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인류학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완전히 긍정하는 주인공들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정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주인공의 삶이 어디로 이끌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규정 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 온갖 살 궁리로 복작거리는 숲에서 깔깔 웃고 떠들며 놀다 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 자리에서 지금 여기의 삶에 감사하며 한 걸음 더 낯선 길을 나서봅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우연을 수용하고 마음껏 상상하는 것 뿐!
[학술제 후기]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 속으로!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 속으로!
안데르센은 기술, 계급, 문명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살았습니다. 19세기는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넘어가는 시대였는데요. 그는 자신의 동화를 직접 낭송하기도 했고, 동시에 책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문자문화가 되었고, 소리 내 글을 읽는 문화는 사라졌습니다.
올해 인문세 학술제에서 동화 인류학팀은 동화구연을 준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하고 어려웠습니다. 친구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동화 구연을 준비했습니다. 구연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의 변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구연자와 청중이 함께 웃고, 슬퍼하고, 당황하며 다양한 감정의 교류가 펼쳐진 현장이었습니다!
마녀가 조종하는 안데르센
첫 번째는 안데르센의 작가 소개 글로 시작했습니다! <안데르센은 늪의 마녀다!>라는 동화 같은 유리샘의 글이었는데요! 진진샘이 대신 낭독해주셨습니다. 안데르센은 덴마크 오덴세의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외동아들로 태어났고, 동화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안데르센은 800페이지나 되는 자서전을 쓰고, 150편이 넘는 동화를 썼습니다. 유리샘은 안데르센이 늪 바닥에 숨어 사는 잔혹하고 심술궂은 마라고 주장합니다. 자서전에 등장하는 초년 중년 노년의 안데르센은 그 마녀가 조종하는 인형일 뿐이라고요.
그의 작품과 인생에는 사악한 장면들이 섞여 들어옵니다. 이 나쁜 장면들이 구연이 될 때, 늪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마녀의 웃음소리가 전해 옵니다. 우리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을 간직한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늪의 악취가 틈새를 뚫고 들어옵니다.
유리샘은 안데르센이 늪의 마녀라는 증거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 안데르센이 자기 글을 낭송한 것은 듣는 이에게 주술을 걸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둘째, 그의 사악한 마녀성은 이야기에 독을 풀어 넣었다는 사실로 입증됩니다. 사람의 마음속 고통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쓴 독약을, 성공으로 향하는 길목에 뿌려 두었습니다.
소개를 마무리하면서 유리샘은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한 말은 200년 전의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안데르센이 늪의 마녀라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분은 설마 없으셨겠죠?’라고 농담을 던지며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 다시 만나요!’라고 인사했습니다.
평생 불평하는 전나무
다음은 첫 번째 동화 구연인 「전나무」입니다. 전나무는 일평생 불평불만을 합니다. 숲속에 있을 때는 떠나고 싶다고 하고, 크리스마스트리로 방 안에 있을 때는 숲을 그리워하고, 다락방 안에서는 나가고 싶다고 계속 슬퍼하고 불평합니다.
전나무를 보고 해가 ‘젊음을 즐겨!’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전나무가 너무 아름답다고 해도 전나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죠. 결국 전나무는 불타는 장작이 되었고 전나무의 삶이 끝나는 것과 같이 이야기도 끝이 납니다. 전나무를 보며 지난날 저를 떠올렸습니다. 어디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제는 공부하며 어디가 중요하지 않고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나무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전하고 싶어서 한 장면씩 그림으로 표현했는데요. 청중들은 전나무에게 몰입하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들 수 없는 후추 총각
옥현샘은 「나이트캡을 쓴 후추 총각」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옥현샘은 주인공 안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파란색 캡을 쓰셨는데요. 17세기부터 후추가 중요한 향신료였습니다.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독일 상인의 직원들에게 후추 총각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나중에는 덴마크에서는 후추 총각이란 말이 장가 못 간 노총각을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옥현샘은 청중들에게 눈을 감고 안톤의 늙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들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톤은 비쩍 마르고 입과 눈 주위가 주름투성이고, 회색 눈썹은 덤불처럼 무성했습니다. 안톤은 긴 밤이 지루했어요. 물건을 포장하는 일을 하지만, 매일 하지는 않아서 할 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구두수선을 하거나, 옷을 기웠지요. 잠에 청하려 누우려고 했지만, 안톤은 불안해서 아래층 화로가 꺼졌는지 확인했습니다. 침대에 자려고 하면 철문이 잠겼는지 확인합니다. 나이트캡을 내려쓰고는 다음 장사에 대한 생각이나 옛 추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잠은 다 달아났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 같습니다. 옥현샘의 목소리로 외롭고 안타까운 안톤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창조하기 위한 고통 치통 아줌마
마지막으로 수정샘은 「치통 아줌마」를 구연하였습니다. 위대한 창조를 위해 큰 고통을 얻을지 아니면 하찮은 창조를 위해 하찮은 고통을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동화입니다.
주인공인 대학생은 밀레 아줌마에게 ‘위대한 시인’이 될 것이라고 격려를 받죠. 대학생은 치통에 시달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치통으로 잠을 못 자는데, 꿈속에 무시무시한 치통 아줌마가 나타납니다. 훌륭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큰 치통을 겪어야 한다면서 송곳 같고 독침 같은 고통을 전해줍니다. 치통이 어떤 예술과 철학보다도 위대하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이야기하죠. 이런 큰 치통을 원하지 않으면 시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라고 말하죠. 대학생은 포기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제발 사라져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는 밀레 아줌마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위대한 시인이 될 거라고 말하죠.
수정샘은 1인 3역을 하시면서 연기 열연을 펼치셨어요. 동화 구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굉장히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동화구연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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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동화 인류학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통해 북유럽, 일본, 덴마크 등등 다양한 나라로 여행했습니다. 동화의 스토리가 황당하고 반전의 이야기도 많아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난감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모두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였죠. 불평하는 전나무, 잠 못 드는 후추 총각, 몸의 고통 앞에서 포기하는 대학생 등등… 목소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표현해 보니 더욱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2024년 격동의 한 해가 지나가네요. 내년에는 또 어떤 곳으로 모험할까요? 새로운 동화로 또 만나요~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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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제 후기] 안데르센 동화의 세계 속으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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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로서 영원을 꿈꾸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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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안데르센과 동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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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농부의 동화 읽기(마지막)] 겨울 축제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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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바다 엄마의 동화 읽기] 동화 속 먹고사니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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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에 대한 추도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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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의 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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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의 동화 읽기] 독극물 낚시와 빨간 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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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농부의 동화 읽기] 이야기한다는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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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자에 누운 낡은 가로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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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와 안데르센의 의인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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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의 동화 읽기] 프레임을 깨는 미야자와 겐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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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농부의 동화 읽기] 미야자와 겐지의 가난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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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바다 엄마의 동화 읽기] 미야자와 겐지라는 새로운 렌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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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리얼리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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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인디언 애니미즘의 일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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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농부의 동화 읽기] 대나무, 달, 소녀–가구야 공주 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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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바다 엄마의 동화 읽기] 나에서 빠져나오는 기술, 애니미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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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까이, 추운 겨울의 푸른 생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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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과 영혼 관리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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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 2024.08.09 | 1 | 149 |
아. 정말 즐거운 학술제 발표였지요. 동화인류학 연구원 선생님들과 함께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어요. 유리샘, 옥현샘, 연아샘, 그리고 혜숙샘과 함께 읽고 쓰던 시간들이 꿈만 같았어요. 내년에는 또 우리가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우리 길을 만들어갈지 기대만발입니다.^^ 겨울방학 잘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에 또..이런 표현이 참 저렴합니다만서도..솔직히 세 분 선생님들 어디 업체에서 초청받고 오신 줄 알았어요. 전문 동화 구연 업체. 동화구연을 첨 보는 것 같아요.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었지 뭡니까. 유리샘께서 못오셔서 아쉬웠지만요. 진진샘은 대독 정도가 아니라 저 세 분과 합숙훈련을 했나 싶게 구연을 맛깔나게 해주시더군요.
연아샘의 스케치북. 설마 저걸 만드신건가, 저는 파는 거인줄 알았어요. 저걸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지 뭡니까.
연아샘의 정성, 기지, 능력치 와. 완벽 그 잡채.
옥현샘과 수정샘의 재발견. 이 학술제는 원래 동사의 재발견이었는데, 선생님들의 재발견이 되었네요.
너무 재미있고,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신 유리, 연아, 옥현, 수정, 진진샘 감사드립니다.
동화는 모두 우리의 이야기! 짝짝짝 동화 인류학팀의 공연으로 겁나게 환해진 학술제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