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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제6장 발제, 누구 선물이 더 넉넉한가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5-03-04 17:48
조회
57

동화인류학 4번째/25.3.4/최옥현

 

누구의 선물이 더 넉넉한가

 

트로브리안드인들의 공동체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기도 하고, 이기심을 적절하게 표현하게 한다. 가정 내의 아버지를 타자화해서 그가 누이의 가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가족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누르는 장치처럼 보인다. 자신의 가족을 먹이는 것은 드러내지 않고 약간 비밀스럽게 행동하지만, 누이 남편에게 가는 수확물 선물은 전시하고 자랑한다. 남을 먹이는 일은 위세를 부릴만한 일인 것이다. 내가 더 잘 산다의 게임이 아니다. 우리구부라는 의무는 경작의 성적이 비교되면서 부지런한 이를 북돋아주고 게으른 자를 제재하는 효과를 갖는다. 맘껏 자랑하게 하는 것은 경쟁심과 이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공동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우리구부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족장과 주술사의 위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공동체끼리 수확물을 선물하고 그만큼을 도로 받으면서(부리틸라울로) 그들은 공동체 간의 앙금을 털어낸다. 이런 행사들이 얼마나 수선스러운지 어떤 백인은 부리틸라울로를 금지시키려고 하였다. 이것은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내는 집단 의식처럼 보인다.

 

창고 채우기(도디게 브와이마)

 

트로브리안드 사람들은 모계제를 따르고 있다. 우리 집을 모델로 가정해보면 나와 남편, 자식들로 구성된 우리 가정의 경제적 책임자는 내 오빠나 남동생이 된다. 남편은 아내인 나와 자식들을 챙기지만 남편의 실질적 의무는 그의 누이(나의 시누이) 가정에 있다. 트로브리안드 남성은 일상을 아내와 자식과 함께하는데, 경제적 의무는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그의 누이 가정에 있다. 아들은 20세가 넘으면 모계의 공동체로 가서 외삼촌을 돕는다. 그들은 가정 내에서 아버지를 타자화되고 있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혈연으로 한 덩어리가 될 수 없다.

트로브리안드 남성은 누이의 가구를 위해서 일해야 하고, 그들에게 가장 좋은 타이투를, 그해에 소비할 총량의 대략 50퍼센트에 달할 만큼 충분한 양으로 공급해야 한다. 처남이 매부 몫으로 할당하는 수확물은 우리구부라고 부른다. 아내가 죽은 남자의 경우 모계 친척들(남동생들 혹은 모계 조카들)로부터 수확물 선물을 받는다. 이러저러한 남자가 그의 주요 창고의 개방된 공간을 채운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사회적 평판은 떨어지게 된다.

내가 내 창고를 채우는 일은 불명예스럽다. 수확물 중 상당한 부분을 자신의 타이투(타이툼왈라)로 떼어두는데 농산물을 생산한 가구가 직접 소비하는 이러한 몫은 어느 정도 축소해서 이야기되거나, 조용히 운반된 후 안전하고 비밀스럽게 치워진다. 그것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다지 영예롭지도 않은 수확물이다. 누구도 자기 몫의 수확물을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p435)

타이툼왈라(자기가 소비하는 몫의 타이투)와 우리구부는 경작지에서부터 구별되고 수확기의 정자에서도 그러한 구분이 계속된다.

우리구부는 특별히 선택된 농작물이다. 우리구부는 정자나 마을에서 원뿔형 더미로 쌓아올려지는 유일한 농작물이며, 오직 우리구부만이 얌 창고의 개방된 공간에 예식적으로 저장된다. 우리구부에 대해서만 풍요와 영속성의 주술, 빌라말리아가 읊어진다.

 

수확물 선물의 종류

1. 매부는 처남으로부터 우리구부 선물인 타이투를 수령한다(우리구부의 수령자)

우리구부는 족장의 수확물 선물뿐 아니라 족장의 공물을 가리키기 위해서도 종종 사용된다.

2. 15~20바구니는 코비시라는 이름으로 전달된다(우리구부와 비슷, 코비시에 대한 설명은 책에 없음)

3. 매부는 자신의 수확물 중 가장 좋은 일부, 곧 우리구부 몫을 자신의 누이나 또 다른 모계 친족 여자에게 선물한다(우리구부의 증여자)

4. 타이투페타라고 불리는 수많은 작은 선물들을 분배해야 한다

5. 리쿨라 브와이마(얌 창고 풀어놓기)

어떤 남자의 창고가 아내의 친족들 덕분에 가득 찼을 때, 그의 누이 남편은 귀중품(, 도끼날)을 아내에게 주면서 이 귀중품을 가지고 가서 당신 오빠의 얌 창고를 풀어놓으시오.”라고 말한다. 이 남자는 귀중품을 받으면서 자신의 창고 중 일부를 개방하여 누이의 남편에게 타이투를 준다.

 

 

증여의 원동력, 배고픔과 사랑과 허영

 

이들이 우리구부 선물을 풍성하게 주도록 만드는 동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증여에 수반되는 정교하고 경쟁적인 전시를 하는 까닭과 이러한 경제적 의무가 낳는 다른 효과는 무엇일까?

트로브리안드인은 분리된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의 관심과 마음은 자신의 가구(아내와 아이들), 그의 자존심과 도덕적 의무는 자기 누이의 가구를 향하고 있다. 누이의 가구를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일은 도덕적 의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경작자가 스스로를 자신의 농작물과, 특히 우리구부 선물로 제공되는 일부 농작물과 동일시하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왜 단순한 상업적 교환을 꺼려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우리구부는 친속 집단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집단에게 증여하는 선물이다. 여기서 친속 집단의 우두머리는 모계 공동체의 외삼촌에 해당한다. 경작자로서 그의 명성은 수확물 가운데서도 누이의 가구에 증여할 농작물의 크기와 품질에 달려 있다. 우리구부를 증여하는 일은 허영과 정서를 모두 만족시킨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씨족의 이방인인 매부에게 증여하며, 이러한 선물을 자랑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누이를 위해서, 자기 후손을 위해서, 미래에 그를 위해 일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 종족의 영광을 위해서 식량을 제공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의 마음은 저절로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구부 선물은 자랑하고 전시하고 비교하기에 알맞으며, 또한 멜라네시아인에게 너무나 중요한 계속되는 신화적 정교화에 적합하다.

증여의 예식적 측면에는 효과적인 제재가 포함되어 있다. 전시하고, 공개적으로 측정하며, 측정값을 기록하는 일은 증여자에게 심리적인 자극을 주고, 공동체에는 칭찬이나 비난을 위한 빌미를 제공해준다.

 

카야사(농작물 전시 경쟁)의 모습

 

1. 1917년 엄청난 흉작임에도 카이샤의 모든 참가자들은 그들의 힘을 최대한도로 짜냈고, 족장에게는 어마어마한 수확물이 바쳐졌다. 그 섬에서 족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누구도 타이투를 제대로 저장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일과 이차 농작물의 수확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일단 카야사가 시작되면 토착민들은 의무감뿐 아니라 강한 야망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2. 카야사에서는 항상 누구의 선물이 더 넉넉하냐에 대한 다툼이 있다. 양측은 저마다 넉넉하게 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선의에서가 아니라, 더 많이 선물하는 쪽이 더 부유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짐짓 소유에 무관심한 척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농작물을 선물한다.

3. 젊은 친구인 토야그와는돼지와 타로를 배부르게 먹고서삶에서 바람직한 모든 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는 씹을 겁니다, 우리는 먹을 겁니다, 우리는 낮에 토할 겁니다, 우리는 밤에 토할 겁니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비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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