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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0장 발제 “타로, 야자, 판다누스”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3-18 15:17
조회
31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0장 발제 김유리 2025-3-18

 

타로와 나무들

 

남부 지방에서 타로의 위상은 높다

트로브리안드의 경작지는 타이투 얌밭(카이마타), 이른 얌 파종 밭(카이무그와), 타로밭(타코푸)으로 나뉜다. 타이투밭은 주요 식량인 타이투 얌만 심는 큰 밭이다. 이른 파종밭도 얌 밭인데 규모가 작고 여러 작물을 섞어 짓는다. 타코푸에는 타로만 심는다. 비옥한 북쪽 땅에서는 타이투밭이 전체 경작의 중심이다. 공적 주술은 타이투 재배 주기를 중심으로 행해진다. 그런데 남쪽 지방에서는 타로가 경작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러므로 남쪽에서는 타로밭에서도 공적 주술이 행해진다.

  남부 지방에서 타로의 위상은 높다. 북쪽에 비해 얌을 심을 수 있는 비옥한 대지가 적은 남쪽 땅에서 타로가 주요 작물이다. 타로는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조건에서 자란다.”(128) 타로는 타이투와 달리 습지에서도 재배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기만이 아니라 건기에도 파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남부에서 타로밭은 영들에게 드리는 공물을 제공해주는 밭을 의미한다. 무문자 사회에서 사물의 위상은 관계적으로 정해진다. 남부의 조건에서 활성화되는, 타로와 토착민들 사이의 호혜적 관계 속에서 타로가 수행하는 역할이 타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일 것이다. 

남쪽 지방 타로밭 주술은 화전 주술, 돼지 주술, 파종 주술, 성장 주술로 구성된다. 성대한 시작 주술은 밭 일반에 대해 시행된다. 돼지 주술이란, 덤불 돼지는 쫓아내고 경작지 말뚝의 돼지라는 신화적 돼지는 불러오는, 액막이 겸 풍요 기원 주술이다.

타이투 덩굴이 기둥을 휘감으며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과 달리, 타로는 지상에 머물면서 자란다. 그래서 타이투에 비해 새, 덤불돼지, 곤충, 잡초에 더 취약하다. 타로밭에는 새 잡는 올가미, 새 쫓는 딸랑이, 날카로운 말뚝과 울타리를 설치하고 잡초를 뽑아 줘서 어린 타로 싹을 세심하게 보호한다.

새 쫓는 딸랑이는 이렇게 만든다. 속이 빈 크와두야 조가비 속에 돌멩이 하나를 집어넣는다. 나무 가지 등에 달아서 바람에 흔들리게 한다. 유럽의 영향이 더 많은 남쪽 지역에서는 등유 깡통이나 벤젠 깡통을 이용한다.

 

두 야자나무 : 존중과 돌봄

코코넛은 기본 먹을거리 중 하나다. 코코넛 야자나무는 마을의 풍경을 독특하게 만든다. 음료, 과육, 크림과 기름을 주고, 지붕, 덮개, 문과 칸막이, 바구니, 깔개 재료가 된다.

빈랑 야자나무는 기호품으로서 사교 생활의 필수품이다. 코코넛처럼 마을을 아름답게 해주는 나무다.

코코야자는 어릴 때 돌봐주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 싹 튼 열매를 골라 땅을 파고 심을 때, 토종 백합을 함께 심는다. 백합 뿌리가 코코넛 뿌리에 힘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어린 나무 주위에 울타리를 친다. 덤불돼지, 왈라비, 어린이, 개로부터 지킨다. 어린 나무가 질식하지 않게 잡초를 뽑아 준다.

야자나무에는 터부 주술(카이투부타부)이 있다. 예식적 분배(사갈리), 춤의 절기(우시골라), 경쟁적 활동(카야사) 등 야자열매가 대량으로 쓰이는 시기 직전에 두 달 동안 열매 따지 않기 터부를 건다. 주술사가 마을에 터부 장대를 세우고 주술을 걸면 마을 사람들은 터부가 끝날 때까지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생활한다. 아무도 코코넛을 먹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소리와 빛으로 열매에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것은 높이 세운 터부 장대를 모욕하는 것이라서 금지된다. 주술사는 8~10일마다 야자나무 사이로 걸어가면서 열매가 잘 익도록 권하는 주문을 큰 목소리로 읊는다.(<문구 42>, 149쪽)

마을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는 중요한 코코야자가 한 그루 있다. 오마라카나에서는 “동굴”(149)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면 무성한 야자나무 열매와 잎들이 서로 닿으며 소리가 난다. 이것은 동굴의 “목구멍”에서 “키이이이……”하고 나오는 풍요의 소리라고 한다.(149)

 

주술은 동기를 부여한다

터부가 있어서 열매가 잘 자랄 수 있지만, 풍요를 만드는 것은 주술이지 터부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넌더리나는 억제 기간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주술이다. 주술에 대한 믿음은 예식용 견과를 충분히 공급하려는 욕망과 결합되어서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한다.”(152) 주술은 “사회적으로나 각 개인의 심리적으로나 조직화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주술은 터부에 동기를 부여하고 그것을 정당화한다.”(152)

주술과 주술의 장치들인 기호, 의례, 터부가 있어서 손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것들에게 (아이들까지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 가능해진다. 터부를 지키면서 다 함께 겪는 어려움이 “터부를 온전히 지키는 도덕적인 힘이 된다.”(152)

 

백인 지사의 터부에는 주술이 없다 : 유익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통적인 야자 터부 주술은 폐지되었다. 부재 지사(백인)가 마을마다 야자나무를 “매해 수백 그루씩”(152) 심어야 한다는 법령을 내렸다. 많은 양의 코코넛이 수확되지만 역설적으로 마을사람들은 항상 터부 상태로 느낀다(“우리는 이제 언제나 카이투부타부를 수행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견과를 먹을 수 없습니다.” 152쪽). 왜냐하면 항상 많은 양을 파종용으로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령은 주술과 달리 동기를 주지 않는다.

 

야생종

경작의 범주는 “격렬하고 끊임없는 노동”에 의해서 생산되는 농작물, 작은 숲 등에서 “준경작”되는 나무들, 저절로 싹터 자라는 “야생”의 나무와 풀까지 확장된다. “후자 쪽으로 갈수록 점차 개인적으로 사유되지 않고, 점차 덜 경작”되나, 유용하다.(153)

식용되거나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자생 식물들이 있다. 그중에서 판다누스가 가장 중요하다. 지상으로 나온 뿌리에서 섬유를 얻어 밧줄을 만든다. 꽃잎은 향기나는 장신구로 인기 있다. 열매는 무더운 날씨에 빠아 먹는 원기회복제다.

 

보조 작물들: 바나나, 파파야, 호리병박, 사탕수수

바나나 주술

바나나는 보조적인 식량 작물로서, 비가 오지 않으면 시들어 버린다. 자기 바나나에 행하는 사적인 주술들이 있다. 그중에 시체가 부푸는 특성을 빌어 바나나를 부풀리고자 하는 주술도 있다. 이를 알고 말리노프스키는 한동안 바나나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158). 유럽인의 시체 혐오와 식인 터부 때문일 것이다.

 

유럽산 수입 과일들

자생하며 빨리 퍼진 파파야 나무 이외에 유럽산 과일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 외

호리병박은 빈랑나무 열매와 같이 씹는 석회를 담을 단지를 만들 때 사용된다. 사진을 보면 호리병을 팔에 낀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탕수수는 무더운 날씨에 행진할 때 빨아 먹어 원기를 회복한다.

*호리병박 석회 단지인 것으로 추정해 봄(위키피디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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