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인류의 대항해] 새내기 뱃사람의 두려움
2025.3.17/해양인류학/인류의 대항해(1)/손유나
새내기 뱃사람의 두려움
플라잉 요가에는 끈에 의지해서 몸을 뒤로 젖혀 거꾸로 매달려야 하는 동작이 있다. 무서워서 내가 몸을 완전히 뒤집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매달려 있자 사정 봐주지 않는 요가 선생님이 우악스러운 손길로 내 몸을 젖혔다. 원하지 않았지만 한번 끈에 매달려 본 몸은 손을 놓아도 떨어지지 않음을 신뢰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그 동작을 할 수 있었다.
인류의 초기 항해는 육지가 보이는 곳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평선 저 너머에 다른 육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나 했었을까? 있다고 믿든 없다고 믿든 상상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날아가는 세 떼, 멀리 보이는 산불로 인한 연기 등으로 수평선 너머로 육지가 있음을 추정하고, 바람의 방향, 해류와 조수의 흐름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자 비로소 먼 항해를 나설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뱃사람들은 “지식의 진공상태”에서 항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이전 뱃사람들이 전달해 준 바람과 해류와 조수에 대한 지식과 선박의 조종술을 바탕으로 항해에 나섰다.
그럼에도 육지가 보이지 않는 먼 바다로 나가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저자는 “연안 항해의 본질은 경험과 고도의 익숙함이지만” 수평선 너머로 항해하는 일은 “거대한 정신적 도약”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에 걸려 쌓아 올린 바다를 읽는 지식과 경험에 앞서 새내기 뱃사람과 최초의 항해자들이 느꼈을 까마득한 두려움에 집중하고 싶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무엇이 이 사람들이 망망대해로 나아가게 했는지, 인간은 그토록 무모하거나 호기심이 충만한 생물인지도 말이다.
※ 폴리네시안인들이 사용했던 지도. 조개껍데기는 섬을, 막대기는 파도의 흐름을 표시한다고 한다. 바다에 대한 정보는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되고 전달되었고, 인간은 자신의 세상을 넓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