 되고 진보에 관한 꿈은 우리 눈을 멀게 했다. 진보의 이야기 없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자본주의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해 애나 칭은 자연을 많은 종류의 시간적 리듬이 얽혀 변형된 관계 방식이자 그러한 마주침에서 다시 새로운 관계가 창발될 가능성을 가진 열린 배치로 그려낸다. 자본주의 공급사슬에 얽힌 산림벌목으로 폐허가 된 오리건주의 숲에서 벌어지는 송이버섯 거래인 오픈티켓은 이러한 열린 배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오픈티켓은 언뜻보면 비자본주의적 가치 체제로부터 생산된 가치와 노동자의 능력 등을 모두 자본주의적 가치로 변형시키는 부정적 측면의 구제 축적의 일환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송이버섯의 상업적 거래에는 송이버섯과 채집인, 현장 중개인들 뿐만 아니라 오픈티켓이 지금의 상태가 되는데 공헌한 여러 개의 기억과 역사, 문화적 의미가 겹쳐있는 열린 문화적 상호작용의 장이다. 대상으로서의 송이버섯은 단지 자본주의 상품에 불과하지만, 선물에서 상품으로, 상품에서 다시 선물로 가치가 변형되는 과정에서 숲의 다종적 다양성과 다른 존재를 오염시키는 관계성을 창발하며 존재한다. 버섯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은 미래가 단일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는 낙관적 진보의 꿈과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복수(複數)의 미래가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출몰하는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개념어

정리

배치

배치는 거주 적합성의 공연이다.”(279)

배치는 연합하고 변화하고 해체된다.”(280)

생물종의 특정한 명민함은 배치의 조율을 통해 연마된다.”(279)

배치는 거주 적합성, 즉 인간이 교란한 지구에서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를 고려하기 위한 장면이다.”(290)

교란

생태계에 명백한 변화를 야기하는 환경 조건의 변화”(284)

교란은 생태를 파괴할 수도, 재생시킬 수도 있다.”(284)

교란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규모와 같은 여러 요소에 달려있다.”(284)

교란은 새로운 풍경의 배치를 가능케 하면서 변형을 가능케 하는 마주침이 발생하도록 그 풍경을 개방시킨다.”(284)

교란에 익숙하지 않은 인문학자는 교란을 손상과 관련짓는다. 그러나 교란은 생태학자가 사용하는 개념으로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고 항상 인간에 의한 것도 아니다. 교란은 하나의 시작으로, 항상 도중에 일어난다.”(284)

교란이라는 용어에는 교란 이전에는 조화로운 상태였다는 전제가 없다. 교란은 다른 교란을 뒤따른다. 따라서 모든 풍경은 교란되어 있고, 교란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285)

교란이 심각한지 아닌지는 뒤따라 일어나는 배치들의 재구성을 통해 해결될 문제다.”(285)

교란을 상정하는 단일 기준은 불가능하다. 교란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되는 문제다.”(286)

교란은 또는 아니오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교란은 개방된 범위에 걸친 불안정한 현상을 가리킨다.”(286)

교란은 언제나 삶의 방식에 기반한 관점 문제다.”(286)

풍경

풍경은 장면(scene)과 관람자(viewer)사이에 거리를 두는 풍경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일부 인문학자들은 풍경이 지닌 정치성에 대해 우려한다.”(275)

생태계 공학기술

유기체는 세대 간의 생활공간을 만들면서 환경을 다시 디자인한다. 생태학자들은 유기체가 그들의 환경에 일으킨 효과를 생태계 공학기술이라고 부른다.”(287)

(나무가 바위를 뿌리로 감싸 물줄기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하고, 지렁이가 토양을 비옥하는 하는 활동들)

의도치 않은 디자인

생태계 공학기술의 많은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을 살펴보면 배치를 조직하면서 나타나는 패턴을 의도치 않은 디자인이라고 한다.”(287)

하나의 패치 내부에 존재하는 생물적 생태계 공학기술과 비생물적 생태계 공학기술의 총합이며, 의도한 것과 의도치 않은 것, 이로운 것과 해를 입히는 것과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287)

역사

인간의 스토리텔링 실천이자 우리가 과거로부터 남겨진 일련의 것을 이야기로 전환한 것이다.”(294)

부활

숲의 가장 신비로운 특성 중 하나로 파괴된 후에 이따금씩 재생하는 것.”

부활은 숲이 지닌 생명의 힘이고, 벌채된 장소를 수복하기 위해 씨앗을 퍼뜨리고 뿌리와 줄기를 뻗어가게 하는 숲의 능력이다.”(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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