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
안녕하세요, 이번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를 맡게 된 다영입니다.
책에서 친구는 서로에게 안내자가 된다는 글귀를 봤는데, 저는 기헌샘의 안내로 후기까지 흘러오게 되었습니다^^ 북토크에 가서 쭈뼛거리기도 했지만, 인문세 선생님들 뵙게 되어 반가웠니다! 풍성한 간식과 선물 또한 인문세답다 느꼈어요. 기헌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포토존용 토토로와 가오나시 가판대는 그 솜씨에 놀라웠구요.
북토크 순서는 사전행사(다과,포토존, 신간과 참고 도서전, 저자 싸인 등등) – 선민샘(달님) 미니 강의 – 질의응답 순서로 이어졌는데요. 달님께서는 우선 어떻게 미야지키 하야오와 애니미즘을 연결하게 되었는지로 이야기를 여셨어요. 종종 누군가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에서 ‘안 보이면 없나? 그럼 있다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만물에 영이 있다’라는 애니미즘과 아주 많은 것들이 등장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떠올리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귀신의 존재 유무에 대해 생각이 이어지기보다는, 귀신하면 ‘무섭다’라는 감정이 앞서서 이 질문의 흐름 흥미로웠습니다. 저의 무서움은 ‘안 보이는 것은 통제 불가능하고, 나를 언제 어떻게 해코지할지 모른다’라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일텐데요. 무섭다는 이유로 안 보이는 것들(혹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더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그런데 또 어쩌면 ‘우리는 ’안 보이면 없다‘라고 믿는 상태는 그냥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태에서 출발하듯, 우리는 보던 것만 보고, 믿던 것만 믿으려는 게 우리의 출발점 같기 때문입니다. 달님께서 누구나 특별한 이유없이 고립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는 답변처럼, 특별히 잘못을 해서 생긴 상태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없다’라고 믿는 것들에 대해 각자 질문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졌어요. 질문이야말로 ‘없다’라고 믿으며 보지 못하는 것을 유일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같거든요. 사변이지만 제가 자꾸 ‘없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지금 시국에서 이해불가능한 일이 계속 뉴스에서 보이고 있기 때문이예요. 계엄을 작당한 자들에 대해서 ‘미쳤네, 너무 뻔뻔하다, 정치무대에서 사라졌으면’라는 생각이 드는데, 상대편의 단 몇 표가 부족해서 탄핵이 부결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저들을 없앨 수도 없고,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느끼기 때문에 ‘그럼 나는 무엇을 봐야 하나?’, 그리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 내가 있는 세게를 부정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까’가 너무 궁금한 요즘입니다.
다시 북토크로 돌아와서 달님께서는 애니미즘 세미나를 하면서 나온 질문과 함께 바람을 탄 것처럼 책을 썼다고 하셨는데요. 애니미즘 세미나를 하면서 나온 질문들을 놓치기 않기 위해 재빨리 몰아치듯 쓰셨는데, 마치 시작부터 책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안 보이는 것을 보려는 시도 같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여러번 보며, 그냥 사소하게 지나쳤던 사물들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다큐를 보면서도 이 감독님의 태도나 형식에서 많은 것을 느끼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또한 북토크 뒤편에는 참고했던 관련 도서들이 굉장히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트북이었어요. 달님께서는 그림을 보고도 글을 쓸 수 있게 되셨다 하셨는데, 얼마나 많이, 얼마나 뚫어져라 보셨을까 싶었거든요. 아트북에는 심지어 영화에 나오지 않은 습작같은 장면들이 태반이었는데, 붓칠, 스토리의 구성 등 언어가 아닌 여러가지 방식들도 전달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달님께서는 애니미즘 공부를 하면서, 만화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너무 놀고 있나’라는 위계질서를 책을 쓰는 과정에서도 계속 느꼈다고 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것은 참 힘이 쎄구나 싶었어요. 없는 것 같으면서도 분명히 존재해,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영향력때문이라도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되겠다라는 다짐을 하게된 밤이었습니다.
이번 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편안한 토요일 밤이 되길 바라면 후기를 마치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