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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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나무] 자작나무
자작나무
2024.12.31. 최수정
자작나무의 이름은 이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이다. 물론 어떤 나무든 불을 붙이면 타는 소리가 ‘자작자작’나지만,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그 소리가 크다.그 이유는 자작나무의 속에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나무 껍질로 유명하다. 하얗고 윤이 나며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예전엔 이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사용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는데, 그 화촉이 자작나무 껍질이다. 또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신라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 목재는 박달나무와 마찬가지로 아주 단단하고 치밀하고 결이 고와서 가구도 만들고 조각도 한다. 게다가 벌레도 거의 잘 먹지 않아서 오래간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도 자작나무가 재료이다. 또한, 자작나무 목재에는 다당체인 자일란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 속의 자일란을 자일로스로 변환시켜 추출한 뒤 정제 및 환원 과정을 거쳐 자일리톨을 만들기도 한다. 자일리톨을 자작나무 설탕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출처:지식백과)
샤먼의 자작나무–『나무의 신화』, 자크 브로스 지음, 주향은 옮김, 이학사
시베리아 샤먼들에게 자작나무는 우주목이다. 자작나무는 샤먼이 하늘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 주기 때문에 “문지기”라는 의미의 우데쉬 부르킨Udeshi burkan′이라고 이름 붙여진다. 나무는 언제나 천막 속에 있을 것이며, 이는 입문자가 현재 그 천막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섬세함과 우아함, 그리고 정상을 향해 뻗는 순수함, 은빛 도는 백색 껍질의 아름다움 등등, 자작나무는 모든 전승이 인정하고 있는 여러 특징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자작나무는 본질적으로 빛의 나무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켈트족의 성스러운 달력인 “나무들의 알파벳” 속에서도 자작나무는 양력으로 첫 번째 달(12월 24일부터 1월 21일까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자작나무는 태양의 재생과 관련된다.
게르만의 신화에서 자작나무는 벼락과 전쟁의 신인 도나르–토르의 나무였다. 이 신은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오딘보다도 더 힘이 센 최고의 신으로 간주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러시아의 민속에서도 자작나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켈트족이나 북슬라브인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게르만–스칸디나비아인들이나 알타이인들에게서도 자작나무의 속성들과 관련된 믿음은 거의 동일하다. 러시아 속담에 따르면 자작나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역할을 한다. 즉, 자작나무는 세상에 빛을 주고, 분쟁을 중재하며,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지막으로는 더러움을 제거한다. 이는 자작나무의 네 가지 주된 용도와도 일치한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로 횃불을 만들고, 스칸디나비아식 사우나에 온몸을 담그고 빗자루와 회초리로 자신의 몸을 친다. 또한 사람들은 자작나무에서 짐수레 바퀴의 삐걱거림을 방지하는데 쓰이는 타르를 추출한다. “자작나무의 피”인 나무의 수액은 민간 요법, 특히 오늘날에는 식물 치료 요법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자작나무의 역할은 오히려 엑스터시의 상태에 들어가기 위하여 샤먼이 섭취하는 독버섯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 버섯은 몇몇 나무 아래서 돋아나지만, 특히 자작나무 아래에서 쉽게 발견된다. 샤먼이 독버섯을 먹고 나면 우선 비몽사몽의 상태가 오고, 이어서 “그는 무업巫業을 완수하기 위한 흥분 상태에 빠진다.” 춤추고, 깔깔대며 웃고, 고함 소리와 욕설이 퍼부어지고, 분노가 폭발한다. 환청과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물체의 형상이 변형되고 윤곽이 겹쳐 보인다. 마침내 병자는 하얗게 질리면서 몸이 뻣뻣해진다. 몇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의식을 되찾지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서유럽에서 독버섯은 언제나 불길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광인들의 버섯”으로도 불렸다.
민간 신앙은 이 독버섯을 두꺼비와 연결시키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두꺼비는 지하세계의 음울한 힘과 달과 비와 관련된 마녀들의 동물이었다. 영어로 독버섯의 속칭들 중 하나는 “두꺼비 왕관”이다.
퉁구스족인 오로츠인들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독버섯의 형태로 달 속에 깃들었다가 지상으로 다시 내려왔다고 믿고 있다. 자작나무의 영혼의 신자의 기도에 응답하여 줄기나 뿌리들 사이로 종종 모습을 나타내는 중년 여인으로 표현된다. 그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는데, 신자의 두 눈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그에게 보이고 손을 내민다. 그녀의 젖을 먹은 후 남자 신도는 자신의 힘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작나무가 우주목이기도 했군요. 세상에 빛을 주고, 분쟁을 중재하고, 병자들을 치유하며, 더러움을 제거한다.
한 그루 자작나무가 사무치게 생각나는, 올 해의 마지막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