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북아메리카 North America
[국중박 후기] 야생의 사고와 국가적 사고의 공존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을 관람하고
–야생의 사고와 국가적 사고의 공존
인류의 편의로 발명된 제도는 이제 우리를 그들의 도구로 삼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에 예속된 인간은 활력을 잃고 무기력하게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 방식을 만물의 연결성을 기민하게 인식하는 ‘야생의 사고’와 대비해 노예제로 존속하는 국가성에 포획되어 만물의 연결성에 무감각해져 생명력을 상실한 국가적 사고를 기술해 보겠다. 인문세에서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북미 원주민들의 원형 세계관과 야생의 사고를 고찰해보기 위해 진행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답사에서 오히려 이러한 국가성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율과 예속, 야생의 사고와 국가성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야생의 사고와 국가성이 생생하게 대립하며 멀미를 유발했던 답사기를 좀 더 들어보자.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회의 설명에 따르면 북미 원주민들은 북부의 춥고 기후와 남부의 건조한 기후, 초원이 펼쳐지거나 울창한 산림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를 지니며 살아왔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집을 짓고 생활해왔다. 북부의 툰드라 기후나 빙하 지역에서는 ‘바라바라’와 ‘이글루’라는 주거 형태에서 털옷을 입고, 수렵 생활을, 북서 해안의 온난습윤한 기후에서는 삼나무를 이용한 판잣집인 ‘플랭크 하우스에서’, 남서부의 사막이나 반건조 지역에서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만든 ‘어도비’의 형태로, 초원지대에 ‘티피’라는 주거 형태 등으로 생활해왔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문화에도 불구하고 북미 원주민들은 세상은 둥근 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 사는 모든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의 ‘원형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만물의 연결성을 레비 스트로스는 ‘야생(savage)의 사고’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북미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땅에 도착해 처음 만난 원주민을 인도 사람이라고 착각해서 생긴 명칭이다. 신대륙의 식민화 이후 사용되어 지금까지 통용되는 이러한 일반 용어에는 원주민 공동체의 고유함과 구체성이 부재한다.
달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야생의 사고는 ⓵일상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구체의 과학, ⓶ 만물의 치우침 없는 공생성을 탐구하는 대칭성 모색, ⓷차이의 발견과 우주의 관계성을 통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세상을 둥근 원을 이루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 동물, 식물, 심지어 무생물까지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삶을 주요하게 여겼다. 북미 원주민들은 자연을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여기며, 자연에서 무언가를 얻는 것을 선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그들의 의식주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기하학적 무늬와 재료 사용, 다음 세대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연을 취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며, 공동체가 하나의 의식으로 연결되는 춤과 의례를 통해 이어져왔다.
북미 원주민들의 세계관
날이 밝으면 태양이 당신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를
밤이 되면 달이 당신을
부드럽게 회복시켜 주기를
비가 당신의 근심 걱정을
모두 씻어 주기를
산들바람이 당신의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당신이 이 세상을
사뿐사뿐 걸어갈 수 있기를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를
〈아파치족 기도〉
전시관에 들어가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생님’이라는 문구였다. 이 문구 옆에는 사슴 가죽으로 만들어진 요람과 아기를 위한 모카신, 인간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태양과 달, 비, 산들바람의 아름다움을 배우기를 바라는 아파치족의 기도문이 나온다. 기도문을 음미하며 뒤를 돌아보면 계절의 변화를 담은 원주민의 달력이 전시되어 있다. 위시람족에게 2월은 모닥불 주변에 어깨에 어깨를 기대는 달이고, 10월은 카누 타고 여행하는 달이다. 체르키족에게 3월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8월은 열매를 따서 말리는 달이다. 이처럼 북미 원주민들은 세상을 관계 속에서 바라보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치관이나 관념이 형성되었다. 그들에게 자연은 따로 떼어 존재하거나 두려움과 착취의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원주민들에게 자연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며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선물이었다.
이러한 가치관이 제일 잘 드러나는 것이 나는 아기를 위한 요람과 모카신으로 보인다. 북미 원주민의 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사슴 가죽으로 만들어진 요람을 좀 더 살펴보자. 세로 1m, 가로 30cm 정도의 요람은 아이를 세워서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듯 세로로 세워져 전시되어 있었다. 요람의 뒷판은 단단한 나무 등으로 판판하게 만들어져 말에 매거나 수직으로 세울 수 있게 고정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 판을 등뒤에 두고 아이를 감싸는 부분은 부드러운 천과 화려한 무늬와 매듭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는 이동 중에 자연을 느끼되 차가움은 막고 요람에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앞을 여밀 수 있게 꼼꼼한 그물 매듭으로 얼키설키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발이 놓일 위치에 꼼꼼하게 엮어진 여러 가닥의 매듭 장식이다. 상상력을 발휘해봐도 어떤 용도와 쓸모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 같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말에 매어 이동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말의 갈기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동을 도와줄 말에게 그와 닮은 모습으로 예술성을 가미해 그와의 어우러짐을 고려한 것을 아니었을까? ‘태워줘서 고마워~우리의 아이도 안전하게 잘 부탁해~’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전시회 관람과 국가성의 마주침-감시와 통제
미타쿠예 오야신(Mitakye Oyasin)를 음미하다–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