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불교] 고苦의 본질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에 나이를 먹고 병에 걸리고 죽음을 겪게 된다. 이 모든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불교에서는 고(苦)라고 본다. 삶의 불완전함을 의미하는 고는 생명이라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속성이다. 『유쾌한 불교』의 하시즈메에 따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저마다의 인과 속에서, 객관적인 법칙에 따라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날씨, 신체의 변화, 사회적 사건 등 일어난 모든 것은 그럴만한 구조에 따른 중간 결과인 것이다. 하시즈메가 말하는 ‘고’의 본질을 더 들어보자.
“그런데 생물이든 동물이든 생각해 보면 윤곽이 있고, 외부로부터 그것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한 개체가 있는 거죠. 여기까지가 ‘자신’이고, 그 바깥쪽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동물의 본질로,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배가 고프니까요. 어떻게든 외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신 안의 불필요한 것을 밖으로 내놓아야 하죠. 외부와 자신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안정되어 있지도, 영속하지도 않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부서져 버리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죠.”(『유쾌한 불교』, 90쪽)
‘불교는 ‘고’의 극복 방법은 안/밖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가 생긴다는 구조이므로, 우주와 동물을 한꺼번에 인식하라는’(91) 것이다. 예를 들어 닭의 입장에서 자신이 닭인 것은 ‘고’일 수 있지만 사람 입장에서는 맛있는 음식으로 보인다. 입장에 따라 다른 가치가 주어진다. 생명이 운명적인 ‘고’를 넘어서는 것이 불교의 깨달음인가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동시에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양한 입장, 관점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분명한 어떤 구조가 있다는 것일까. 어렵고도 궁금하다. 계속 책을 읽으면서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