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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 실험실

하늘과 바람, 땅에게 배우다

[돌고 도는 돌] 주석석은 길고 긴 모험 중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2-31 23:57
조회
43


지난 글 ‘돌고 도는 돌- 구리구리~’편 에서 구리 산지로 유명했던 키프로스 광산을 이야기 했었다. 기원전 4000년부터 이곳은 수많은 전투와 침략의 표적이 될 정도로  귀하고 순수한 구리를 쉽게 긁어낼 수 있었다. 이 광산을 발견한 해양 민족은 주석이라는 금속도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다. 주석을 구리에 섞으면 당시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한 청동이라는 합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최초의 급속 합금 덕분에 사람들은 도구와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아는 청동기가 시작되었다. 고대 지중해에서 한 선장은 주석 산지를 은폐하고자 그리스나 로마의 배가 쫓아오면 자신의 배를 난파 시킬 정도로 주석 경쟁이 치열했다. 주석 채굴은 고대와 중세를 거쳐 20세기까지 계속되었다. 




영국 콘월 주석 광산, 영국의 주석 경제는 기원전 2000년 이전 지중해 문명과 함께 번성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25』에 따르면 주석으로 현대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무기뿐 아니라 그릇, 잔, 접시, 조리 기구, 주석 깡통, 주석 포일 등이 만들어져 긴 항해와 장기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식량 보급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최근까지 영국이 주석 광석의 주된 공급처였으며, 1400~1550년에는 체코 서부 지역인 보헤미아(Bohemia)에서도 주석 광석을 채굴하였으나 지금은 이들 지역에서의 생산량은 미미하며 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다. 



 

1810년대 영국 통조림 캔



주석은 원자번호 50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Sn이다. 원소기호는 주석의 라틴어 이름‘stannum’에서 나왔다. 공기 중이나 수중에서 안정하고 잘 부식되지 않으며 인체에도 해롭지 않다. 녹는점이 낮고 유연하고, 부드러워 얇은 판을 만들기 쉽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철·강철·구리 표면의 도금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철판 표면에 도금한 것을 양철이라 부르는데, 양철은 녹슬지 않고 보온 보냉 효과가 뛰어나 통조림 캔이나 지붕 재료, 연통 등을 만들 때 사용한다.



  

주석석(위키피디아) / 오즈의 마법사(빅터 플레밍 감독,1939)의 양철 나무꾼



주석의 가장 큰 용도는 금속관과 전자제품의 회로를 연결하는데 사용되는 땜납이다. 땜납 외에도 여러 주석 합금들이 종,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 식기와 장식품, 고하중용 대형 베어링 등 다 양한 용도의 금속 재료로 사용된다. 주석은 또한 철, 납, 아연 등의 부식 방지를 위한 도금과 판유리 제조에 사용된다. 유리만으로 평평한 판유리를 만들기 어렵다. 액체 상태의 주석 위에 유리 물을 부으면 주석 표면에서 유리가 얇고 고르게 펴진다. 이로 인해 유리의 강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주석은 온도에 따라 두 가지의 다른 결정 구조를 가지는데 흔히 ‘백색 주석’이라고 하는 결정 구조는 13.2°C 이상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13.2℃ 이하가 되면 또 다른 결정 구조(α-tin)가 나온다. 이때 주석은 금속이 아니라 마치 유리나 흑연처럼 깨지기 쉬운 분말 형태로 변하는데,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때 러시아에서는 박물관에 전시한 주석 그릇 일부에 돌기가 생기며 부서지자 이를 ‘주석 페스트’로 부르기도 했다. 다른 금속들의 변화와 손상(부식)을 막기 위해 덧발린 주석이지만 정작 추위 앞에서 자신은 홀로 바스러져버렸다. 


청동기부터 시작된 주석의 운명은 현대까지 널리 쓰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금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 눈을 돌리니 주석이 조금씩 보인다. 

오래전 주석은 알았을까? 자신이 이렇게나 멀고 험난한 여행을 해서 이곳까지 당도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세상 여기저기 쓰여질 것이라는 것을. 계속될 주석의 모험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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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

  • 2025-01-01 00:26

    양철 나무꾼은 주석맨이었단 말인가? 주석. . . 정말 관심 없었던 물질인데 감동입니다. 거의 모든 곳에 들어가 거의 모든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도 참 흥미로운 학문이네요. 변용과 변신이 주제인 학문. . 역시 감동입니다. 새해에는 주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