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류학
[인류의 대항해] 바다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5-03-17 17:56
조회
39
“나는 곧 탁 트인 바다에도 항해를 위한 단서가 육지의 풍경만큼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했다. 밤에는 머리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과 반짝이는 별이 있고, 낮에는 태양이 있다. 예측 가능한 자연의 표지판은 풍성하다.”(47쪽)
나침반, 크로노미터 같은 항해 기구들이 없고 기술력이 없었던 고대 항해자들은 미지의 바다로 나가는 일이 왠지 더 불안했을 것만 같은데, 『인류의 대항해』에 따르면 그 생각은 전혀 가당치 않은 것 같다. 육지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망망대해에도 그것을 알아채는 단서가 있다는 말은 흥미롭다. 18세기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우주 만물의 작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왔다. 그리고 항해술의 발달로 무역망을 형성했고 바다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친숙함으로 바뀌었다.
고대 항해자들은 예측을 벗어나는 자연의 무시무시한 힘에 침몰의 불안함을 늘 지닌 채 항해했다. 그들은 바다의 언어를 알고 있었다. 바다를 해독하는 작업은 항해의 오랜 경험과 냉정한 현실, 조심스러운 항해, 그리고 바다의 풍경, 바다와 친숙함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기술 발전 이후 인간이 느꼈던 친숙함과 그 이전 항해자들이 느낀 친숙함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산업화 이후, 사람들은 바다에게 친숙함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은 불안한 요소가 없을 거라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다. 그 확신은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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