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류학
[학술제 곰샘 특강 후기] 돈의 길, 증식에서 증여로
돈의 길, 증식에서 증여로
나날이 사건, 사고로 혼란한 24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커녕 불안정한 현실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애나 칭의 말대로 산책을 하며, 버섯을 찾아봐야 할까요? 우리는 아마도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게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다시 한번 삶의 의미,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볼 시기입니다.
2024년 12월 26일, 인문세는 한 해의 공부를 마무리해보는 시간으로 감이당 공간 플러스에서 제3회 학술제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미숙 선생님께서 특강을 해주셨는데요. 이번 키워드는 돈돈돈, ‘돈의 길’입니다. 공동체에서건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돈의 사용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니까요.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화폐’로서의 수단을 넘어 포괄적 교환 수단이자 욕망의 흐름 자체가 된 자본의 증식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어쩌면 이 ‘돈’의 사용과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른다네요.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 자체가 되어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우리의 이성과 정서, 감각, 모든 삶의 방식에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과는 무관해보이는 정치적 행위들과 전쟁까지 모두 자본의 증식과 연관되어 있다니? 곰샘의 설명을 좀 더 따라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돈은 근대 산업사회 이전에도 물물교환과 함께 생존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수단이자 목적이 되어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된 것이 문제입니다. 자본의 증식이 인간의 욕망 그 자체가 되어 돈이 인생의 전부인 양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영끌’이나 ‘비트코인’이라는 신조어가 익숙하고, 부채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현상이 성행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죠. 돈에 대한 탐욕이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타락시켜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잃게 했다고 합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수단으로 삼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곰샘의 말씀이 다가왔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자각하지 못하게 인간의 감각까지 마비시켜버린 ‘탐욕’을 직면해야 할 순간으로 느껴져 돈으로 쉽게 욕구를 채우는 저의 일상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곰샘은 나의 의식주를 내가 해결해야 하는 ‘자립’과 의식주에 대한 ‘욕망의 절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대출을 받거나,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 말고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식주의 절제와 조절이 요구됩니다. 쓸데없는 부분을 누리려는 생각이 ‘잉여’를 만들게 되므로 꼭 필요한 부분에 소비를 하는 소박한 생활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는 돈의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자기 비전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전이 없으면 계속 돈의 노예가 되어 빚을 늘리거나 대출을 받아 재테크를 하는 등 자산을 불리는 방식으로 살아갈 테니까요. 감이당 식당에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고, 식사를 마치고 식빵 조각으로 접시를 닦아내며 남김없이 먹는 방식이 이와 연관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돈의 사용법과 돈에 대한 태도와 관련하여 돈의 흐름의 ‘투명성’도 인상 깊었습니다. 곰샘은 특히 돈의 쓰임과 흐름이 투명하고 떳떳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이 쌓이게 되면 욕망과 분노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욕이나 실수, 치부를 숨기다가 점점 왜곡되어 나타나거나 거짓을 들키지 않으려고 거짓이 계속 덧붙여지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가족 간에도 금전 관계를 비밀로 해서 집에 경매 딱지가 붙은 후에야 돈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는 예시를 들으며 돈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관계를 비틀리게 하고 단절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관련해서 우선 돈의 흐름이 투명해야 하며, 그 흐름의 방향이 자본의 증식에서 증여로 전환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돈을 쌓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도는 순환의 관계에 놓이게 하는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인문세에서도 지식을 쌓고 배움을 나누는 방식을 모색하며 지혜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거나 돈을 사용하면서 여전히 기존의 방식처럼 계속 지식을 쌓고, 돈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증여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단지 물체적인 것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가치를 담아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증식에서 증여로!^^
그렇군요! 증식에서 증여로! 돈이란 결국 내 삶의 표현인 것을. .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생생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축적의 이유를 순환의 방식으로 풀고 계시는 보나샘께서는 충분히 지혜로우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잘 안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