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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인류학


[해양 생물 글쓰기] 뱀장어, 유연한 항해자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3-17 14:45
조회
28

우주에서 바라보면 바다는 지구의 물웅덩이다. 이 웅덩이는 곳곳에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블루 머신의 저자 헬른 체르스키는 바다를 담고 있는 용기의 형태가 바닷물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하고, 해양 엔진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 형태는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변화를 보여준다.

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면 역동적인 형태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데, 대기와 표층의 경계인 해수면에는 바람에 의해 파도가 만들어지고, 해류라는 패턴을 만들며 바닷물이 이동한다. 해저는 지각판과 심해 바닷물의 경계 구역으로 해령, 해산, 단괴 등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은 칠흑같이 어둡고 차갑다. 바다의 가장자리인 해안은 육지와 경계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고 하강하면서 계속 변화되어왔다. 이곳은 변화무쌍하고 끊임없는 충격을 견디는 자리로,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맞거나, 육지 절벽에서 가끔 떨어지는 흙과 바위에 부딪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루 네 번 썰물과 밀물이 주기적으로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해안은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하는데 이곳은 인류에게 오랫동안 자원을 공급해왔다. 해안보다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하구다. 육지의 물 분자는 졸졸 흐르고 증발하고 응축되었다가 다시 흐르기를 반복하여 바다로 간다. 하구는 민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곳이다.

나는 헬렌 체르스키의블루 머신에서 소개하는 회유성 어류 뱀장어에 관심이 갔다. 민물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곳에서 여러 형태로 탈바꿈하는 뱀장어의 마술 같은 능력이 놀라웠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성장한다. 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내는 사르가소해는 육지와 경계가 없는 바다다. 서쪽으로 멕시코 만류, 북쪽으로 북대서양 해류, 동쪽으로 카나리아 해류, 남쪽으로 북적도 해류에 둘러싸여 있는 사르가소해는 주황색 모자반이 뭉친 덩어리가 동서 3,000km와 남북 1,100에 이르는 타원형 구역이다. 표면에서 100m 아래에 사과씨만 한 크기, 나뭇잎 같은 형태, 투명한 젤리 같은 몸을 가진 어린 뱀장어가 산다.

뱀장어는 바다를 떠다니며 성장하면서 따뜻한 멕시코 만류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바다를 이동하면서 연골 대신 뼈가 있는 탄탄한 원통 형태로 탈바꿈한다. 안전한 청소년기를 보내면 실뱀장어는 이제 내륙으로 향한다. 실뱀장어가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하구에서, 염분이 낮아진 바닷물을 감지하면 아가미, 신장, 내장의 기능을 바꾼다. 실뱀장어가 자칫 물과 소금의 흡수를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강을 거스르는 동안 세포 기관은 늘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변형시킨다. 이동하는 기간 변화무쌍하던 뱀장어가 강의 상류에서 성체 민물고기로서 자기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시간은 최대 20년이다. 서식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고 비밀스러운 야행성 삶을 산다. 이후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다시 합류하는데 역시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 세포 기관을 재조정한다. 뱀장어가 먹이도 먹지 않고 암흑 속에서 헤엄을 치며 마침내 사르가소해에 도착하면 1km를 왕복한 끝에 알을 낳고 죽는다.

뱀장어는 일생동안 변신을 거듭하는데 같은 뱀장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모습을 띤다. 형태를 바꾸는 게 사는데 이득이 된다는 것을 뱀장어는 알고 있다. 헬렌 체르스키는 조건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흐름에 올라타는 존재를 항해자라고 정의하는데 나는 뱀장어야말로 위대한 항해자로 아닐까 생각했다. 뱀장어의 변신이 특별한 것은 두 세계를 넘나드는 유연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게 되는 상황에 맞추어 형태를 바꾸는 항해자들은 선호도에 맞추어 해양 지형을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하고, 경계를 드나들며 삶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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